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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우식증 관련 세균들의 이야기

중기의 재미있는 구강 세균 이야기(4)

연재순서
1회 구강 세균의 유래
2회 구강 세균 명명법
3회  세균들아 입안에서 어떻게 살아가니?
4회  치아우식증 관련 세균들의 이야기
5회  치주질환 관련 세균들의 이야기
6회  유익균과 유해균 그리고 균주의 다양성
7회  구강세균과 전신질환과의 관계
8회  잘 있고 있는 듯 하지만 잘 모르는 구강위생용품 사용법
9회  한국구강미생물자원은행은 어떤 일들을 하나요? 
10회  에필로그

치아우식증은 원인균은 일반인들에게 뮤탄스균이라고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TV 광고 방송에서 소개된 이름이죠. 방송에서 의미하는 뮤탄스균의 정식 학명은 ‘Streptococcus mutans’ 입니다. 그러면 치아우식증을 유발시킬 수 있는 세균 종은 S. mutans가 유일할까요? 물론 아니죠. 치아우식증의 발생 과정을 이해하면 치아우식증을 유발시킬 수 있는 세균 종은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치아우식증은 치면세균막에 존재하는 세균들의 당질 대사를 통해 생성되는 유기산(젖산이 대표적)에 의해 치아 표면이 탈회되면서 시작되죠. 이처럼 당질 대사를 통해 유기산을 생성하는 세균 종들을 ‘유산균’이라고 합니다. 학술적으로는 ‘Lactobacillales 강(order)’에 속하는 세균 종들을 말합니다. 여기에는 여러분들이 흔히 유산균이라 알고 계시는 Lactobacillus 속(genus)에 속하는 세균 종들뿐만 아니라 연쇄구균(streptococci)들도 이에 포함됩니다. 또한 방선균의 일종인 Actinomyces에 속하는 균종들도 치아우식증과 연관성이 있음이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메타지놈연구 연구들에서 치아우식증 병소에서 S. mutans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보고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을 살펴볼 때, 구강 내에서 S. muatans 이외에도 치아우식증을 유발시킬 수 있는 세균 종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S. mutans와 치아우식증과의 관련성이 떨어진다고 해석하면 절대로 안됩니다. 왜냐하면 S. mutans는 젖산과 같은 유기산을 생성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치면세균막 기질의 pH가 5.0 이하인 환경에서도 해당작용(glycolysis) 활성이 50%는 유지되고, pH 4.0까지 낮출 수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연쇄구균은 어떨까요? Streptococcus sagnuinisStreptococcus salivarius들도 해당작용과 발효과정을 통해 젖산 등의 유기산을 생성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pH 6.2-6.7에서 해당작용 활성이 약 50%로 떨어지고, pH 5.7에서는 세균 성장이 50% 억제됩니다. 즉, 유기산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은 있지만, S. mutans에 비해서는 내산성(acidic tolerance)은 한참 떨어집니다. pH ‘1’의 차이는 H+의 농도가 10배 차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산성(pH 기준)이 어느 정도 일 때 치아 표면에서 탈회가 일어날까요? 여러분들 중 일부분은 치과의사국가고사 미생물 시험에서 이러한 문제를 접하셨을 것이라 생각되네요. 바로 pH 5.2-5.6이 치아 탈회가 일어나는 임계 pH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치아우식증의 원인균은 당질 대사를 통해 젖산과 같은 유기산을 생성할 수 있으며, 산에 대한 내성이 강한 치면세균막 내 세균 종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치아우식증 발생에 있어서 중요한 요인은 치면세균막 내 당질대사를 하는 세균만 있을까요? 절대로 아니죠. 왜냐하면, 세균이 해당작용과 발효과정을 거쳐서 유기산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당질의 치면세균막에 공급되어야 하고, 젖산 등의 유기산에 의해 치면세균막의 pH가 5.2-5.6 이하로 오랫동안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당질 중에서도 포도당과 과당이 결합된 이당류인 설탕이 있어야 합니다. 그림 1에서 TH 배지(0.2% 포도당이 함유됨)보다 TH 배지에 0.2%의 설탕을 더 첨가한 배지에서 S. mutans가 더욱 많은 유기산을 생산하여 배지의 pH을 더욱 낮추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설탕은 뮤탄스 그룹 연쇄구균a)들의 세포외다당류를 만드는 데 기질로 사용될 수 있지만, 포도당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럼 세포외다당류는 어떤 기능을 할까요? 까치가 집을 지을 때 나뭇가지를 모아 둥지를 짓듯이 세균들도 세포외다당류를 만들어 자신의 둥지를 짓습니다. 세포외다당류는 끈적끈적하여 뮤탄스 그룹 연쇄구균이외의 다른 세균들도 집락화가 잘 되게 도와줍니다. 또한 치면세균막 내 당질이 고갈되면 dextranase라는 효소를 분비하여 세포외다당류를 분해하여 당질을 보충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세포외다당류 합성은 세균들의 세포막에 존재하며 ATP라는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설탕을 포도당과 과당으로 분해할 때 발생되는 에너지를 이용하여 진행됩니다.

