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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사랑 각 그랜저

Relay Essay 제2326번째

학생 시절 내가 꿈꾸던 자동차는 1 세대 그랜저. 흔히 말하는 각 그랜저였다. 기품 있는 바디에 푹신한 소파 같은 고급 카시트, 환상적인 대쉬보드. 조용하고 부드러운 승차감은 순식간에 나를 사로잡았다. 어쩌다 시내에서 마주치면 시야에서 사라질 때 까지 보고 있을 정도였으니까. 이 차는 일본 미쓰비시와 공동 개발하여 차체 디자인은 현대가 맡고 메카니즘은 미쓰비시가 주도했는데 일본에서 데보네오란 이름으로 팔려 일본 여행에서도 가끔 만날 수 있었다.

한국에서와는 달리 일본에선 잘 팔리지 않았다한다. 개원하고 큰 맘 먹고 산 차가 각 그랜저 후속 모델인 뉴 그랜저이다. 각 그랜저 만큼의 품위는 없었지만 각 그랜저의 향수를 생각하며 십년이나 아끼며 타다 어느날 주행 중에 차가 퍼져버려 할 수 없이 폐차하였다. 그 후에도 그랜저 후속 모델이 나올 때마다 유심히 보곤 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차 디자인이 갈수록 후퇴하는 듯 해 실망을 금치 못했다. 첫 사랑에 대한 애증이 컸나 보다. 순수 현대 기술로 만든 3 세대 그랜저인 그랜저XG는 경쟁사 디자이너가 현대 차 망하라고 일부러 못생기게 만들었나 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로 못생긴 모양새를 하고 있어 너무 실망스러웠다. 대우에서 나오던 아카디아도 아주 멋진 외관을 뽐내던 혼다 레전드 모델인데 이 차도 신형이 나올수록 디자인이 후지게 느껴지는 건 아마도 나이가 들어 옛 향수에 젖어 그런 것 같다.

자동차는 약 이만 오 천 개의 부품으로 만들어진다. 이중에 몇 개가 고장이 나도 안전운행에 방해가 되어 고쳐 쓰곤 하는데 문제는 서비스 센터에 입고했을 때 과도한 수리비용이 나온다는 것이다. 후방센서가 작동이 되지 않아 정식 서비스 센터에 들어가니 범퍼 전체를 교환하라 하는 식이다. 다시 알아보니 센서만 교환해 아주 간단히 수리가 가능한데. 또 단순히 오일만 교환하러 갔는데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부속을 말하며 부식이 다 됐다고 교체하라 하는데 이 비용이 만만치가 않다. 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일 년 넘게 타고 있다. 오늘 아침 시동을 켜니 배터리 경고등이 뜬다. 가슴이 덜컥거린다. 단순히 배터리만 교환하라고 할 지 발전기 자체를 교환하라 할 지 무슨 핑계를 대고라도 내 호주머니를 털려는 그 분들은 메카닉이 아니라 어쩌면 장사꾼이다. 물론 다 그렇진 않겠지만.

최근에 오랫동안 타던 차를 지인에게 주었다. 일 년에 1500 킬로 미만으로 타니 사실상 내겐 차가 필요 없는 것이다. 그래도 막상 주고 나니 허전한 마음이 커 주차장에서 떠나는 녀석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좀 더 타려고 얼마 전에 휠과 타이어 교체로 거액을 들였는데 그래도 나보다 더 차가 필요한 사람에게 주고 나니 잘했다는 마음이 든다.
 
지금도 주차장이나 시내에서 운행 중인 자동차를 유심히 보지만 내 마음을 흔드는 멋진 녀석은 아직 없다. 각 그랜저는 영원한 나의 첫사랑 자동차이다.

각 그랜저여 영원하라!

 
이충규 성심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