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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한잔, 클래식 한곡, 이거면 충분하지~

신년기획/기해년 나만의 소확행을 찾아서
각자 소확행에서 삶의 의미 찾는 개원가 단상
치의는 스트레스 큰 직업, 긍정적 평정심 중요


새로 세탁한 진료가운을 입을 때, 좁은 병원주차장에 한 번에 차가 잘 주차될 때, 동네에 내가 좋아하는 메뉴를 하는 식당이 생겼을 때, 이번 주 치의신보의 비닐포장을 뜯을 때(?).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식으로 치과의사의 ‘소확행(小確幸)’을 표현해 본다면 이정도일까. 지난해 초 대한민국 행복 트렌드로 떠올랐던 소확행이란 말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 ‘랑겔한스섬의 오후’에 등장하는 말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한다.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돌돌 만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 등을 작가는 소확행이라고 했다.

기해년 새해의 시작, 회원들이 갖고 있는 소확행을 들어보고 치과의사란 전문직이 놓인 스트레스 상황에서 소확행이 삶의 어떤 의미가 될 수 있는지 살펴봤다. 전문가 조언의 핵심을 미리 밝히면 “남 눈치 보지 말고, 너무 큰 한방보단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찾으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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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중심 한 메디컬센터에 들어가 있는 치과를 하고 있는 A원장은 환자가 조금 적은 달이면 월세와 인건비 걱정부터 들기 시작한다. 그러다 막무가내식 환자라도 만나는 날이면 스트레스 지수가 최고치로 올라간다. A원장은 “매주 하루씩 골프도 치고 가끔씩 여행을 가기도 하지만 나에게 있어 소확행은 잠시 시간을 내 피는 담배 한 대와 가끔씩 마시는 소주 한잔”이라고 말했다.

B원장은 진료 중간 중간 시간 날 때 듣는 클래식 음반이 소확행이다. 바흐 무반주 첼로 소나타, 베토벤 현악 4중주 등을 즐겨 듣는다는 B원장은 “환자가 없을 때 원장실에서 LP로 주로 듣는 클래식이 큰 기쁨이다. 클래식은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고 순수한 음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좋다”며 “내 음악 감상실을 나 혼자 무균실이라고 부른다. 오로지 미와 선만이 존재하는 공간. 음악을 듣고 나면 충만함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동료 치과의사 몇과 오디오 동호회 모임도 가지며 자신만의 소확행을 즐긴다. 

자녀가 장성해 집에 잘 없다는 C원장은 작은 애완견을 키우기 시작했다. 평소 애완견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어느 날부터 가족이 된 애완견 ‘단추’가 이렇게 큰 위안을 줄지 몰랐다. 부부치과의사인 C원장은 “조금 병원일이 늦어지는 날이면 아내에게 빨리 먼저 들어가 단추를 챙기라고 말한다. 날 좋은 주말이면 아내와 단추와 함께 산책을 하는 것이 일상”이라고 밝혔다.

D원장은 주말마다 등산에 나선다. 서울, 수도권 근교에 있던 산부터 시작했던 산행이 지금은 전국팔도 안 가본 명산이 없다. D원장은 “주말에 집에서 잠 많이 잔다고 쉬는 것이 아니다. 좋아하는 산을 찾아 신나게 땀을 빼고 나면 월요일부터 개운하다. 산행 후 먹는 음식은 김밥 한 줄도 진수성찬”이라고 했다.


성취도 큰 삶 살아온 만큼 박탈감 더 클 수 있어
작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 문제의 긍정적인 면부터 봐야


