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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비싼 사진”

Relay Essay 제2336번째

장래 꿈이 무엇인가요? 초등학생 시절 담임 선생님께서 내주신 숙제의 답으로 무엇인가를 쓰긴 한 것 같은데, 당최 기억은 안 납니다만 그때 써냈던 답과 지금 나의 모습이 일치하지 않은 것은 명백합니다. 학부를 졸업하고도 반드시 이루고야 말겠다는 미래 지향적인 다짐도 없었던 듯한데, 지역치과의사회와 동창회 등 여기 저기 불려 다니며 회무를 하고보니, 다른 사람의 꿈을 이루어 주겠다는 다짐을 몇 번인가 했던 기억은 납니다.

그것 참 재미있는 물건이네하며, 처음 카메라 파인더를 들여다봤을 때도 이걸로 딱히 무얼 하겠다는 목적을 가지지 못했었던 것 같습니다. 기계적 호기심도 많은 성격이고, 유명 사진가들의 사진을 흉내 낸 최종 인화물을 받아보면서 나름 만족스럽기도 하면서 보낸 세월이, 돌아보니 어영부영 30년입니다.

사진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친하게 지내는 동생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사진가로서의 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사진을 찍는 게 꿈입니다.”
“어? 나도 그런데. 꿈이 같네.”

농담처럼 주고받았지만, 구체적이며, 주체적인 나의 꿈이 생긴걸 알게 되었습니다. 예술에 대해서, 그리고 인문학적 소양과 관련하여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마해야만 얻을 수 있다는 것까지.

대중들에게 널리 인정받고, 선택되어지고, 소장되어 벽에 걸릴 때 비로소 사진으로 완성됩니다. 스마트폰과 PC모니터로 올라오는 하루 수 천 수 만 장의 디지털 이미지보다, 곁에 두고 보고 싶어질 때 비로소 사진으로 인정받은 것입니다. 찍고 저장만 해놓은 사진을 프린팅 해보세요. 나도 사진가가 될 수 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현재의 모습을 기록하고 그려볼 수 있는 도구이자, 미래를 꿈꾸며 계속 정진할 수 있도록 해주는 달콤함을 주는 사진을 좋아합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보게 되고, 어제 보고 오늘 보았어도 새로운 감상에 빠지게 하는 사진을 찍고 싶습니다.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아득한 기억 저편 어딘가에 숨어버린 미소를 이끌어 올려주는 사진을 팔고 싶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사진 찍기에 도전해보세요!



Into the Fall 
sd Quattro H / El Nikkor 63mm  F2.8  1/160sec   ND400필터




한진규 세모치과의원 원장
전남치대·치전원 재경동창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