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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포근한 홋카이도 겨울여행

설국 걷기여행 – 일본 홋카이도


일본에서 눈(雪) 많이 오는 고장은 사람 사는 마을 기준으로 3~4m나 쌓인다. 강설량이 30m를 넘어야 이정도 두께가 된다니 그 양이 잘 어림되지 않는다. 그만큼 그들은 눈에 대한 대비도 철저하다. 심설산골 따듯한 료칸 안에서 창밖으로 밤새 하염없이 내리는 함박눈을 보면서도 다음날 버스타고 놀러 다닐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현지민에게는 끝없이 퍼붓는 눈이 큰 일거리다. 지붕과 길에 쌓이는 눈을 매일 치우지 않으면 금방 고립된다. 일본 편의점에서 만난 주민에게 ‘이렇게 눈 많이 내리는 아름다운 곳에 사시니 참 좋겠다’라고 했다가 ‘한 번 살아보라!’는 핀잔 엇비슷한 반응에 머쓱해본 적도 있다. 하지만 6년 째 일본의 눈(雪)을 여행으로만 만났던 필자의 편협한 기억 속에 그들의 눈은 ‘차분함, 따듯함, 설국’이란 키워드로 기억될 뿐이다.

4박5일, 대각선 파노라마 횡단여행

지난겨울은 일본 홋카이도로 설국여행을 떠났다. 일본 최북단섬이지만 면적은 남한의 78%에 달한다. 위도로는 러시아 남부와 이어지지만 해양성기후로 겨울 평균기온이 서울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칼바람이 불 때는 전혀 섭섭지 않을 만큼 확실하게 매서움을 날린다.

걷는 게 직업인 필자는 홋카이도 겨울여행을 기획하면서 가장 먼저 시레토코 국립공원의 다섯 호수 설피트래킹을 고려했다. 2005년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시레토코 국립공원은 대형리조트로 개발예정이던 이곳을 주민들이 성금을 모아 보존한 매우 감동적인 이야기가 역사책에 기록된 곳이다.

시레토코 국립공원은 홋카이도 동북쪽 끝자락에 붙었다. 그래서 남서쪽인 신치도세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대각선으로 5시간 이상 달려야 간신히 닿는다. 먼 거리 덕분에 오가면서 4박5일 일정으로 아칸두루미센타, 굿샤로코호수, 다이세츠 온천과 설피트래킹, 아사히야먀 동물원, 마슈코호수, 이오잔, 비에이언덕 등을 다채롭게 즐길 수 있어 오히려 장거리여행이 즐거워졌다.

▶시레토코 국립공원 설피트래킹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어 출입이 엄격하다. 사전예약을 해야만 출입이 가능하단 뜻이다. 겨울에는 꽝꽝 얼어붙은 호수 위를 서양식 설피를 신고 걷는 고이케 설피트래킹이 인기 탐방코스다. 전문가이드가 앞장서는 설피 트래킹 내내 가장 큰 봉우리인 라우스다케가 든든하게 배경을 이룬다. 야생곰 발톱자국이 선명한 나무들이 이 지역의 생태환경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곰이 겨울잠을 자서 정말 다행이란 생각을 하며 걸었다.

▶아칸두루미센타

아칸국립공원에 속하는 아칸두루미센타는 본래 철새인 두루미가 먹이가 풍부한 홋카이도에 눌러앉으면서 텃새로 변하여 머무는 곳이다. 두루미센타에서 먹이를 정기적으로 주어서 탐조객들이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두루미를 만날 수 있게 됐다. 이곳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설경 속 떼 지어 나는 두루미는 3D로 보는 추억의 신년 연하장이다.



▶굿샤로코호수

‘백조의 호수’라는 별칭이 어울리는 곳으로 큰고니가 무리지어 서식한다. 아칸두루미센타의 두루미처럼 이곳의 고니도 텃새가 되어 사계절 머문다. 호수 연안에서 따듯한 온천수가 나와서 호수가 얼지 않을뿐더러 사람들이 배고프지 않게 먹이까지 제공해준 덕이다. 호수 주변 숙박지가 두 곳 있는데 그중 시설은 낡았지만 호수 가까운 굿샤로코호텔에 머물길 추천한다. 아침이면 고니 울음소리를 모닝콜 삼아 깰 수도 있고, 호텔에서 제공하는 고니먹이를 들고 나가 직접 고니 떼를 유혹해볼 수도 있다. 사람을 잘 따르는 모습이 백조라기보다 살찐 거위 같기도 하다. 이곳 고니들에게 밀당을 교육시킬 필요가 있다는 헛된 욕심이 생길 정도다.



▶소운교 온천과 다이세츠산 설피트래킹

본래 로프웨이(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서 다이세츠산(대설산) 중턱에서 설피트래킹을 할 예정이었으나 로프웨이 겨울 점검기간과 여행일정이 맞물리면서 산기슭을 따라 옛길을 걷는 설피트래킹을 즐겼다. 겨울이 무르익어갈 때 얼음축제가 열리는 지역이기도 하다. 온천수질이 좋아서 겨울에도 일본인들의 겨울온천여행지로 인기가 높다.



▶아사히야마 동물원

어린 자녀와 동행한다면 환하게 웃는 아이가 달아주는 훈장을 받을지도 모른다. 동물친화적인 서식환경을 구축하여 선풍을 일으킨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펭귄산책이라는 특별한 겨울 프로그램으로 일본 전국의 아이들을 불러 모은다. 펭귄보다 더 귀여웠던 유치원 아이들이 단체견학을 와서 더욱 큰 즐거움을 선물 받았던 기억이 있다. 펭귄산책 시간을 미리 체크하고 가야 훈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 잊지 말자.



▶비에이언덕

홋카이도의 겨울이라면 습관처럼 떠오르는 곳이다. 광고촬영지로 우리나라 TV에도 곧잘 등장해서 나름 낯익은 풍경인데, 실제 가보면 익숙함 속에 생경함이 깃든 매우 독특한 느낌을 준다. 남자인 필자도 왠지 여기서 영화 러브레터의 여주인공처럼 두 손 모아 ‘오겡키데스까?(잘 지내세요?)’를 힘차게 외쳐야 할 것 같은 강박이 들었다. 그래서 한번 해볼까 두 손을 모으다가 주변의 일행들이 여럿 있어서 참았다. 필자는 나름 점잖은 컨셉을 표방하며 여행한다.


윤문기
걷기여행가, 발견이의 도보여행
 ‘MyWalking.co.kr’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