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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실종의 시대

스펙트럼

2006년도에 치의학대학원에 신입생으로 입학하였을 때, 치의학대학원의 비전(vision)들이 기억납니다. 2가지가 있었는데 1, 2학년 때는 ‘글로벌 리더를 양성한다’였고, 3, 4학년 즈음에는 ‘Guarantee excellence in dentistry’였습니다. 당시 2006년 즈음 전후로 리더십이란 용어가 유행이었습니다.


리더십 캠프라든가 리더를 육성한다는 용어가 많았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리더’라든가 ‘리더십’이란 용어를 본 지가 오래되었습니다. 저의 주관적인 느낌이 아닐까 해서 구글 트렌드 검색을 해보았습니다(네이버 트렌드 검색은 2016년부터만 가능해서 하지 않았습니다).

 

<그림>처럼 2004년도가 100이라면 점점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자기계발서가 2000년대에 유행이었다가 2010년 이후부터는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같은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올랐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청춘들의 삶이 점점 더 어렵고 각박해지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리더나 리더십이란 용어 대신에 차지한 용어는 건물주, YOLO, 유튜버, 공무원, 워라밸 등인 것 같습니다. 성공이나 리더가 되는 것보다 당장 개인적 행복과 삶의 질을 추구하는 것이 대세가 되었죠.

 

 

사실 한국사회는 분배보다 성장을, 개인보다 집단을 우선순위에 두면서 급격히 발전해왔고, 그 부작용으로 양극화와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의 갈등이 격화되어 왔습니다. 당연히 반작용으로 삼포세대, 출산율 저하 등이 수반될 수밖에 없었죠. 기성세대는 요즘 젊은이들은 편하게 사는 것만 추구한다고 하지만 역사를 돌이켜 보면 헌신했더니 헌신짝처럼 버려지는 아버지 세대를 보고 느낀 젊은 세대는 나는 저렇게 안 살겠다고 다짐을 하게 되는 건 필연인 것 같습니다.


다만 아무도 리더가 되지 않으려 하는 현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하는 걱정은 있습니다. 유튜버나 건물주가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좋은 몫을 차지한 사람은 될 수 있겠지만 리더는 아닙니다. 리더는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지만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을 하며 희생하는 사람입니다. 때로는 본인이 하기 싫어도 아무도 하지 않아서 해야 될 수도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리더라 하면 사회지도층과 동일시하고 교수, 정치인, 고위 공무원 등을 떠올리지만 그 자리에 있으면서 하고 싶은 일만 하는 경우는 리더라고 볼 수 없습니다.


결국 핵심은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더 좋은 자리를 버리고 희생을 하느냐라고 봅니다. 아주대 병원 이국종 교수 같은 분이 해당된다고 볼 수 있겠죠. 영화 다이하드 4.0에서 주인공 존 역할을 맡은 브루스 윌리스는 젊은 친구에게 “영웅이란 총에 맞고, 이혼하고 혼자 밥을 먹게 되는 그저 쓸쓸한 존재”라고 한탄합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을 구하는 일을 계속 하냐는 물음에 “왜냐하면 아무도 이 일을 안 하기 때문에”라고 답합니다. 그 말에 젊은 친구는 “그래서 당신이 영웅인거죠”라고 말합니다.

 

근데 그렇게 희생만 하라고 하면 아무도 리더나 영웅을 안하려고 하겠죠? 저는 우리사회에서 리더나 리더십이란 용어가 다시 유행이 되려면 리더가 계속 나올 수 있게 지속 가능한 환경(sustainable environment)을 만들어야 된다고 봅니다. 김연아 선수나 이국종 교수 같은 분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운이지만 지속가능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생각합니다. 치과계에서 리더가 지속적으로 양성되기 위한 환경을 만들어야 하고, 그 노력을 누군가는 해야 합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