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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주질환 관련 세균들의 이야기

중기의 재미있는 구강 세균 이야기(5)


연재순서
1회 구강 세균의 유래
2회 구강 세균 명명법
3회  세균들아 입안에서 어떻게 살아가니?
4회  치아우식증 관련 세균들의 이야기
5회  치주질환 관련 세균들의 이야기
6회  유익균과 유해균 그리고 균주의 다양성
7회  구강세균과 전신질환과의 관계
8회  잘 있고 있는 듯 하지만 잘 모르는 구강위생용품 사용법
9회  한국구강미생물자원은행은 어떤 일들을 하나요? 
10회  에필로그

여러분들은 치주질환과 관련된 세균이 몇 종이나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대부분 잘 모르시겠다고 말씀하실 것 같네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여러 치주질환 원인균종을 알아내기 위한 여러 역학조사 연구가 진행되었지만, 지금까지 완전히 알아내지는 못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아마도 너무도 많은 세균 종들이 구강 내에 살고 있어 모든 세균 종들에 대한 병인론 연구를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사람의 구강 내에는 약 770-1,200여 세균 종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개개인의 구강 내에는 약 200여 종만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이는 사람마다 존재하는 세균 종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치주질환 환자의 치은연하치면세균막을 채취하여 배양해보면, 사람마다 자라나는 세균 군락들의 모양이 다양합니다(그림 1). 그래서 일반적으로 치주질환에 이환된 치아와 건강한 치아 각각에서 분리된 치은연하치면세균막에 존재하는 세균의 종류와 정량적인 차이를 비교한 연구를 통해서 치주질환원인균이라 생각되는 10종 내·외의 세균 종을 이용한 병인론 연구가 진행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한 세균 종들 중 일부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주요한 치주질환원인균은 소크란스키 연구팀에 의해 ‘red complex’라고 알려진 Porphyrolomans gingivalis(Pg), Tannerella forsythia(Tf) 및 Treponema denticola(Td) 삼총사입니다. 이들 삼총사는 여러 분자역학 연구결과에서도 일치되게 치주질환에 이환된 치아의 치면세균막뿐만 아니라 타액 내에서 많이 검출되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들 삼총사는 단독보다는 둘 또는 셋 씩 짝지어서 함께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숙주의 구강조직 세포를 파괴할 수 있는 강력한 미사일(단백질 가수분해 효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들을 ‘람보’라고 칭합니다. 이런 저의 생각에 대해 아주대 지숙 교수님은 Pg는 ‘람보’보다는 ‘린자’라고 생각하신다고 이야기하시네요. 왜냐하면 구강조직세포는 세균(적)의 침입을 알리기 위해 염증성 사이토카인(경보 신호)을 분비하여 면역세포들(아군)을 불러드리는 데, Pg에 대해서는 염증성 사이토카인 분비가 적기 때문입니다. 또한 Pg는 gingipain이라는 강력한 단백질 가수분해 효소를 생산하여 분비합니다. 즉 Pg는 자신의 존재를 숨기면서 조용히 침입하여 숙주 세포의 파괴를 유도한다는 뜻입니다. 저도 지숙 교수님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대장암과의 연관성이 밝혀져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세균 종이 있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Fusobacterium nucleatum(Fn)입니다. 불과 5년 전까지는 Fn은 치주질환 이환여부에 상관없이 대부분의 치면세균막에 존재하기 때문에 치주질환 원인균으로 생각하지 않는 연구자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17년 전부터 Fn이 치주질환 발병에 있어서 중요한 세균 종이라 생각하여 지금까지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 왔습니다. 그 이유는 1) 대부분의 구강 세균 종과 응집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치은연하 치면세균막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2) 치면세균막 내 산소나 산소유리기를 제거해주어 혐기성 세균들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며, 3) 그 자신도 여러 단백질 가수분해 효소들을 분비하여 구강 조직을 직접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러한 특징을 갖는 Fn은 군대의 ‘베이스 캠프(base camp)’에 비유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어떤 연구자는 Fn이 없으면 ‘린자’인 Pg가 살 수 없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하였습니다. 최근 Pg가 치주질환 발생에 있어서 ‘keystone’이라는 주장이 큰 호응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Pg 못지않게 Fn도 중요한 ‘keystone’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저의 Fn에 대한 중요성을 10년 넘게 기억하고 계셨던 전남대 치대 이시은 교수님은 최근 Fn과 Pg에 대한 백신을 개발하여 그 결과를 발표하셨습니다(Mucosal Immunol. 2019;12:565-579). 