개원의 몇 명이 얘기한 자신만의 소확행이다. 일반의 사회인들과 다르지 않은 일상에서의 소소한 풍경이 삶의 큰 기쁨이 된단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애초 얘기했던 소확행이란 말에 내포된 의미에 대해 사회학자들은 작가 작품의 배경이 되는 1980년대 일본 버블 경제 붕괴가 불러온 경기 침체 시기가 근간으로, 소득이 낮거나 직업이 없어 충분한 소비생활을 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행복의 의미를 작은 것에서 찾을 수밖에 없었던 현대인의 씁쓸한 단면이 있다고 분석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접근하면 소확행은 전문직군으로 상위 소득계층에 속하는 치과의사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그러나 심리전문가는 치과의사일수록 소확행의 의미를 주의 깊게 생각해 볼 직군이라고 조언했다. 경제적인 관점으로만 접근하기보다 인간심리의 근본적 이해를 바탕으로 접근할 때 스트레스 받는 치과의사의 삶에서 소확행이 주는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지연 한국외대 교육대학원 상담심리학과 교수(학생상담센터장)는 “요즈음 유행하는 소확행이라는 말은 심리학에서 다루는 긍정심리학의 개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어떤 문제 상황에 대해 해결·극복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 자원을 확보하는데 무게를 두는 개념”이라며 “이러한 접근방식은 개인의 성향과 한계를 올바르게 바라보게 하고, 긍정적인 심리상태를 유지하는데 중심을 두기 때문에 스트레스 상황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오히려 치과의사라는 직업은 소확행을 추구하는데 힘든 직업군일 수 있다. 치과의사의 경우 보통 학창시절 경쟁에서는 우위에 서 성공적인 결과를 성취해 온 반면, 사회에 배출된 후에는 자영업의 개념이 큰 직업 환경에 따라 더 많은 스트레스 접점에 놓일 수 있다”며 “외국의 연구에서도 치과의사는 다른 의료직군에 비해 스트레스가 높은 것으로 꼽힌다. 고통을 느끼는 환자와 항상 직접적으로 대면해야 하는 진료환경이며, 환자 역시 불안감을 안고 진료에 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치과의사는 더 자신의 마음 돌봄에 신경을 써야하는 직업이라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소확행을 추구하는 가장 쉬운 길로 상담전문가 또는 종교지도자가 얘기하는 것은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라는 것. 삶의 작은 부분에 있어 감사하고 기뻐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긍정적 정서로 들어가는 가장 쉬운 출입구이자 소확행의 출발점이라는 설명이다. 

또 자신이 진정 좋아하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찾는 노력, 진짜욕망과 거짓욕망을 찾아 구분할 수 있는 성찰과 용기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남들이 즐거운 것이라고 하는 것, 성공의 지표라고 하는 것들이 진정 자신에게도 즐거움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는 조언한다.

치의학 관련 해외서적이나 치과 피겨린(Figurines) 수집 취미를 갖고 있는 권 훈 원장(광주 미래아동치과의원)은 “갖고 싶은 수집품을 해외 직구를 통해 받아 처음 포장을 뜯을 때의 기쁨은 그 무엇에 비할 수 없다. 요즈음은 네덜란드에서 출판한 치과 명화와 관련된 책을 사, 네덜란드어를 영어로, 영어를 다시 한국어로 번역하는 재미에 빠져있다”며 “동료들이 왜 골프를 안 치냐고 많이 했는데, 골프는 가게 되면 내기도 하는 상황이 생기고 나랑 안 맞더라. 이제 동료들도 포기했다”고 밝혔다. 누구나 느껴본 택배 상자를 뜯을 때의 설레임을 생각한다면 권 원장의 소확행이 금방 공감되리라. 

평소 술자리에서 좌중을 압도하는 분위기 메이킹, 멋진 기타 연주, 수준급의 탁구 실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진 이의석 교수(고대구로병원)는 다소 예상치 못한(?) 자신만의 소확행을 얘기했다. 술도 마셔보고 운동도 해보고 음악도 해 봤지만 스트레스를 이길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은 스트레스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라는 것.

이의석 교수는 “치과의사는 자존심이 강해서 환자와 문제가 생기면 더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 그럴 땐 환자를 이기려 하지 말고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넘기려 한다. 그러다 보면 평안이 온다. 종교 활동을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모두 다 사랑하라는 하나님의 말씀, 삶과 죽음을 생각하면 일상의 문제는 작게 보인다”고 말했다.


▶▶▶인터뷰 |  이지연 상담심리전문가,  한국외대 교수 =====================

“나만의 행복 리스트를 만들어 보세요”

이번 주 나를 즐겁게 한 소소한 행복찾기
내 생각과 다른 환자·직원 그대로 인정하기



“남의 행복, 남의 속도를 쫓으려 하지 말고 ‘나만의 행복 리스트’를 만들어 보세요. 그래도 힘들고 극복할 수 없다면 더 늦기 전에 전문가를 찾으세요.”

상담심리전문가 이지연 한국외대 교육대학원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치과의사들에게 자신의 일상을 돌아보고 새롭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소확행의 시작이라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이번 주 잘 진행됐던 일, 또는 무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잘 풀렸던 일, 병원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 일상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행위 등을 마음속에 리스트를 만들고 이러한 부분을 일상에서 반복시켜 보려는 노력이 소확행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스를 받은 상황에 대한 기억을 반복하는 것보다, 이를 극복한 상황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 같은 상황을 빨리 찾아가는 스킬을 찾으라는 것이다.

특히, 스트레스 상황에 대한 스스로의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러한 진단의 지표는 ▲평소라면 별 감정을 느끼지 않을 상황에 화를 내거나 공격적으로 반응하는 빈도가 높아질 때 ▲평소보다 폭음이나 폭식, 반대로 식사를 제대로 못하거나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있을 때 ▲집중력이 떨어져 평소라면 하지 않을 실수가 반복될 때는 과감하게 전문가의 도움을 찾는 것이 문제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또 이 교수는 직원이나 환자와의 관계에 있어 ‘마음 내려놓음’을 얘기했다.

