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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 인증과 점 하나

시론

내가 근무하는 곳은 의과대학 병원입니다. 작년 연말부터 ‘병원 3주기 의료기관 인증 조사’로 병원 전체가 여러 달 시설부터 장비, 문서 관리와 직원교육 등 모든 부분에 걸쳐 새롭게 준비하느라 정신없습니다. 간호부에서는 치과위생사를 포함, 모든 진료 보조원까지 감염교육 등과 인증 조사 대비 3차례 모의 실사까지 진행하였습니다. 덕분에 내가 근무하는 치과에서도 unite chair까지 인증조사에 맞춰 새것으로 장만 할 수 있었습니다.

과거 치과 장비나 기계를 교환하거나 새로 구매하려면 이런저런 과정과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하였던 것과 비교하면 ‘의료기관 인증조사를 위해 문제가 되는 치과 기자재’가 있다는 한 문장만으로도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이고 보면 의료기관 인증의 무게가 실로 크게 다가옵니다.

그러나 이런 외형적이고 형식적인 문제 보다 의과대학병원 내의 인증조사에서 현실과 동 떨어진 조사의 답답함을 느끼게 되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조사자의 치과에 대한 정보 부재로 오는 현실성의 차이는 ‘레진 파우더 등 소독이 불가한 치과용 재료를 어떻게 소독하여 사용하는지 질의가 오거나, 치과에서 Wax Rim 조절을 위한 알코올램프 사용이 치과 내에서 유해 화학물질 사용으로 인증 조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는 등 지적이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조사를 위한 조사가 아닌 진심으로 환자의 안전과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한 의료기관 인증 조사에서 치과는 다소 괴리감이 있기에 혼돈스럽기까지 합니다.

이번 의료기관 인증을 위한 많은 직원들의 노력은 때론 민망한 경험을 하게 될 때가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유리문을 너무 깨끗이 하여 닫힌 유리문이 열린 줄 알고 씩씩하게 가다가 나도 모르게 그만 유리문에 부딪히는 그런 경우가 있었습니다. 얼굴은 얼얼하고 머리는 띵한데 창피한 나머지 아픈 티조차 내지 못하고 혹시 누가 봤을까 하여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황급히 그 자리를 벗어나면서 얼굴이 화끈 거리기도 했습니다. 그 순간은 창피하다기보다는 매우 위험한 순간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새들도 이런 위험한 상황에 자주 직면 합니다. 사람들이 곳곳에 만들어 놓은 방음 유리벽이나 투명한 구조물에 충돌하는 경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야생조류가 도로변 투명 유리 방음벽이나 아파트 유리창, 그리고 최신식 고층 유리 빌딩에 충돌해 죽어 있는 것을 심심하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환경부에서 그런 안타까운 사건을 줄이기 위해 도로변 방음벽에 조그만 스티커를 붙여 새들에게 유리의 존재를 사전에 알아보게 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했습니다. 6mm의 크기의 정사각형 모양의 스티커를 5mm 간격으로 유리 방음벽에 붙이자 놀라운 변화가 생겼습니다. 도로변에 야생조류의 폐사체가 줄어든 것입니다. 스티커로 인해 유리벽에 부딪히는 사고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이고, 점 크기가 크지 않아 자연 경광을 보는 데 지장이 없어 사람들에게도 불편함이 없기도 합니다. 작은 점 하나하나가 소중해 보입니다.

의료기관 인증 조사 또한 치과의 형식과 외형의 검사가 아니라 작지만 진정으로 환자를 위하는 치과에 대한 작은 점과 같은 사랑의 검사로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사랑은 그 크기 때문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따뜻한 온기만 있다면 점 하나로도 충분함을 깨달으며 인증조사 기간 동안에 내 마음에도 점 하나를 조용히 찍어 봅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