그렇다면 젖당(포도당+락토스)이나 맥아당(포도당+포도당)과 같은 이당류는 세포외다당류 합성에 기질로 사용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는 못합니다. 왜냐하면 이들 이당류가 분해될 때 나오는 에너지는 세포외다당류를 합성하는 데 충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설탕 섭취를 차단하는 것이 치아우식증 예방에 매우 중요합니다. 즉, 치아우식증 발생에 있어서 당질대사를 통해 유기산을 만들면서 내산성이 강한 세균과 설탕 섭취가 매우 중요한 원인인자라 할 수 있습니다.

당질대사를 통해 치면세균막 내의 산성이 계속 증가하면 어떻게 될까요? 대부분의 세균들은 모두 성장을 멈추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세균들은 이러한 현상에 방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미노산 중 하나인 알지닌(arginine)을 분해해서 암모니아(NH4+) 생성을 유도하여 치면세균막 내 산성을 중화시킬 수 있는 세균들이 존재합니다. 이는 arginine deiminase를 가지고 있는 세균들이죠. 백서의 구강에서 발견되는 뮤탄스 그룹 연쇄구균 중 하나인 S. rattus가 대표적입니다.

그림 2를 보시면 S. rattus는 0.2% 설탕과 0.3% 알지닌을 첨가하여 배양하면, 처음에는 설탕을 이용한 당질대사를 통해 에너지를 얻다가 설탕이 고갈되면 알지닌을 분해하여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arginine deiminase 시스템을 갖는 연쇄구균은 더 있습니다. 치면세균막 내 산성을 중화시킬 수 있는 세균에는 그람 음성 혐기성 세균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당질대사보다는 아미노산대사가 우세하게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지난 호에 세균들이 서로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간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같은 연쇄구균이라도 대사적 특성이 달라서 그들의 삶의 터전인 치면세균막 환경을 깨트리지 않으면서 살아갑니다. 참 오묘하고 신기하죠. 우리는 어떤가요?

그렇다면 또 다른 치아우식증 원인인자는 없을까요? 여러분들도 다 아시는 바와 같이 숙주요인과 시간입니다. 즉, 타액이 잘 분비되지 않거나 치아 배열이 불규칙한 경우나 법랑질형성부전증이 있을 경우입니다. 그리고 치아우식증은 단시간에 발생하는 것이 아닌 만성질환에 속합니다. 그래서 치아우식증의 원인요인은 병원체요인, 환경요인, 숙주요인 및 시간이 되는 것입니다(그림 3). 그러므로 치아우식증을 세균의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되겠습니다. 다음 호에서는 치주질환 관련 세균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a: 뮤탄스 그룹 연쇄구균이란 16S ribosomal RNA 유전자(16S rDNA) 핵산염기서열의 상동성을 발생유전학적 측면에서 분석하여 했을 때 연쇄구균이 6개의 그룹으로 나눌 수 있는데, S. mutans와 가까운 연쇄구균들을 그룹화한 것을 의미함. 뮤탄스 그룹 연쇄구균은 사람의 구강에 서식하는 S. mutans, S. sobrinus, 원숭이에서 발견되는 S. downei, S. macacae, 백서에서 서식하는 S. rattus, 햄스터에서 존재하는 S. cricetus 등으로 구성되어 있음.

국중기 교수
조선치대 구강생화학교실 및 한국구강미생물자원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