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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위일체

시론

 

중견언론인인 필자의 고교선배는 본인의 치아관리는 다소 부족하여도, 진료 중 간간이 인문사회학이나 핫이슈들의 synopsis를 전해주시는 소위 ‘인생선배’시다.


지난 달 임플랜트 크라운을 완성하는 날 필자에게 “김 원장님, 동서고금을 통해 국가(國家)라는 공동체가 그 체재를 유지하고 발전하는 과정에 변함없고 예외 없는 공통적인 세 가지 사명이 있어왔다고 하는데, 알고 계셔요?” 하신다.


교합조정 마친 임플랜트 크라운 폴리싱에 여념 없는 필자는 웃어 보이며 “저야 그런 거 모르죠, 그게 뭔가요, 선배님?”으로 응수하며 나에게는 폴리싱 마무리의 시간을, 선배님껜 말씀의 시간을 드린다.

 

“세 가지 중 첫 번째가, 개인과 공동체의 정신과 미래를 다루는 교육(敎育). 두 번째가, 육신을 가져 생로병사의 업을 가진 구성원의 몸을 보듬는 의료(醫療). 세 번째가, 국가공동체를 외부로부터 지켜내는 국방(國防)의 부문이라고 해요.”

 

정리정돈 좋아하고 번호 붙이기 좋아하는 필자는 선배님의 얘기가 흥미로워 폴리싱은 건성이 되고, 귀를 기울이며 듣게 된다.


“…중략… 그런데, 우리나라가 그 세 부문이 모두 병이 들어버린 것 같아요. 역사와 문화가 다듬어낸 세 부문을 함부로 건드리는 것은 매우 위험한 데 그런 일들이 우리나라에 일어났지요. 교육(敎育)은 목적과 과정 모두 왜곡된 교육열과 모 정권의 속내 다른 대학교육 개선의지의 과정에서, 의료(醫療)는 얕고 넓은 복지를 위한 평균지향정책과 자본의 폐해 속에서, 국방(國防)은 모 사관학교 출신들의 조직을 정리하는 시기를 기점으로 여러 가지 무책임한 현상들이 나타나며, 세 부문 모두 적절한 대안 없이 기존을 폐기한 무모함이 이어졌었죠. 결과는 혼란과 무질서로 이어졌고, 그 혼란과 무질서를 해결하려는 대안들 또한 임기응변격의 대책이었기에 또 다른 혼란과 무질서가 이어지는 악순환에 들어서 있다고 보여요. 정권마다 자기들은 나름 개혁과 변화에 매진하였고, 그래서 이만큼 발전했다고 얘기했지만… 국민들의 체감과 언론의 평가와는 동떨어진 결과들이었지요.”

 

우리나라의 지난 30~40년 민낯을 30여 초에 고스란히 담아내시는 몇 마디에, 필자는 여러 가지 생각에 빠져 이미 반짝이는 크라운에 러버포인트만 문질러대고 있었더니, 선배님은 말씀을 이어가셨다.

 

“정작 성경(聖經)에서 찾아볼 수 있는 단어는 아니지만, 성경(聖經) 속에서 늘 나타나는 개념어가 삼위일체라지요. 수 천 년 기독교 교리연구를 통해서도 아직 완전한 이해와 정의가 되지 않았다는 신학자들의 견해를 들어보면, 정말 쉬운 것 같으면서도 정말 어려운 내용이라 하더이다. 이건 내 생각인데,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동체는 정말 오래된 일이고 당연하고 쉬운 것 같지만, 정말 어렵기도 하고 정말 놀라울 만큼 서로 간에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요. 교육과 의료와 국방은 다른 일들 같지만 따로 노는 일이 아닌 듯해요.” 치아는 많이 망가트려 오시지만, 이래서 선배님이 오시면 흥미진진하다.

 

내년엔 우리 동네 행사 격인 총선(總選)과 다른 동네 구경거리(?) 격인 미국의 대선(大選)이 있으며, 아울러 우리 집안 행사 격인 치과계의 선거(選擧)가 다가와 있다.


공동체의 운명을 지고 가는 후보자는 공약의 실효수준, 자세와 각오의 진정성, 실행역량의 실재여부들이 정녕 삼위일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누구의 말씀처럼 세 가지는 서로 온전할 때 전체가 온전하다. 우리들 또한 놀라울 만큼 서로 연결되어있는 존재들임을 기억하며, 부디 유권자도 후보자도 신중한 선거를 통해 조금이라도 더 모두에게 밝은 쪽으로 공동체여정의 방향을 가다듬어야 할 시기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