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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음 (騷音)

Relay Essay 제2323번째

새벽녘 닭 우는 소리를 언제 우리가 시끄럽다 했던가?
저물녘 멀리 들려오는 송아지의 음매 소리가 듣기 싫어한 적이 있던가?
희미한 호롱불과 더불어 들려오는 다듬잇방망이 소리를 자장가로 여기지 않았던가!
그칠 줄 모르고 울어대는 매미 소리 때문에 더 더워한 적이 있는가?
상달 밝은 보름달 밑에서 우는 귀뚜라미 소리에 가을을 맛보지 않았던가?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 소리에 여름을 지내지 않았던가?
범종의 울림이 번뇌를 씻지 않았던가?
탁발 스님의 목탁 소리에 미물의 정기를 깨우치지 않았던가?
그래, 그때도 소리는 있었다. 그래도 시끄럽다고 타박하지 않았다.
구박은커녕 그때를 정겨워하고 그리워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많은 훤소(喧騷)와 소음(騷音)에 젖어있고, 잠겨있어, 묻혀있고, 사로잡혀 있다.
주위가 온통 잡동사니 소리로 뒤범벅이 된 지 오래다.
자동차 소리, 기계 소리, 텔레비전 소리, 장사꾼 손뼉 치는 소리, 정치꾼 허튼소리, 야바위꾼의 속임 소리,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 아파트 층간 소음, 휴대전화 소리. 뻥튀기 소리….
그래서 옛날 소리를 아름답다 하고 추억의 소리로 여기는 모양이다.
이에 비교해 지금의 소리는 어지럽고 지겨우며 참기 어렵고 신경질이 나는 소리다.
왜 그럴까?
아마 옛 소리를 잊고 지금의 소리에 묶여 지내서이리라…….

그래 지난 소리를 망각하고 지금의 소리만을 소리로 알고 있다. 그 소리가 소음이며 지겨운 소리라는 것을 잊고 지낸다. 이 소리가 당연한 소리인 줄 안다. 항상 있어 온 소리니 이게 마치 소리 중의 소리로 알고 지낸다. 관습의 탓으로 치부하기는 너무 큰 소음이다.
이렇게 살던 어느 날 민방위 날이라 하여 모든 것이 정지된 상태가 됐다.
“아하! 이게 정적이고 적막이고, 고요로구나.”
“아마, 영 데시벨일 거다.”
소음 속의 적막이다. 이제까지 소음을 소음으로 여기지 못하고, 고요의 행복을 까맣게 잊고 살았다.
아마 세상 일이라는 것이 어떤 변화를 맛보아야 참맛을 아는 모양이다.
이제는 한 번 옛 소리를 찾는 변화의 순간을 정신없이 톺아 봐야겠다.

신덕재 중앙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