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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한잔 ‘음주진료’에 면허취소

혈중알코올 농도 0.03% 전날 과음해도 검출
위반 시 3년 이하 징역, 3000만 원 이하 벌금형
개원가 “인재근 의원 입법 공감 하지만 과하다”

치과의사 등 의료인이 혈중알코올 농도 0.03% 이상, 즉 성인 남성 기준 소주 한 잔 정도를 마신 상태로 음주진료를 하면 면허취소와 징역형 처벌을 하도록 규정한 ‘의료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개정안을 놓고 의료계는 “음주진료는 당연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데 ‘공감’은 하지만 기존 법으로 충분히 처벌이 가능한데도 특정 직업군에게만 제재를 가하고 면허취소 등 처벌기준까지 마련한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의료법 개정안 발의는 최근 서울의 모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전공의 일부가 당직 근무 중 상습적으로 음주 진료를 해오다 적발 된 것이 발단이 됐다.


특히 이들 전공의들 중 한명은 생후 일주일 된 미숙아에게 적정량의 백배에 달하는 인슐린을 투여해 저혈당 쇼크를 유발한 것으로 알려져 사회적 ‘공분’을 샀다.


인재근 의원(더불어 민주당)은 이에 지난 5일 “음주 진료행위는 의료인의 직업윤리 문제를 벗어나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미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직접적인 법률규제가 필요하다”며 음주 진료행위 금지와 처벌 조항을 신설한 의료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 윤리적 책무까지 법 규정은 ‘과도’
개정안은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및 수습중인 학생 등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인이 술에 취한 상태나 마약류 및 환각물질 등 약물의 영향으로 인해 정상적인 의료행위가 어려울 경우 의료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위반 시에는 면허취소와 함께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의료행위가 금지되는 술에 취한 상태의 기준은 혈중알코올농도 0.03%이상이다.


이와 관련 의협은 ▲의료인의 무수한 윤리적 책무를 모두 다 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의료인의 윤리와 관련한 조항인 현행 의료법 제 66조 제1항 제1호는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하는 행위를 한 때’ 1년 이내의 자격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이미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행 제도 하에서 제재 사안을 특정 직업군에 한정해 법제화 하는 것은 타 직종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고 ▲술 취한 상태에 대한 구체적 기준과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의료인과 환자간 상호 신뢰도 저하로 이어져 결국 의사의 진료권과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다.


# 일부 의료인 일탈 전체 매도 ‘개탄’
이번 개정안 발의 소식을 접한 치과 개원가 역시 의료가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일인 만큼 법안의 근본적인 취지는 “이해 간다”면서도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해서 전날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쪽잠을 자고 나와 환자를 본 경험이 ‘부지기수’라고 털어 놓은 서울의 모 개원의는 “처벌 기준인 혈중알코올 농도 0.03% 이상은 전날 과음한 경우 충분히 검출이 될 수 있는 양이다. 사실상 과하지 않은 음주 후 진료는 어느 정도 묵인돼 왔고 의료인의 개인 양심에 맡겨져 왔던 부분”이라며 “의료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윤리적인 책무까지 법의 처벌이 가해지는 데다 면허취소에 3000만원 벌금형, 3년 이하 징역형은 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에 개원 중인 모 개원의는 “안 그래도 최근 의료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몰지각한 의료인들의 일탈 사건으로 인해 전체 의료계가 매도되는 상황이 개탄스럽다”면서 “데스크에 ‘OO 치과는 음주진료를 하지 않습니다’라는 푯말이라도 세워 놓아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앞으로는 소주 한잔도 마음 놓고 못 마실 것 같다”며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