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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또 한 걸음

스펙트럼

매주 특별한 일이 없는 일요일엔 오전 6시경에 이제는 저절로 눈이 떠진다. 지난 13년간 해온 청계산 등산을 위해서이다. 함께 산에 오르는 멤버들과 아침 먹을 식당 주차장에서 만나면 6시 40분, 이 시간에 이수봉을 향해서 첫 걸음을 시작하게 된다. 약 2시간 정도의 무리스럽지 않은 산행 후에 산채비빔밥 등의 건강식을 함께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귀가하면 아직도 오전 10시밖에 안되니 그렇게 휴일의 하루는 길게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로 신기한 것은 10년도 넘게 해왔지만 꼭 자리에서 일어나려 할 때에는 마음속에서 갈등이 생긴다는 것이다. 저절로 눈은 떠지더라도 “이렇게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과연 건강에 좋은 일일까? 일주일동안 진료실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침대 속에서 뒹굴뒹굴 하면서 최대로 쉬는 것이 더 좋은 것 아닐까?” 하는 유혹의 속삭임이 머리 속을 맴돌면서 나가지 말라고 유혹한다. 정말로 어쩌다가는 꼬드김에 빠져서 침대 속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도 있는데 그런 날은 결국 하루를 일찍 시작하지 못한 것에 후회가 남게 된다. 그래서 오늘 일요일에도 아직 해가 뜨지 않은 하늘을 바라보며 집을 나서게 된다. 평소에 다니는 헬스클럽에 가면 정문에 큼지막하게 다음과 같이 써있다. ‘운동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건 헬스장에 오는 것입니다. 당신은 방금 그것을 해내셨습니다. 지금부터는 쉬운 것을 해보시면 됩니다.^^’ 아마도 등산을 위해서 자리에서 일어나 집에서 나오는 것이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 일게다.

또 하나 일관되게 똑 같은 것은, 산을 오르기 시작한 처음 10분이 가장 힘들다는 것이다. 경사로를 오르는 첫 발걸음을 떼면서 오르기 시작할 때에는 호흡도 가빠지려하고 다리도 부드럽게 움직여지지 않아서 ‘과연 오늘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으려나?’하는 마음이 드는데 그 처음의 짧은 시간만 지나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몸이 풀리면서 자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럴 수 있는 것은 소중한 동료들이 옆에 있으면서 함께 움직이고, 또 이런저런 삶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걸음을 옮기다보면 무더운 기온도, 매서운 겨울바람도 느껴지지 않고 오르고 또 오르게 되며 어느새 정상에 다다른 나를 발견하게 되고 그에 따른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 결코 처음에 빨리 오르려 한다고 더 빨리 오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묵묵히 오르고 또 오르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또한 언제나 한결같다.

내가 좋아하는 장석주 시인님의 ‘대추 한 알’이란 시는 다음과 같이 노래하고 있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 저 안에 태풍 몇 개 / 저 안에 천둥 몇 개 /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혼자서 둥글어질 리는 없다 /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매일 일상에서 보람을 느낄 때도 많겠지만 때로는 태풍, 천둥, 벼락같은 일들이 생길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에 우리가 이미 붉어지고, 둥글어지고, 단단해져 있다면 그런 일들은 스쳐 지나가는 일일 수 있다. 그러려면 치과대학을 졸업할 때에 외쳤던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기억하면서 항상 기초에 충실하고 조급하지 않게 병원 식구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어서 2인 3각 경기하듯 한 걸음 또 한 걸음을 옮기면 어느새 우리의 행복한 병원생활도 저절로 바로 옆에 다가와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전승준 분당예치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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