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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유불급(過猶不及)과 소탐대실(小貪大失)

Relay Essay 제2347번째

필자는 중학시절 한문시간에 한자의 오묘한 뜻과 의미가 담겨 있는 글에 관심을 갖다 보니, 우리말을 이해하는데 반드시 한자를 배워야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말의 60~70%가 한자를 알아야 국어를 잘 할수 있고 국어를 잘 하면 영어를 잘 할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았다. 그렇다고 영어회화에 능통하는 것은 아니지만 문장의 이해는 쉬웠다. 요지는 그렇다. 세월이 흘러 나이를 먹다보니 과거 선현들의 삶과 부모님 세대에 대한 인생길이 나도 뒤늦게 좇아간다는 사실이다.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미래에 대해 준비할 때 순탄한 인생길을 갈수 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평소에 좋아하는 한자의 사자성어가 있는데 바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우리의 생활에 자주 쓰이는 과유불급에 대해 살펴보면 논어의 선진편에 나오는 말로 <子貢問師與商也孰賢. 子曰, 師也過, 商也不及. 曰, 然則師愈與. 子曰, 過猶不及>이란 대목이 나온다. 이 말뜻을 해석해보면 “자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제자중에 자장과 자하가 있는데 어느 쪽이 더 어질고 낫습니까?” 라고 물었다. 그러자 스승인 공자가 대답하기를 “자장은 지나치고 자하는 미치지 못한다”라고 했다. 그러자 자공이 다시 공자에게 물었다. “그럼 자장이 더 낫단 말씀입니까?”하니 공자가 대답하기를 “아니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다를 바가 없다”라고 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지나침은 오히려 모자람만 못하다”라는 뜻도, “지나친 것 보다 미치지 못하는 것이 낫다”라는 뜻도 아니다. 과유불급이란 글자에서 유(猶)자의 훈(訓)을 보면 서술어로 쓰일 때는 같다 라는 의미이므로 “지나친 것과 미치지 못하는 것은 같다”라는 뜻이다.

골프라운딩을 하면서 홀컵에 퍼팅을 할 때 너무 욕심을 부리다 홀컵을 지나쳐 가는 것과 홀컵에 미치지 못한 상태로 근접 할때를 비교하면 적절한 비유일지 모르겠다. 아무튼 과(過)하다 라는 것은 지나치다 라는 것인데 “버디 찬스”가 “보기”가 되는 것을 종종 볼수 있는 대목이다. 또 다른 예시이긴 하나 지나친 것은 과식, 과체중, 과욕 등이 있다. 음식을 적당히 섭취해야 우리 몸에 좋은데, 너무 많이 먹어 영양과잉으로 질병을 유발하는 경우 또는 다이어트를 한다고 너무 적게 먹어 영양실조에 걸리는 것이 해당된다.

최근 아는 지인 중에 50대 중후반으로 같은 동료 치과의사인데, 간암 말기라는 소문을 들었다. 그는 비교적 대인 관계는 원만했다. 누구나 그러하고 인간이면 물욕이 있듯이 다만 환자에 대한 욕심, 재물에 대한 욕심은 많은 분이었다. 주변 얘기로는 건물도 몇 개 소유하며 부의 축적을 이루었다고 했다. 평소에 건강검진을 소홀히 했는지 간암 말기가 될 때까지 사실을 몰랐고 지금은 병상에 누워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어떤 분이 질병에 걸리면 평소에 그 사람의 생활습관과 성격을 토대로, 나름 이환된 질병의 원인규명을 해보기도 한다. 과욕이 부른 결과로 연결시키기엔 무리가 있을 수 있겠으나 과유불급 고사성어에 대한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보게 한 부분이다.

이밖에 과유불급과 연관된 사자성어는 북제유주(北齊劉晝)의 신론(新論)에 나오는 소탐대실이다. “작은 것을 탐하다 큰 것을 잃는다”는 뜻으로 우리 주위를 보면 작은 것에 연연하는 사람이 있다. 작은 일에 전전긍긍하면 소화도 안되고 스스로를 괴롭혀서 스트레스를 잘 받는다. 너무 작은 것에 연연하다 큰 것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얘기다. 작은 것에 관심을 갖지 말라는 것이 아니고 지나치게 연연하지 말라는 뜻이다.

최근 정치계에서 지지부진한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추진하는 것을 가지고 여야가 몸싸움을 벌이는 일, 치과계에서 APDC 행사를 유치하고 준비하면서 회원 및 치과계 주변인들게 미치는 영향은 어떠했는지도 평가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무엇이든 지나침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을 잃게 한다. 이런 상황에 빠지지 않으려면 탐욕을 내려놓고 자신을 냉정하게 살피는게 필요하다. 그래야 인생을 바르게 유지하고 가치 있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일상생활에서 지나친 일을 생각하고 볼 때마다 무소유의 정신을 일깨워준 법정스님이 생각난다.


이승룡 원장
 뿌리샘치과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