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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구강미생물자원은행은 어떤 일들을 하나요?

중기의 재미있는 구강 세균 이야기(9)


연재순서
1회 구강 세균의 유래
2회 구강 세균 명명법
3회  세균들아 입안에서 어떻게 살아가니?
4회  치아우식증 관련 세균들의 이야기
5회  치주질환 관련 세균들의 이야기
6회  유익균과 유해균 그리고 균주의 다양성
7회  구강세균과 전신질환과의 관계
8회  잘 있고 있는 듯 하지만 잘 모르는 구강위생용품 사용법
9회  한국구강미생물자원은행은 어떤 일들을 하나요? 
10회  에필로그

 

제가 2000년 9월에 모교인 조선대학교 치과대학에 발령받고 미생물학 분야 연구를 시작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이 연구에 이용한 구강 세균 균주를 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미국의 ATCC라는 기관에서 균주를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한국생명공학원 생물자원센터(KCTC)와 한국미생물보존센터(KCCM)가 있었지만, 구강 세균은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ATCC에 균주를 주문해서 받아보는 데까지 2~3달이 소요되고, 균주가 자라지 않으면 A/S를 받는 절차가 너무 까다로웠습니다. 그래서 2001년 9월부터 임상교수님들의 도움을 받아 한국인의 구강에서 균주들을 분리·동정하기 시작하였습니다(그림 1). 그러던 중 2005년도에 한국과학재단에서 특성화장려연구사업(국가지정연구소재은행)에 ‘한국구강미생물자원은행(Korean Collection of Oral Microbiology; KCOM; 케이콤)’이란 주제로 연구비 신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그 후 2010년, 2012년에 한국과학재단 연구소재지원사업(부서와 명칭이 바뀜)에 더 지원했습니다만, 역시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제가 3번째 떨어졌을 때, 저희 연구원 선생님들께 “지금까지 다른 연구비로 일을 잘 해왔는데, 연구소재지원사업은 그만 지원하자”라고 했었습니다. 그때 연구원 선생님들이 “지난번 떨어지셨을 때, 선생님께서 연구비를 받을 때까지 앞으로 20년은 더 지원하자”라고 했다면서 저에게 힘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2013년 4번째 도전 끝에 한국구강미생물자원은행이 정식 등록 기관이 되었습니다. 연구비를 수혜받고 일을 하다보니 그 동안 아마추어로 일을 했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부족한 점은 많지만, 열심히 일한 결과 2018년엔 세계 미생물자원은행들의 기구인 ‘World Data Center for Microorganisms; WDCM’에 정식 등록되었습니다(그림 2). 또한, 2018년 재단법인 연구소재중앙센터에서 주관한 산업표준화법 제27조 및 단체표준인증업무규정 제16조에 따른 단체표준인증 심사에 통과하여 세균 균주 부분 단체표준인증서를 받았습니다(그림 3).
 


자 그럼 이제 한국구강미생물자원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한국인의 구강에서 세균을 분리·동정·보존하고, 이를 필요로 하는 국·내외 연구자들에게 분양해주는 것이 한국구강미생물자원은행의 가장 주된 업무입니다(그림 1). 2019년 6월까지 244종(species) 1,797균주(strain)를 확보하였습니다(생물연구자원정보센터 홈페이지[https://www.aris.re.kr]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현재 구강 세균은 약 770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들 중 배양이 가능하면서 학명이 부여된 종은 439종(57%)입니다(human oral microbiome database; http://www.homd.org/). 그러므로 한국구강미생물자원은행에는 지금까지 알려진 구강 세균 종의 약 56%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할 일이 많네요^^.

한국구강미생물자원은행에서는 연구비를 수혜받기 전인 2013년 3월까지 118회에 걸쳐 1,086 균주를 분양해드렸습니다. 그리고, 연구비를 수혜받은 후인 2013년 4월부터 2018년 12월까지는 1,793균주(352회)를 분양해드렸습니다(무료 분양, 그림 4).
 


분양 기관별로 살펴보면, 대학에서 가장 많이 분양받아 가셨고, 산업체, 병의원, 국공립연구소 및 고등학교 순이었습니다. 대학의 경우 치과대학(100회)보다는 일반대학(122회)에서 더 많은 분양 신청이 있었습니다(그림 5). 이는 구강 세균이 단순히 구강질환에만 관여하는 것이 아닌 전신질환과도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반영한 결과라 생각됩니다. 또한, 치과대학뿐만 아니라 일반대학에서도 구강질환 병인론 연구나 예방을 위한 구강위생용품 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에서 분양 신청이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고등학교에서는 어떤 목적으로 구강 세균을 분양해가는지 궁금해서, 인터넷에 분양 신청한 학교 이름과 학생들의 이름으로 검색해봤습니다. 그 결과 고등학생들이 지역 과학경시대회에 구강 세균을 이용한 연구결과물을 발표하고, 상을 받은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 기사를 보고 저와 연구원 선생들이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또한, 저희 균주를 이용해서 연구자분들이 좋은 논문과 특허 등의 업적을 내고 있습니다. 연구소재지원사업이 개인을 위한 연구라기보다는 다른 연구자들의 연구를 위해 존재하는 이타적 연구사업인 점을 고려할 때, 저희들은 무한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물론 연구소재지원사업을 통해서 저희들도 많은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새로운 세균 종의 발견입니다.

지난 호에서도 소개해드렸던, Peptoniphilus mikwangii, Fusobacterium hwasookii를 비롯하여 Capnocytophaga endodontalis, Prevotella koreensis, Streptococcus periodonticum, Streptococcus gwangjuense, Fusobacterium pseudoperiodonticum 등이 한국구강미생물자원은행에서 확립한 한국인 구강 유래 새로운 세균 종들입니다.

앞에서 간략하나마 한국구강미생물자원은행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수행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다음 호에서는 생화학전공자인 제가 어떻게 구강미생물학 분야 연구를 하게 되었는지, 어떤 꿈을 가지고 살고 있는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국중기 교수
조선치대 구강생화학교실 및 한국구강미생물자원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