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씨 36도를 넘나드는 폭염과 높은 불쾌지수가 치과 개원가의 인내심을 위협하고 있다. 모두의 여름이 힘겨운 이유는 가지각색, 치과라는 공간을 채워가는 그들의 내밀한 사연에도 저마다의 ‘내러티브’가 있다.
서울 강북 지역에 위치한 한 치과에서 근무 중인 스탭 A 씨는 오늘 아침도 치과 문턱을 넘어서기가 괴롭다. 속 모르는 친구들은 이렇게 더운 여름에 냉방이 잘 되는 치과에 근무하니 복 받은 거라고 하지만 A 씨에게 여름의 치과는 고통과 인내의 연속이다.
데스크 업무를 보는 그의 머리 바로 위에 에어컨이 식립돼 있기 때문이다. 늘 몸이 차다는 소리를 달고 사는 그의 입장에서 보면 애초에 인테리어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느낄 법 하다.
A 씨는 “고정된 위치에서 일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에어컨 배치는 매우 괴로운 게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에어컨을 끄면 다른 스탭이나 환자들의 항의를 받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어서 여름이 어서 지나가기만 바랄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 흔한 에어컨의 존재가 절실한, 반대의 경우도 있다. 서울에서 십 수년째 개원 중인 B 원장은 에어컨 문제로 여름 마다 골머리를 앓는다. 치과에 천장형 시스템 에어컨을 설치하려다가 ‘할머니 건물주’의 제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천장에 에어컨을 설치할 경우 건물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에 황당했지만 언쟁을 하기 싫어 설치를 포기하고 오늘도 스탠드형 에어컨 풍향조절에 나선다.
# 에어컨 둘러싼 ‘냉방 갈등’도 스트레스
부쩍 늘어난 국지성 호우도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다. 기습적인 ‘물 폭탄’으로 인해 치과 안팎의 시설물 피해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남부에 위치한 C 치과 역시 폭우가 원망스럽다. 신환의 내원이 드물어질 뿐 아니라 비로 인한 ‘리스크 관리’까지 신경 써야 한다는 얘기다.
복도 끝에 위치한 관계로 잠깐 한 눈을 팔면 외부로 향하는 창문을 통해 흘러 들어온 빗물이 치과 입구 쪽으로 넘어 들어오기 일쑤다. 최근 지하철 등 우산 비닐을 제공하지 않는 곳이 많아지면서 직원들은 비가 오면 때 아닌 ‘물기와의 전쟁’을 치른다.
당장 내원 환자들이 불편을 호소하는데다 고령 환자가 많은 이 치과의 특성 상 미끄럼 등 안전사고의 위험 역시 크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선을 넘어선 일부 얌체 환자들의 방문은 여름철이면 더 큰 ‘멘탈붕괴’로 이어진다.
치료 받고 난 다음 시원한 냉방의 여운을 즐기기 위해 서너시간 씩 머물러 있는 환자는 조용히만 있어 준다면 그래도 ‘양반’이다.
예약도 없이 치과 점심시간에 딱 맞춰 도착, 고압적인 태도와 반말로 스케일링을 요구하면 좋은 기색을 보이기 어려운 게 인지상정이다.
예전에 유명 맛집 근처에 위치한 모 치과에 근무했다는 한 스탭은 “이 식당이 워낙 대기 시간이 길다보니 일행 5, 6명이 우르르 치과 대기실로 몰려 들어와 그 중 한 명이 대표로 보험 스케일링을 받은 다음 시간에 맞춰 식당으로 유유히 사라지는 광경을 목격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