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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으로 살기/수필

         졸업 40주년을 기념하여 동기들이 단체로 첫 해외여행을 하기로 했다.

          초등학교 때의 소풍 날을 기다리는 어린아이처럼 설렘과 기대가 차올랐

          다. 새벽 일찍 공항으로 향했다. 젊고 활기찬 모습의 동기들은 어느덧 희끗

          희끗한 백발을 한 채 안단테의 발걸음으로 한 둘씩 모였다. 마음은 청춘이

          라는 웃지 못할 현상이 우리들에게도 그대로 느껴졌다. 서로의 모습에 자

          신의 모습이 투영되어 세월의 흐름을 거부할 수 없었다. 여전히 어린 아이

          들처럼 40년 전 옛날 모습으로 돌아가서 깔깔거리고 웃어댔다. 기다림으

          로 지루하던 탑승 전 시간도 순식간의 기다림으로 흘러갔다.

           힐링이라는 의미가 이런 것을 뜻하는 것일 게다. 학창시절에 조용하게

          지냈던 친구는 중년의 수다쟁이로 변해 있었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

          치던 교수 친구는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스타일로 지난 이야기를 들려주어

          웃음을 자아내게 하였다. 노년의 여유로움은 모두 어디로 보내고, 희희덕

          거리는 철없는 아이들로 변해 버린 듯 여행은 사람들을 새로운 모습으로
          만들어 버리는 듯했다.

            오사카의 간사이공항에 도착하자 온 지천이 벚꽃동산이었다. 화창한 날

          씨와 더불어 흩날리는 벚꽃처럼 친구들의 마음은 하늘 위로 날아다녔다.

          꽃잎이 떨어지면 또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는 나무처럼 우리들의 삶은 세

          월이 흐를수록 또 다른 모습으로 변화되어진다. 푸르고 무성한 잎에서 여

          러 가지 색으로 물든 단풍이 되기까지 또한 앙상한 나뭇가지로 보여지는

          삶을 인정하는 여유까지 사랑하고 싶다. 삶에는 수식어가 필요 없다. 보여

          지는 모습 자체가 아름다움이다. 세월이 흐른 뒤에 우린 또 어떤 모습으로

          보여질까 감추어진 백발의 모습이 어색해지고, 화장품으로 칠해진 모습이

          어색해지고, 우리들의 옷이 아닌 꾸며진 옷이 어색해질 때 순수한 우리들

          의 모습이 자꾸 그리워진다.
                                                                                                                             

권 택 견 | 연세대학교 치과대학ㆍ대학원 졸업, 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