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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좋아하십니까?

스펙트럼

"시”를 좋아하십니까? 두번째 문장부터 반전이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시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노래는 시에 음이 붙은 것이기는 합니다. 기술적(?)으로는 맞는 이야기이지만, 노래와 시는 엄연히 틀립니다. 노래는 신나게 부를 수 있어도, 시는 지겨울 따름 입니다.

시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한다고 해도 무리가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시의 역사만 해도 중고등학교 국어시간에 배웠듯이 향가, 고려가요, 시조 등이 있습니다. 정형화된 형태로 문학의 일부로 볼 수 있는 것들이 이 정도이지, 구전되는 것들까지 생각한다면, 역사를 훨씬 더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인류 전체 역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초기의 시는 구전역사, 족보, 법 등을 외우기 쉽게 하기 위하여 사용되었습니다. 고대 시에 대해서는 수메르 문명에서부터 그 증거를 찾을 수 있으며, 베다스, 오딧세이 등 또한 시의 범주로 넣을 수 있습니다.

시와 노래의 구분을 음에 맞춘다면, 역사적으로 그 구분이 불분명한 것들이 많을 것입니다. 우리는 시로 알고 있지만, 실제 역사 속에서는 노래로 불리고 구전되어 온 것들도 많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시와 노래를 자꾸 구분하려고 하는 것은, 시를 좋아하는 현대인이 소수일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차분히 앉아서, 아니 앉지는 않더라도 차분한 마음을 가지고 시를 음미해야 할텐데, 차분한 마음으로 시를 음미할 수 있는 상태의 현대인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습니다.

커피를 시키는 단 몇 분이 기다리기 힘들어서 스마트폰으로 주문을 하고, 정해진 시간에 보는 티비 보다 바로바로 보고 싶은 유투브를 시청하고, 시장에서 흥정을 하고 이야기를 하기 보다는 그마저도 인터넷으로 보는 현대인에게, 과연 시가 끼여들 틈이 있을까요?

이분법적으로, 시를 좋아하는 것이 선이고 그렇지 않은 것이 악이라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문명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그에 따라 생활 방식, 습관 모두 바뀌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우스갯소리지만 고대 문명의 문자를 해독해보니, 요새 아이들 버릇 없다는 내용이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결론적으로 “시를 좋아해야 합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시”라는 것은 읽기도 힘든 상태이다라는 문제제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프랑스의 소설가 폴 부르제가 1914년 “정오의 악마”라는 책에서 이야기하였듯이 “생각하는대로 살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것을 한번쯤 생각해볼 만한 것입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