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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한 통…

Relay Essay 제2355번째

제게는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이 있습니다. 작은 얼굴에 땡글하게 큰 눈, 오똑한 코, 두툼한 입술… 누가 봐도 딱 엄마인 저를 닮았다고 합니다. 제게는 아주 기분 좋은 말입니다. 아들은 딸보다 애교도 많고, 친절합니다.

그러나 이런 멋진 아들이 전화를 잘 안 해서 제 속을 까맣게 태우곤 합니다. 아들이 4학년 때 핸드폰을 사주었습니다. 아직 어리다는 생각에 늘 걱정되어서 학교 끝나면 전화해라, 학원 갈 때 전화해라, 친구들하고 놀 때 전화해라, 집에 도착하면 전화해라, 무슨 일 생기면 전화해라… 등등 일방적으로 전화하라고 사정하고, 부탁했습니다.

왜냐하면 엄마로서 걱정되니까요. 그러나 아들은 친구들하고 놀 다 잊어서 전화 안하고, 숙제하다 깜박했다 하고... 이런 저런 이유로 아들은 전화를 잘 안했습니다. 아들에게는 전화 하라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인가 싶어 이해하려 했습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생각으로요. 그렇게 아들은 올해 6학년이 되었습니다. 아직 1학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그 전화 한통 때문에 두 번의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한 달전 아들은 친구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러 나갔습니다. 저와의 약속을 어기고 동네를 한참 벗어났습니다. 아들은 엄마와의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해 조마조마한 마음을 안고, 왕복 3시간 거리를 자전거로 다녀왔습니다.

약속한 귀가시간보다 2시간을 훨씬 넘겨서 지친 몸으로 무거운 자전거를 겨우 끌며 울상으로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그 2시간 넘는 동안 전화 연결은 역시나 안 되었으며, 다치지 않았을까 걱정도 되고, 화도 나고... 중간에 전화 한 통만 해줬더라면 엄마의 걱정과 아들에 대한 서운함, 꾸지람은 없었을텐데… 너무 속상했습니다.

또 한 번은 3시에 수업이 있는 수학 학원에서 아들이 3시가 한참 지났는데도 오지 않았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습니다. 아들의 스마트폰은 꺼져 있었고, 학교 담임 선생님은 제시간에 하교했다고 하고….

여기 저기 아들과 연이 닿는 곳이면 일단 전화해 보기를 수 차례… 이후 1시간을 더 기다려 보아도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 불안한 마음에 결국 동네 지구대에 실종신고를 했습니다.

신고가 이뤄지자마자 경찰은 집과 학원은 물론, 제가 근무하고 있는 치과로 여러 명의 경찰들이 동시에 움직였고, 제게 와서 위치추적 동의를 구하는 사이에 학원으로 간 경찰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아들이 학원에 있다고…

아들과 바로 통화가 이뤄졌는데 이런 일로 경찰에 신고를 하면 어쩌냐고… 무심한 듯 내 뱉은 한마디가 아들로부터 돌아왔습니다.

정말 어이없고 화가 났습니다. 퇴근 후 학원에 늦은 이유를 들어보니 친구랑 말다툼 후 화해하느라 1시간동안 친구랑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아들의 생각은 전화할 시간에 빨리 화해하고 학원을 가려고 했다는 겁니다. 나름 아들 입장에서는 이유가 있기도 했었습니다. 그렇더라도 전화 한통만 해줬어도 이런 소동은 없었을텐데…. 

그나마 아들도 느낀 게 있었는지 이번 일 이후 아들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이제 하루에 전화 한 통은 꼭 합니다. 가끔 두 번할 때도 있습니다. 아들아, 엄마는 너를 믿지만, 그래도 연락이 안 되면 걱정되곤 한단다. 그러니 앞으로도 전화 한 통은 하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처럼 건강하고 밝게 잘 자라다오~.
 

임아영
 삼성드림치과의원 치과위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