이 교수는 “치과의사들은 내가 수준 높은 진료로 최선을 다했는데 돌아오는 반응이 좋지 않을 때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며 “역으로 환자의 입장에서는 치과진료는 다른 의과진료와 다르게 항상 고통과 공포가 수반되고, 또 돈도 상대적으로 많이 드는 치료다. 이러한 환자의 심리를 잘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이 스트레스를 덜 받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직원과의 관계도 마찬가지. ‘직원은 나만큼 병원에 애정이 없다’는 팩트를 실망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사실로 인정하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직원의 행동이 마음에 들이 않을 때는 막연한 꾸중보다 직원별로 해야 할 과업을 매우 구체적인 프로토콜로 만들어 제시하고, 안된 부분에 대한 수정을 요구하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직원이 왜 나와 같이 움직이지 않지?’라는 생각을 버리고 눈높이를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때로는 온전히 직원의 얘기에만 귀 기울이고 변화를 믿어보는 시도도 해 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사람마다 성향과 에너지가 다르다. 스킨스쿠버가 멋있어 보인다고 무작정 따라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나에게 맞는 것은 조용한 독서나 잠이 아니었는지 내면과 대화해 보라”며 “쌓이는 스트레스를 방치하고 나중에 한 번에 큰 보상을 해줘야겠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말 그대로 소확행, 일상에서 계속해 평온한 심리상태를 유지토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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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들의 소확행 살펴보기

워렌 버핏도 쉴 땐 우쿨렐레~~
체스, 바둑, 뜨개질, 걷기 등
자신만의 취미로 즐거움 찾아


세상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세계적 부호와 명사들도 자신만의 소확행을 통해 삶의 즐거움을 찾고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버크셔 해서웨이 CEO인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은 수십 년의 경력을 가진 우쿨렐레 애호가다. 해마다 버핏과 함께하는 점심식사가 30여억 원에 경매 낙찰될 정도로 바쁜 일상을 보내는 버핏이지만 언제나 일에 파묻혀 살지는 않는 셈이다. 버핏은 자선 사업을 위해 우쿨렐레 연주회 를 개최하기도 한다.

페이팔 공동 창업자로 알려진 피터 틸은 체스가 취미라고 한다. 과거 체스 국가대표로 활동했을 만큼 수준급의 실력을 지닌 틸은 “체스는 예술과 과학 그리고 스포츠가 결합한 게임으로 환상적이지만 중독성이 너무 강해 자제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테크 리퍼블릭과의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전 미국 대통령 조지 W 부시는 화가로서 많은 작품을 그리고 있다. 부시가 그린 것은 강아지 50마리, 풍경, 그리고 적어도 30명의 글로벌 리더들. 부시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2009년으로 대통령을 퇴임한 이후로 플로리다에서 1개월 동안 전문화가의 지도를 받았다.

영화배우 메릴 스트립은 뜨개질이 취미다. 영화 ‘다우트(Doubt)’에서 그녀가 착용하고 있던 목도리는 자신이 직접 손으로 짠 것으로 메릴 스트립은 많은 시간을 뜨개질 등의 취미로 보내고 있다.

만화의 아버지 월트 디즈니는 모형 기차 모으기가 취미였다고 한다. 어린 시절 부자인 친구들이 갖고 있는 모형기차가 갖고 싶어 부품을 하나씩 사 모으기도 했다고 한다. 나중에는 자신의 집무실과 집 마당에 미니어처 기차를 설치하기도 했다.

영화배우 하정우는 걷기가 취미다. 연기를 하면서 ‘어떻게 주어진 시간 안에 가성비 높은 휴식을 얻을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발견한 취미라고 한다. 최근 걷기에 관한 책도 출판했다.

故 구본무 LG 회장의 취미는 새 관찰이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새를 좋아했으며, 여의도 트윈타워 집무실에서 망원경으로 밤섬 철새를 관찰하곤 했다고 한다. 2000년 12월에는 조류도감 ‘한국의 새’를 직접 내기도 했다.

최근 화제 드라마 SKY캐슬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 윤세아의 취미는 바둑이다. 1975년 제1회 여류국수전에서 우승한 김상순 아마 5단이 그의 어머니다.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어린 시절부터 바둑을 배우고 즐겼으며 연기 집중력을 높이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연구를 하지 않을 때면 바이올린을 잡았다. 어디든 바이올린을 가지고 다녔고, 바이올린으로 모차르트 연주를 하며 우주와 상대성 이론을 생각했다고 한다. 아인슈타인은 “나는 종종 음악으로 생각한다. 음악으로 공상하고 음악적 형식으로 삶을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