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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안 광고를 보며…

시론

1999년 대전 생활을 시작한 후 20년 만에 새로운 터전인 세종으로 이사를 하였습니다.

이사 일정을 확정하고 짐을 꾸리며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기억도 못하고 잊혀 진 오래된 사진과 옷가지 그리고 물건들... 
버려야 할지 아니면 다시 보관하고 가져가야 할 지등 참 많은 고민과 갈등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얼마 전 새 아파트로 이사를 했습니다. 과거 오래 지내던 곳과는 많이 다른 새로운 집 안이나 단지 내 곳곳에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공간들이 많아 돌아보는 내내 신기했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 제 눈에 가장 특이하게 비춰진 곳은 엉뚱하게도 엘리베이터 안의 좁은 공간이었습니다. 그곳에서는 뜻밖의 생존경쟁의 치열함을 마주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엘리베이터 안은 새로 입주 하는 세대의 부주위로 인한 이싯짐들로 내부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사방이 두터운 보호벽으로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이러한 보호벽은 늘상 새로운 건물에 흔히 보던 것이라 신기할 것이 없었으나 이번에는 보호벽에 대학노트 크기인 A4용지의 광고 전단지들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광고에는 허가를 받은 업체들이 입주민들에게 필요한 제품을 선전하기 위해 그 공간을 활용하도록 한 것입니다.

주민들은 애써 시간을 들이지 않고 필요한 정보를 쉽게 알 수 있고, 업체 입장에서도 주민들에게 직접 회사의 장점을 홍보하다보니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습니다.

수많은 홍보물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새로 이사 온 사람들의 마음속에 들어간 것처럼 놀랍도록 세세한 곳까지 배려한 제품들이나 서비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짠해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많은 회사들이 소비자 한 명이라도 더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현실이 피부에 와 닿기 때문입니다.

한 장 한 장 안에 담긴 광고문구 뒤에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열심히 뛰어 다니는 가장의 모습이 보입니다. 제품 사진 뒤에는 그것을 만든 사람들의 소중한 땀방울도 보이는 듯합니다.

 오늘 치의신보에서 ‘치과의사가 아프다’라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치과의사 또한 가족을 책임지고 열심히 자기 업무에 충실한 결과 치과의사는 일반국민에 비해 근골격계질환 발병 위험이 28.6배, 신장병이 13.0배, 우울증이 4.0배, 갑상선질환이 3.1배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또 전체 암 이환율도 일반국민에 비해 1.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나 국민건강영양조사의 일반국민 이환율과 비교해 대부분의 질환에서 높은 상대위험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같은 업종의 동료들이 엘리베이터 광고에서처럼 얼마나 열심히 생활하였는지를 알 수 있기에 더욱 가슴 짠해지는 기사였습니다.

 새로 이사 간 엘리베이터를 타고 그 안의 많은 전단지 광고를 보면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기쁨을 주십사하는 마음의 기원을 해 봅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  진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