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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도 인간이니?

-드라마 ‘너도 인간이니?’를 보고
스펙트럼

드라마 ‘너도 인간이니?’는 뻔한 설정과 독특한 설정을 동시에 가진 드라마이다. 소위 말하는 ‘회장님’의 ‘손자’는 ‘악역’에 의해 아버지를 일찍 여의게 된다. 그리고 회장님의 유일한 후계자인 손자는 ‘엄마’와 강제로 생이별을 하게 되고, 언제나 그룹을 호시탐탐 노리는 악역에 의해 위협받는 손자는 외로움속에서 자라 비뚤어지게 된다. 그리고 외국에서 혼자 외롭게 사는 엄마에게 몰래 찾아간 손자는 악역에 의해 큰 사고가 나서 의식불명이 된다. 이 드라마는 이런 뻔한 스토리 속에서도 참신한 소재가 돋보이는데, 그것은 바로 인공지능 로봇이다. 원래 로봇을 연구하던 엄마는 아들이 깨어날 때까지만 역할을 대신할 인공지능 로봇을 한국에 몰래 보내게 되는데, 그 로봇이 주인공을 대체하면서 후계자 자리를 지켜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 드라마에서 그 주인공 로봇이 보여주는 모습과 그것이 일으키는 반향은 매우 인상적이다.

보통 인공지능 로봇을 다루는 드라마나 영화는 그것을 과신함으로써 생긴 폐해에 집중을 한다. 인간들의 편리함을 위해 발달된 과학의 산물인 인공지능 로봇이 도리어 걱정된다는,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특히 그런 영화나 드라마는 인공지능 로봇에 크게 의존함으로써 생기는 몰인간성에 대한 경고가 큰 주제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그런 시각에서 완전히 벗어나 걱정해야 할 대상이 로봇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임을 보여준다. 주인공인 손자를 죽이기 위해 악질적인 행동을 하는 악역은 물론이거니와, 원래 손자의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어차피 손자를 대체하는 로봇이라는 생각에 주인공 로봇에게 함부로 하는 행동들을 보면, 인간들을 위해서만 행동하게끔 프로그램 되어있는 주인공 로봇과는 매우 대조된다. 그리고 로봇에게 함부로 하다가도 그 사이에서 간간히 보이는 인물들의 양심의 가책의 묘사를 보면 이 드라마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잘 알게 된다. 아마도 ‘너도 인간이니?’ 라는 제목은 그러고도 인간이냐는, 인간에게 던지는 본질적인 물음일 것이다. 

이 드라마의 작가나 연출자가 로봇관계자인지(?) 어떤건지 그 의도를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여기서 나온 인간성에 대한 묘사는 요즈음 쏟아져 나오는 많은 자극적인 드라마 속에서 의미 있는 주제의식이라고 생각한다. 주위의 로봇이라고는 집 청소 해주는 로봇밖에 없기에 로봇과 관련해서 큰 깨달음을 얻은 것은 아니지만, 인간성이라고 하는 보편적인 주제의식은 나에 대한 소소한 반성을 잠깐이나마 불러일으켰다.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인공지능 로봇’은 스스로를 한번쯤 비춰볼 수 있는 참신한 거울이기에, 시간이 난다면 한 번쯤 볼만한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개인적으로 인생(?)에서 소용돌이속을 헤매고 있는 나에게 조용한 사색의 여유를 준 이 드라마가 정말 고마웠다. 고학년이 되면서 학교생활이 자연스레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면서, 혼자서 공부만 하던 때와는 다르게 전에 없던 종류의 일과 맞닥뜨리는 경우가 잦았다. 돌이켜 보면 그럴 때마다 나의 묘심을 찾고, 조금이나마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던 것은 이런 소소한 사색들이었다. 머리가 나빠 대단한 무언가를 쉽게 깨닫진 못하지만, 앞으로도 이런 소소한 반성을 통해 더 나아진 내가 되길 바랄뿐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준엽 원광치대 본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