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왜 못 들었지?

 

어제 뉴스에서는 서울의 한 산부인과 전문병원이 영양제 주사를 맞으러 온 임신부를 다른 환자와 착각해 낙태수술을 하는 사건이 일어났고 경찰은 업무상 과실 치상죄로 의료진 두 명을 불구속 입건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런 뉴스를 듣고 퇴근해서 나를 반기는 것은 그렇게 조심한다고 했는데도 규정 속도위반으로 발부된 범칙금 고지서가 먼저 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위반 장소가 늘 다니던 익숙한 길이었으니 속상함과 자책감이 더 커졌습니다. 과속 감지 카메라 위치도 잘 알고 더군다나 자동차 내비게이션 경고음까지 분명히 크게 울렸을 텐데도 왜 그 소리를 듣지 못하고 속도위반을 하게 되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런 일이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원인은 대부분 그 순간 분명히 다른 생각을 하느라 그 경고음이 들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생각은 가끔 다른 감각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는 것 같습니다.


어떤 생각에 깊이 빠져 있을 때 다른 것이 보이거나 들리지 않는 걸 보면 생각의 힘이 대단함을 느낍니다. 조금만 더, 가는 길에 집중을 했더라면 너무도 쉽게 들렸을 소리를 듣지 못했던 것은 생각이 복잡해져 마음은 엉뚱하게도 다른 길을 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진료를 하는 과정 중에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환자와 치아 상태에 대해 열심히 상담하고 치료를 하는 순간에도 생각이 복잡해지면 마음은 엉뚱한 길을 헤매게 됩니다. 환자와 편하고 좋은 관계라 할지라도 그리고 치료를 성심 성의껏 한다 하더라도 진료 중 조금이라도 다른 생각을 하게 되어 집중하지 못하면 엉뚱한 결과를 초래 할 수 있게 되니 다른 생각을 하지 않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산부인과 의료사고를 보면서 뼈저리게 깨닫게 됩니다.


나 또한 오래전 상악 매복 사랑니를 발치하기로 하고는 엉뚱한 정상 맹출된 사랑니 앞 제2대구치를 발치한 적이 있었습니다. 발치 과정에서라도 미맹출된 매복 사랑니를 뽑지 않고 제2대구치를 뽑은 것을 알았으면, 발치된 정상 치아는 얼른 재식이라도 하고 숨겨진 사랑니를 뺐다면 조금 덜 문제가 될 것을 다른 생각으로 잘못을 인지하지 못해 발치 며칠 경과 후 환자와 보호자가 사랑니가 남아 있다고 재 내원하였을 때 조차 사랑니는 잘 뽑았다고 엉뚱한 생각을 하였던 것입니다.


우리가 안전하고 행복하게 삶의 여로를 걸어갈 수 있도록 주변에서 사랑이 담긴 경고음을 자주 들려줍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소리를 얼마나 잘 알아듣는 걸까요? 뒤돌아보면 그 사랑 담은 조언의 소리를 듣지 못해 많은 실수와 후회를 인생길에 남긴 것 같습니다. 올해는 조금이라도 그런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기 위해 집중하는 마음을 모아봅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