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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의였던 불교학자, 시인이 되다

김성철 동국대 교수, 불교시 모음집 ‘억울한 누명’ 출간
테라코타 작품 모음집 ‘고승과 수인’도 함께


‘나는 무심히 다가갔는데, 쏜살같이 달아나는 물고기 떼’/‘다행이다. 생각에 무게가 없어서......’ 이 짧은 시들에 제목을 붙인다면 무엇이 적절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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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철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불교학부 교수(서울치대 82졸)는 본의 아니게 물고기를 쫓아 보내고 마는 찰나의 순간을 ‘억울한 누명’이라고, 무지에 대한 성찰을 ‘가냘픈 목에게’란 시제로 표현했다.

김성철 교수가 최근 불교시 모음집 ‘억울한 누명(도서출판 오타쿠/www.otakubook.org)’을 펴냈다. 이 시집에는 김 교수가 인간과 자연, 생명과 세계, 삶과 죽음의 본질을 직관하고 통찰해 지은 86편의 시가 담겨 있다.

김 교수는 5~6년 전부터 주말마다 근무지인 경주와 서울을 오가는 고속버스 안에서, 또는 주차 중 운전대에 앉아서, 산책 도중 새로운 착상이 떠오르면 스마트폰 메모장에 글을 남기곤 했다. 이렇게 모아진 원고를 인간·자연·생명·불교 네 개의 주제로 나눠 정리했다. 불교시집이라고는 하나 종교에 대한 어려운 내용보다는 세속적인 우리의 삶, 또 가족, 자연에 대한 김 교수의 선한 시선이 주를 이룬다. 어려운 은유를 많이 하지 않고 일상의 언어 그대로 소박하게 써 나간 시들이 읽는 이를 편하게 한다.

김성철 교수는 대학 졸업 후 14년 개원의로 생활하며 불교철학을 함께 주경야독해 지난 2000년부터 불교학과 교수로 전업한 특이 이력의 소유자. 자신이 좋아하는 학문과 예술 본질을 찾아가는 여정에 정진해 이제는 불교학계의 중심에 있다. 현재 불교사회문화연구원장, (사)한국불교학회 회장이며, 그가 집필한 ‘원효의 판비량론 기초연구’와 ‘승랑-그 생애와 사상의 분석적 탐구’ 등 두 편의 저서는 현대 한국불교학계를 대표하는 명저로 꼽힌다. 또 김 교수가 개발한 명상기계 ‘사띠미터(Sati-Meter)’는 원래 이학자였던 김 교수의 특성을 잘 살려 명상수행을 과학화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교수는 이번 시집 출간에 더해 ‘고승과 수인-김성철 테라코타 2D 작품전’도 함께 출간했다. 이는 김 교수가 지난 40여 년간 틈틈이 제작해온 테라코타(점토조소) 작품들을 촬영해 아트북 형태로 묶은 것이다. 성철, 법정, 청화 스님 등 근현대 한국고승들의 모습과 여원인, 설법인, 시무외인 등 불보살의 갖가지 수인을 포함 13종의 작품이 담겨있다.



김 교수는 서울고 재학시절 은사 최충웅 선생님(전 서울산업대 조형예술학과 교수)의 지도아래 처음 조소작업을 접했고, 이후 평생의 예술 활동으로 이어오고 있다. 밥을 위해 치과의사의 길을 택했지만, 불교와 미술에 대한 본성을 꺾을 수는 없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얘기다.  

김성철 교수는 “치과계 친구들이 내 소식을 접하면 좋아하지 않을까 싶어 이번 신간 출간 소식을 전하고 싶다”며 “지난 삶을 돌아보면 ‘우물을 파도 한 우물을 파라’는 옛 속담과는 거리가 있는 삶이었다. 관심 있거나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기어코 하는 성미 탓이다. 그러나 이 모든 활동이 결국 불교의 추구를 지향하기에 ‘불교라는 한 우물’을 파는 작업의 일환이라고 생각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