이제 치주질환원인균 세계의 특수부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그는 바로 Aggregatibacter actinomycetemcomtans(Aa)입니다. Aa는 유년형 치주염(급성 진행형 치주염)의 원인균종으로 처음 소개되었습니다. 이는 처음으로 특정 치주질환의 원인균으로 알려진 최초의 세균 종입니다. Aa의 강력한 미사일 중 하나가 바로 leukotoxin입니다. 여러분들도 기억나시죠. 유년형 치주염은 상악 전치부와 상하악 제1대구치 부위의 치조골이 단시간 내에 파괴되는 특징을 갖는다는 것을요. 그런데 다행인 것은 Aa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인성 치주염과는 관련성이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흑인과 중남미인들의 성인성 치주염과는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처럼 Aa가 특정 치주질환과 관련성이 높기 때문에 저는 ‘특수부대’라고 비유합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해 드릴 세균 종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치주치료 예후와 관련성이 높은 Prevotella intermedia(Pi)입니다. 지금은 은퇴하신 조선치대 예방치학 교실의 김동기 교수님은 우리나라에 잇솔질법 중 하나인 이쑤시개 법(toothpick method)을 처음 임상에 적용하신 분이라 알고 있습니다. 제가 보건소에 근무할 때 우연히 교수님을 찾아뵈었습니다. 그 때 저에게 이쑤시개 법을 소개해 주시면서 한 환자의 치료 전·후 파노라마 사진을 보여 주셨습니다. 치료 전 사진에는 상악 좌측 구치부 치조골이 많이 파괴되어 있었고, 치료 후 사진에는  치조골이 많이 재생된 것이 보였습니다. 그 환자가 바로 김동기 교수님 자신이었습니다. “환자의 고통을 알기 위해서는 자신도 같은 경험을 해 봐야한다”라고 말씀하시면서 몇 달 동안 상악 좌측 구치부를 잇솔질하지 않으시고, 이쑤시개 법으로 비외과적 치료를 하셨던 것이었습니다. 그런 연유로 해서 제가 치과대학에 발령을 받고 김동기 교수님과 2년 동안 32명의 치주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이쑤시개 법으로 잇솔질을 한 후 1달 후에 초기 치주치료 효과를 임상지수와 세균 검출 조사를 통해 확인하였습니다. 이때 치주치료 성공여부는 BOP가 음성이면 성공, BOP가 양성이면 실패라고 정했었습니다. 연구 결과 이쑤시개 법에 의한 초기 치주치료 효과가 있는 환자들과 효과가 없는 환자들의 치은연하치면세균막 내 세균을 비교해 보니, Pg와 Tf보다 Pi가 존재하는 경우 초기 치료가 실패한 경우가 월등히 많았습니다. 이 결과를 학술지에 투고하였는 데, 심사자분들이 여러 참고문헌을 인용하면서 “다른 연구자들의 결과는 Pg, Tf, Aa 등이 Pi보다 치주치료 실패와 연관성이 높다”고 하시면서 저희 결과를 믿기 힘들다는 평을 주셨습니다.

마침 저희 선행연구 결과물 중에 BOP 양성인 치은연하치면세균막에서 Pi 검출률이 56.3%이고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19.4%이었다는 논문이 있었습니다. 이를 근거로 해서 한국인에서는 다른 나라 사람들과는 달리 Pi가 초기 치주치료 예후와 가장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는 것을 주장하여 논문 게재 판정을 받았습니다(Microbiol Immunol. 2005;49:9-16). 하지만 이러한 결과가 Pi 단독에 의한 결과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Tf와 Pg도 유의성 있는 차이가 있었고, 다른 세균 종들의 검출 빈도는 조사하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6개 세균 종에 대해서만 알아보았습니다. 그럼 다른 세균 종은 치주질환과 관련성이 적은 것일까요? 당연히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다른 세균 종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기 때문에 언급을 못 하였고, 아직까지 병인기전 연구가 시도조차 안 된 세균 종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중요한 사실은 치주질환도 세균에 의해서만 발병되는 것이 아니란 점입니다. 숙주의 면역 시스템이 온전하지 못하거나 구강위생관리가 소홀할 경우 치주질환에 이환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구강 내 세균들은 항변합니다. “왜 저희들만 탓하시나요? 그리고, 왜 저희들을 좋은 애(유익균)과 나쁜 애(유해균)로 차별하시나요?” 다음 호에서는 이러한 구강 세균들의 억울함을 여러분들께 전해 드리겠습니다.


국중기 교수
조선치대 구강생화학교실 및 한국구강미생물자원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