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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하나에…

Relay Essay 제2352번째

6월의 첫 토요일, 윤동주 문학관의 뒤뜰에서는 ‘전국 청소년 윤동주 시화공모전’ 작품 전시회가 한창이었다. 수많은 별들을 깨알같이 점 찍고는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정성스런 글씨를 또박또박 적어 내렸을 작은 손가락을 생각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널어놓은 이불 빨래 옆에 수줍게 서 있는 어린 소년을 재미있게 그려낸 ‘오줌싸개 지도’, 커다란 우물을 액자 가득 담아낸 ‘자화상’… 그림만 보고도 금방 알아볼 수 있는, 심지어 문학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몇 구절 정도는 쉬이 흥얼거릴 수 있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윤동주’의 시. 그의 시는 백년의 세월을 뛰어 넘어 여전히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받고 있고, 그의 인생은 책으로 영화로 장르를 넘나들며 재탄생하곤 했다. 그리고 개관한지 7년이 넘은 이 곳, 윤동주 문학관에도 사람들의 발걸음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어쩌면 그의 시는 ‘언어의 연금술사’라고 불리는 미당 서정주 선생의 정제된 표현력을 따라가지 못하고, 그의 저항정신은 이육사 시인이나 만해 한용운 선생에 비할 수는 없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의 길지 않은 인생과 많지 않은 작품들 사이에는 일관적으로 관통하는 진실된 메시지가 있다. 어릴 적부터 하늘, 바람, 어머니와 같은 쉬운 한글 단어로 시를 써 온 조용한 문학청년이었던 윤동주는, 아마도 한글로 아름다운 시를 자유롭게 쓰는 삶을 꿈꿨을 것이다. 하지만 그 꿈은 당시의 현실과는 괴리가 있었고, 대신에 그는 나라를 빼앗긴 와중에 유학 생활을 하고 공부를 하는 자신에 대한 감정(때로는 가엾고 욕되고 부끄럽고 슬픈)을 작품을 통해 진솔하게 표현하였다. 당시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심정이었으리라. 어쩌면 윤동주는 참담한 마음을 삭이면서 힘들게 살아가는 동포들에게 비난과 책망이 아닌 눈물과 위안의 작은 손을 내민 최초의 시인일지도 모른다. 그는 고뇌가 있을지언정 자신이 속한 세계에 집중하며 살았으며, 그 삶을 과장하거나 비하하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했다. 그의 삶과 시는, 그의 일생동안 양방향으로 영향을 끼치며 단단해졌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단단해진 그의 삶과 시는, 현대의 우리들에게는 하나의 일관된 고리를 가진 커다란 감동으로 다가온다. 바로 이 점이 백년동안 사랑받아 온 시인 윤동주와 그의 작품의 인기 비결(?)이 아닐까 한다.
 
이러한 윤동주 시인의 인기에 힘입어(?) 부암동의 랜드 마크가 된 윤동주 문학관은 생각보다 정말 아담하다. 종로구가 버려진 상수도 가압장과 물탱크 시설을 개조하여 2012년도에 개관했다. 상부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흙과 풀을 그대로 남겨두어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점이 참 좋다. 국내 디자인 건축물로서의 평가도 상당한 편이다. 협소한 공간이지만 구석구석 정성을 들인 손길이 그대로 느껴진다. 윤동주 시인의 사진과 작품집 등이 소개된 제 1전시실, 그리고 물탱크 두 개를 개조하여 우물을 모티브로 관람객들에게 영감을 주는 2,3 전시실이 있다. 2전시실은 맑은 하늘이 올려다 보이는 ‘열린 우물’이고, 육중한 철문이 있는 3전시실은 콘크리트 냄새가 나는 ‘닫힌 우물’로 그가 수감되었던 후쿠오카 형무소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그의 인생과 작품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윤동주 문학관은, 역으로 우리들에게 시인 윤동주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마치 윤동주 시인의 ‘시’와 ‘삶’이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어 서로를 더욱 단단하게 다잡았던 것처럼, 윤동주 시인에 대한 애정과 관심으로 탄생한 윤동주 문학관이 관람객들로 하여금 시인의 인생과 작품을 보다 선명하게 짚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문학관 옆 작은 계단을 오르면 ‘시인의 언덕’을 산책할 수도 있고, 아래로 조금 내려가면 한옥 도서관인 ‘청운 문학 도서관’에도 갈수 있다. 어느 쪽으로 가든 후회는 없다. 선선한 날씨에, 좋은 사람들과 함께 걸으면 더욱 좋은 곳이다. 대한치과의사문인회의 선배님들과 함께 보고 걸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이 날 함께 했던 분들이 당신들의 삶과 단단한 고리로 연결될 수 있는 좋은 작품들을 많이 쓰셨으면 좋겠다.
 

 정유란 모두애(愛)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