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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필요한 두 가지

시론

세상이 변화고 있지만 요새 같이 변화하는 속도가 빠르게 느껴지는 것은 스마트 폰이 확산되고 정보가 실시간으로 업로드 되고 공유되는 5G 통신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의 엄청난 발전에 기인한다.

미래학자 Buckmaninster Fuller는 인류의 지식 총량은 100년마다 두 배씩 증가했으나 1990년부터는 25년 마다, 현재는 13개월로 주기가 단축되고 있으며 2030년이 되면 3일 마다 지식총량이 두 배씩 늘어난다고 하는데 이 말이 사실이라면 어지러울 정도로 엄청난 속도로 지식의 빅뱅이 일어나고 있다. 비약적인 발전은 자연 과학의 발전에 기인한 것이라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결과이며 전문가들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전문직의 프로페셔널리즘(professionalism)이 필요하다고 얘기하고 있는 것은 개인 뿐 아니라 직업, 사회적인 차원에서 질서가 중요시 되고 있으며 전문직 집단의 위기가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분야에서 프로페셔널리즘은 긍정적인 의미보다는 부정적인 의미에서 의료직의 어떤 잘못이나 문제가 노출되었을 때 자주 언급된다. 특히 의료직은 전문 지식을 독점하고 있어 절대적 권위를 갖게 되며 높은 몸값과 환자를 돈 벌이로 생각하는 의료 상업주의에 의한 갑질이 횡행하기 때문에 사회적 위기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치과전문직을 수행하는 우리에게 ‘전문직 프로페셔널리즘’의 의미는 무엇이며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아마튜어리즘(amateurism)의 상반되는 개념인 프로페셔널리즘은 어떤 일에 대해 뛰어난 기량을 갖춘 전문가적인 기질과 정신을 의미한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는 ‘숙달된 전문지식과 술기를 가진 직종에서 과학을 비롯해 여러 학문 분야 지식 또는 기술을 배우거나 행하는 일을 말하는 것으로, 다른 사람을 위한 봉사가 밑바탕이며 구성원은 윤리강령에 의해 관리되어야 하며, 전문 역량(competence), 인격적 통합성(integrity), 도덕성, 이타심 그리고 자신의 분야와 관련된 공익의 증진에 책무를 가져야 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프로페셔널리즘을 요약하면 전문적인 지식과 술기를 가진 특별한 직을 잘 수행해야 하며 윤리강령을 가지고 자율규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7년 한국 갤럽에서 의뢰해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문 직종 직업인의 신뢰도를 발표한 이진용 교수는 의료인은 타 전문직에 비해 비교적 높은 점수를 얻었으나 의사(90.7%), 간호사(90.2%), 약사(87.5%), 한의사(87.2%), 치과의사(83.7%) 순으로 치과의사의 신뢰도가 의료인 중에는 가장 낮은 것으로 보고하였다. 의사가 높은 신뢰도를 얻은 이유는 치료와 신뢰에 긍정적인 인식이 높다는 것이 확인되었다고 하였는데 이를 다시 말하면 치과의사는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높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신뢰 상실은 직업윤리의 인식 부족으로 인한 낮은 도덕성에 근거하며 권위 상실로 이어져 치과 전문직의 사회적 위기 인식을 높이고 있다.
 

2016년 신민섭 서울대 의대교수 연구팀이 교수, 학생, 학부모, 직원 등 1132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인성교육 설문조사 결과, 의료인이 갖춰야하는 가장 높은 덕목으로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꼽았고 책임감, 소통능력, 공감능력 등이 뒤를 이었다고 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의료인의 도덕성과 직업윤리가 중요하다고 여기고 관심과 우려를 가지는 이유는 환자에게 끼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부도덕한 전문직 집단은 신뢰를 얻지 못하고 건강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합당한 윤리인식과 함께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요사이 ‘버닝썬 사태’로 아이돌 그룹을 관리하는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여러 부적절한 범죄행태로 사회적으로 비난받고 있는 가운데 주목받고 있는 연예 기획사가 J 엔터테인먼트회사다. 이 연예기획사를 세운 가수는 연습생에게 진실, 성실, 겸손 등 인성을 강조한다. 인성은 도덕영역이나 윤리 인식에 가깝고 가수에게 실력이 중요하자만 그에 앞서 인성이 중요하다고 교육한 결과 이번 ‘버닝썬 사태’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고 한다.
 

치과의사에게는 환자에게 전문적으로 어떤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지 뿐만 아니라 자신과 사회공동체에서도 중요한 책임과 규범이 있으며 이를 위한 의무와 책임이 있다. 우리에게는 공평한 사회를 위한 정의 실현, 선의의 경쟁을 위해 그 위상에 걸맞은 도덕적 수준이 있으며, 도덕적 요구에 부응할 책임이 있고 이를 위한 치과 프로페셔널리즘이 필요하다.
 

과학을 넘어 인간적이고 따뜻한 도덕적인 의사에 대한 기대는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런데 의사들로 하여금 이러한 도덕적 수준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은 의사들 개인의 타고난 도덕성이나 노력에만 맡겨서 될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협회나 학회에서는 윤리헌장이나 윤리선언서를 제정하고 행사 때마다 선서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것이 자율적으로 실행되는 데는 한계가 있자 보건복지부에서는 의료인 단체가 소속 의료인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보수교육에 직업윤리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여 의료인의 자질 향상을 위한 교육을 하도록 2018년부터 강제하고 있다. 존경받는 치과 전문직이 되고 더 나은 윤리 인식을 가지기 위해서는 윤리적으로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올바른 윤리습관을 가지는 게 필요한데 이것은 교육을 통하여 우리들의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킬 윤리의식의 감수성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최근 치과의사의 구성요소가 다양해지고 의료환경 자체가 악화되면서 치과 간 과다경쟁, 과장되고 불법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의료광고가 늘어나고 있다. 이로 인한 과잉진료와 저가의 치료비 경쟁은 불만족스러운 치료 결과를 야기하면서 치과의사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프로페셔널리즘은 기술적인 전문 기량과 윤리적 기량 두 가지가 필요하고 이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왜냐면 환자들은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실력 있는 의사 못지않게 의사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공통의 윤리적 감각과 지식들을 가지고 환자를 진심으로 가족같이 대해 주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황충주 교수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교정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