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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거 류현진과 일관성

시론

야구를 좋아하는 야구광들에게 프로야구의 시즌인 지금은 더 없이 즐거운 계절입니다. 특히 내가 응원하는 팀이 이기고 그중에 좋아하는 타자가 안타나 홈런을, 또는 좋아하는 투수가 승리 투수라도 되면 동료들에게 내가 이긴 것처럼 치맥 파티라도 열어주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최근 우리 선수들이 해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국위를 선양하고 있습니다. 추신수, 최지만, 강정호, 류현진 등 야구를 좋아하지 않아도 연일 뉴스에서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 이름을 거명하기에 한번은 들어본 이름들입니다.

그 중에서도 류현진은 최근 미국에서 가장 유명세를 톡톡히 하고 있는데 내셔널리그(NL) 5월의 투수상을 수상하고 현재는 미국 메이저리그 투수 상 중 가장 영예롭다는 사이영상(Cy Young Award) 내셔널리그 수상자 후보로 거명중입니다. 그런데 야구경기에서 선수 뿐 아니라 심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포수 뒤에 앉아서 공 하나하나를 판정하는 주심의 경우는 더욱 그 중요성이 커집니다. 그런데 가끔 선수들이 주심의 판정에 불만을 드러낼 때가 있습니다. 본인이 보기에는 볼인데 주심이 스트라이크라고 판정을 하면 당연히 고개가 갸우뚱해지기 때문입니다. 사실 주심이 누구인지에 따라 볼 판정 기준이 조금씩 달라지긴 합니다. 어떤 주심은 다소 높은 공을 스트라이크로 판정하지만, 다른 주심은 그 공을 볼로 선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선수들은 심판의 판정에 적응하기 시작합니다. 왜냐하면 본인의 기준과는 달라도 심판의 판정 기준에는 그 나름대로의 일관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최악의 심판은 판정기준에 일관성이 없는 사람입니다. 똑같은 코스의 공인데도 어떨 때는 볼로 선언하다가 또 어떤 때에는 스트라이크로 선언하는 경우 선수들은 혼란에 빠집니다.

오늘 오후 최근 개업한 25년 아래인 고등학교 후배가 문자가 왔습니다. 시골에서 개원하여 노인 환자들이 대다수인데 이분들이 내원할 때마다 처음 내원과 다른 예기를 하고 있어서 진료가 힘들다고 하면서 때로는 원하는 내용을 들어주지 않으면 고성이 오가고 대기실 환자들은 내용도 모르면서 환자편만 든다고 호소합니다. 아마도 판정의 기준에 일관성 없는 주심처럼 환자도 원하는 치료의 일관성이 없는 상태인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면 치료하는 의사의 진료적 일관성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 후배 치과의사에게 진단 후 일관성 있는 치료 계획을 설명하였는지 물었습니다. 후배는 머뭇거리며 시골 노인이라 설명을 해도 모른다는 변명만 늘어 놓았습니다.

일관성은 타인과 인간관계를 맺어 가는 삶의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와 비슷한 기준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과는 아무런 문제없이 편안하게 관계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나와 다른 기준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도 최소한의 인간관계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초지일관된 기준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예측 가능한 대응이 이뤄집니다. 가장 불편한 사람들은 ‘왔다갔다’하는 사람들입니다. 어떨 때는 이것을 기준으로, 또 어떨 때는 저것을 기준으로 삼아 마구 변하는 사람들에게 적응하기란 좀처럼 불가능해 보입니다. 기분과 상황에 따라 변신하는 변덕스러움은 이기적인 욕망에서 비롯됩니다. 맞건 틀리건 나름대로의 일관된 언행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인간관계의 최소한의 기본이고 매너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도 또 내일도 미국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들이 일관성 있는 주심의 경기에서 승전을 기대해 봅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  진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