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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신인학술상, 이젠 대상 석학으로

“불가능 수술 도전” 집념 45가지 성형재건수술법 개발
인터뷰/협회대상 학술상 정필훈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

협회대상 학술상 정필훈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


30여년 전 치협 신인학술상을 받았던 치의학자가 이제는 한국 치의학계를 대표하는 석학이 돼 다시 한번 치협으로부터 그 공로를 인정받는다.

제45회 협회대상 학술상 수상자로 선정된 정필훈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구강악안면외과학교실 교수는 “고맙다. 부끄러운 업적에 과분한 상이라고 생각한다. 더 정진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며, ‘서전(Surgeon)은 칼로 환자를 치료하지만 최후의 목표는 그 칼을 버리는 것’이라는 철학을 끝까지 추구하겠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1979년 서울치대 졸업 후 1989년부터 모교에 부임해 평생을 구강악안면외과 연구자 및 서전으로 살아온 그는 본과 4학년 때까지 피에 대한 공포로 기절을 했던, 미술을 좋아했던 여린 감성의 소유자였다.

그러던 정필훈 교수가 그때까지 불가능하다고 여긴 수술법을 개발하겠다는 일념으로 구강악안면외과학에 정진, ‘구강내 비-관골-상악골절단술(Intraoral Le Fort II/III osteotomy)’, ‘구강내 하악지 수직시상 골절단술(Intraoral Vertico Sagittal Ramus Osteotomy)’ 등으로 대표되는 총 45가지의 두개악안면수술법 개발 및 두개골성형술 미세수술도입 등 대한민국 치과수술의 지평을 넓혔다. 그 성과는 세계도 인정해 세계 최대 출판사 ‘Springer’사가 관련 교과서를 만들고 있다.

정필훈 교수는 “서전은 칼로 환자를 치료하지만 최후의 목표는 그 칼을 버리는 것이다. 그러기 전까지는 최고의 새로운 수술법개발이 필요하다”며 “어떤 수술도 단점은 있다. 이를 보완하고 또 보완해 가면 나만의 새로운 치료법이 되는 것이다. 피를 보기만 해도 졸도하던 20대 청년이 아이러니하게도 구강악안면외과 서전이 된 데에는 나만의 수술법을 만들어 교과서에 싣겠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이 외 줄기세포연구분야에서도 큰 성과를 냈다. 4종류의 치아줄기세포를 추출해 치아줄기세포은행을 만들고, 이를 이용한 조직공학적 치아조직재생 및 치주염·악골재생 세포치료제를 개발해 냈다. 관련 연구를 위해 설립된 치아생체공학연구소는 국가지정연구소 및 국가전략연구소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 한국줄기세포학회를 창립하고 학회지를 SCI 등재지로 성장시킨 것은 치의학분야 줄기세포 연구에 크게 공헌한 업적으로 평가받는다.

이와 관련 지난 2010년에는 교과부 장관으로부터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상, 2012년에는 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우수학술연구상을 받는 등 정부 공인 석학으로 인정받았다. 앞서 정 교수는 지난 2004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으로 선정, 의약학부운영위원으로 활동해 오고 있기도 하다.


#서울치대 관악캠 설립도 잊지 못할 업적
 인문·임상능력 향상 기여, 미래 서울대 총장 배출 믿어

정필훈 교수 얘기가 나오면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치과대학/병원 설립의 성과도 빼 놓을 수 없다. 49세의 젊은 나이에 서울치대 학장에 취임, 주요사업으로 진행한 관악캠퍼스 조성 사업에 대해 정 교수는 “인문학적 치과의사를 교육하는 지름길이 관악에서 교육시키는 관악캠퍼스 건립이란 마음으로 했던 일이다. 임상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낸 후 50대에는 내가 애정하는 조직에 공헌하고 싶었다. 서울치대 관악캠퍼스가 향후에도 계속해 재학생들의 인문학적 소양 및 임상능력 향상에 크게 기여, 폭넓은 인재로서 서울대 총장도 배출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밝혔다.

정필훈 교수는 빼곡한 수술과 연구일정 속에서도 국내외 의료봉사에 크게 힘을 기울여 왔다. 총 27차례 구순열 국제의료봉사를 이끌며 15개국 861명의 환자들에게 밝은 미소를 선사했다. 1998년 한국얼굴기형 환자 후원회를 설립해, 어려운 이웃에 대한 관심도 끊임없이 이어오고 있다.

이 같은 치의학자로서의 치열한 삶의 와중에도 미술에 관심이 가곤 했던 감성을 잃지 않고 최근에는 학문연구 외 미술작업에 매진, 전통한국화를 배워 자신이 집필 중인 영문 전공서에 직접 그림을 그려 넣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서울치대 미술반 창설 멤버이며, 현재 서울대미술관 ACP 운영위원이기도 하다. 오는 5월 APDC2019 기간 진행되는 치의미전에 출품한다는 그의 작품이 기대된다.

정필훈 교수는 “치과의사가 받는 DDS란 학위는 ‘Doctor of Dental Surgery’의 약자다. 즉 치과의사는 모두 서전이다. 충분한 분석과 정확한 진단, 치료계획으로 어떠한 환자라도 절대 희생시키지 않는 실력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 한다”며 “이러한 생각은 학생들과 수련의들을 교육하는데도 이어져 스파르타식의 교육법을 고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결과 단 한명의 환자도 희생시키지 않고 수술해 왔다고 생각 한다. 수많은 수술을 같이 한 수련의들에게 감사하며, 더불어 잘 가르쳐 주신 은사님들과 특히 남일우 지도교수님,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믿고 몸을 맡겨준 환자들에게 공을 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상을 실현하는 것이 인생이다’라고 가르쳐주신 어머님과 ‘언제나 생각하고 행동하라’ 하신 아버지, 든든한 아들과 센스 있는 며느리, 목소리 큰 딸, 착한 사위, 깜찍 손녀들, 이 모든 행복의 근원인 와이프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필훈 교수에 대한 시상식은 제41차 아시아·태평양치과의사연맹총회 및 제54차 대한치과의사협회 종합학술대회 기간 중인 오는 5월 11일 워커힐 비스타홀 Gala Night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