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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세상에서 꽃핀 예술, 큐비즘- ‘피카소와 큐비즘展’을 다녀와서

스펙트럼

올해 3월 말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피카소와 큐비즘’ 이라는 이름의 전시회가 진행되었는데, 입체주의라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거장 ‘피카소’를 중심으로 전시회가 구성되어 있다. 사물의 여러 관점을 종합하여 한 폭의 그림에 한번에 모두 담는 입체주의는 미술사에 한 획을 그었던 신(新)사조였다. 이 전시회는 그런 입체주의가 미술사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중심에서 피카소는 어떻게 거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는지를 미술사적 관점으로 설명한다.

입체주의는 한마디로 이성의 예술이다. 입체주의는 후기 인상파 화가인 ‘폴 세잔’의 조형적 시각에 기원하는데 폴 세잔은 원형, 원통, 원추로 자연을 묘사하기에 충분하다는 대상을 단순화하는 혁명적인 통찰을 제시한다. 그에 영향을 받은 피카소와 브라크가 입체주의를 이끌었으며, 관점을 다양화하고 주관적 생각을 화폭에 담는 이른바 ‘사고예술’인 현대미술의 초석을 마련한다. 나는 그런 피카소와 그에 의한 입체주의에 두 가지 관점에서 큰 감명과 경외감을 느꼈다.

첫 번째는 진실을 인식하고자 하는 피카소의 적극적인 태도이다. 피카소의 그림은 언뜻 보기에는 해괴해 보이고 추상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사물의 여러 관점을 모아 붙여 놓은 것이다. 이런 난해한 예술이 사실은 이성의 예술이며, 하나의 식견만 진실이고 나머지는 배제하는 태도에서 완전히 벗어난 피카소의 예술의 대한 태도는 비단 예술가가 아니라도 마땅히 배워야 할 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입체주의의 어원을 붙여준 앙리마티스는 ‘모든 정확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하는데 그는 입체주의의 초지(超知)적인 면모를 꿰뚫었다고 볼 수 있다. 혹자의 설명을 덧붙이자면 입체주의가 태동한 20세기는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등 현실에 대한 의구심이 만연한 복잡한 시대였다고 한다. 이런 세상 속에서 태어난 입체주의를 통해 피카소의 지성인으로서의 선구자적인 면모를 깨달을 수 있었다.

두 번째는 피카소에게 예술은 그의 인생에 진정한 동반자였다는 점이다. 종교가 모든 것을 지배하고 인간성이 말살된 암흑기에 자신의 감성을 표출하게 되면서 르네상스가 발전한 것처럼, 르네상스로부터 이어져 온 서양 미술의 전통에 도전장을 내미는 피카소의 혁신적 사조는 속박과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피카소의 집념이었다. 입체주의의 그러한 놀라운 통찰력은 예술을 사랑하는 진정한 마음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의 작품들은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자신의 삶과 주변의 세상을 담아낸다. 예술의 대상과 그 표현방식 모두가 ‘자신’에서 나온 그를 보며 과연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일이 그런 경지인 사람의 삶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복잡한 세상 속에서도 훌륭한 예술 사조를 이끌었던 피카소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을 노력과 인내, 고통 속에서 살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한편, 성취를 이룬 길이 자신이 사랑하는 길이라는 점이 매우 부러웠기도 했다. 대학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사회라는 넓은 과녁의 한 점에 내던져질 처지에 있는 나에게 이번 전시가 마냥 순수하게 예술을 즐길 수 있는 시간만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거장은 역시 거장이고, 그에게서 배울 점이나 부러워할 점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내 ‘인생의 이상’의 필요조건 중 하나를 어렴풋이 깨달았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고 했던가. ‘복세편살’을 점점 추구하게 되는 나의 적나라한 민낯을 원치 않게 조우해버렸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복잡하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해야 할 시기가 왔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에 소소한 감사함을 느낀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준엽 학생
원광치대 본과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