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대전 치의 골프채 피습 치과계 일파만파

의료인 폭행 방지법 무용지물, 대전 개원가 트라우마
김철수 협회장, 피해 회원 위로 "방문 100% 돕겠다”
피습 전 두 차례 치과 문 앞서 대기, 계획 범행 CCTV 장면 포착


2016년 ‘의료인 폭행 방지법’, 2018년 응급의료종사자 폭행 시 처벌을 강화한 ‘응급의료법 개정’에 이어, 지난 4월에는 의료인 폭행 시 가중 처벌토록 하는 일명 ‘임세원법’까지 의료인 폭행을 방지하기 위한 다수의 법들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부지불식간에 닥쳐온 폭행 앞에서는 여전히 ‘무용지물’이었다.

지난 6월 21일 대전 시내 한복판에서 일어난 치과의사 골프채 피습사건이 그랬다. 자칫 목숨까지도 앗아갈 만큼 위급했던 동료 치과의사의 사건으로 인해 전체 치과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치의신보 온라인 판인 데일리덴탈에 지난 6월 28일 ‘대전 치과의사, 퇴근길 환자에 골프채 피습 충격’이라는 제하의 기사가 올라오자 5일 현재 만 명 가까운 회원들이 클릭했을 정도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언제든 내게 닥쳐 올 수 있는 일”이라는 충격과 공포감이 불러온 결과다.

# 김 협회장 “신체적·심리적 충격” 우려 
대전에 개원하고 있는 B 원장은 지난달 21일 오후 6시 40분경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퇴근길 횡단보도에 서 있다가 과거 치료 한 적 있는 50대 환자로부터 골프채로 머리를 가격 당했다.

이어 B 원장을 향해 수차례 골프채를 휘두르던 환자는 가격 시 충격으로 부러진 골프채를 B 원장의 목 부위에 그대로 찔렀다. 당시 피습으로 인한 상처가 뇌출혈과 경동맥 손상으로 이어졌다면 자칫 목숨까지 위태로울 뻔 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B 원장은 두개골 골절, 목 부위 창상, 손가락 골절 등 여러 부위에 상해를 입었지만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사건 즉시 대전 을지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치료를 받은 후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현재는 일반 병실을 거쳐 퇴원한 상태다<치의신보 2717호 3면 참조>.

이번 사건에 대한 회원들의 관심과 우려가 쏟아지자 김철수 협회장이 지난 4일 B원장과 부인을 직접 만나 위로했다. 위로 방문에는 이석곤 치협 기획이사와 조수영 대전지부 회장이 함께 했다.

만남이 이뤄진 곳은 B원장의 치과였다. B원장은 왼팔에 깁스를 하고 목, 머리 등 온몸 이곳저곳이 멍들고 상처투성인 채로 진료실을 지키고 있었다.

“페이닥터도 없이 단독 개원하고 있는 상황이라 치과를 마냥 비워 둘 수 없어 간단한 진료라도 하려고 나와 있다”고 했지만 당장 진료를 하기엔 무리로 보였다.

김 협회장은 “최근 의료인의 목숨까지 위협하는 잔혹한 폭행이 빈번히 발생하면서 사회적 이슈가 되자 의료인 폭행 시 처벌을 강화하는 법들이 통과됐지만 여전히 사건이 줄지 않고 있다. 예방차원에서는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신체적인 부분도 그렇지만 심리적으로 당사자는 물론 가족들의 충격이 얼마나 크실지 걱정스럽다. 협회 차원에서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100% 나서 도움을 드리겠다”고 위로했다.

# “내가 피해자였을 수도…”
     피의자 인근 치과도 방문

B원장과 부인은 당시 상황을 김 협회장에게 다시 한 번 설명하면서 사건 이후 추가로 밝혀진 사실들도 첨언했다.

B 원장이 치료하지도 않은 치아를 문제 삼으며 범행을 저질렀던 피의자는 체포 직 후 “2년 동안 벼르고 있다가 우연히 횡단보도에서 B원장을 만나 우발적으로 폭행했다”고 진술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이후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CCTV를 돌려 본 결과 사건 당일 두 차례나 치과 문 앞까지 왔다 갔다 하면서 B원장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 환자 보기 무섭고 두렵다
   회원들 충격, 공포 호소

이번 사건은 인근 개원의들은 물론 지역 치과계 전체에 큰 트라우마를 남겼다.

피해 치과 바로 인근에 개원 중인 모 원장은 “사고 소식을 듣고 누구보다 가슴을 쓸어 내렸다. 피의자가 2년 전 우리 치과에도 방문을 했었는데 다른 치과의사가 내 치아를 망쳐 놓았다는 피해의식을 가지고 망상을 하고 있었다”면서 “시간이 좀 흘렀는데도 그 환자에 대해 뚜렷하게 기억나는 것이 당시 느낌이 이 환자는 보면 안 되겠다는 것이었다”고 회상했다.

또 다른 원장은 “‘다른 치과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치아를 망쳐놓은 것 같다’며 ‘문제가 없는지 봐 달라’는 취지로 치과에 왔었다. 아마 우리 말고도 주변 치과 여러 곳을 돌아다닌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당시 보니 임상사진과 X레이도 찍어 놓은 게 있었다. 전반적으로 서비컬 어브레젼(Cervical Abression)이 있었다. ‘노화되면서 풍치가 오고 치아가 달아서 생긴 현상이다. 잘 못 된 게 아니다’라고 얘기해서 돌려보낸 기억이 있다”며 “그 사람이 만약 내 환자였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진저리 쳤다.

조수영 대전지부장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인근 치과는 물론 대전지부 회원들 모두 ‘환자 보기가 무섭고 두렵다’며 충격과 공포에 휩싸여 있다. 의료인들이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는지 걱정스럽다”면서 “현재 건보공단 대전지원에 치료비를 보전 받을 수 있는 방안과 대전지방경찰청에 피해 원장과 가족들이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는 방안 등을 다각도로 알아보면서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