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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선택을 한다는 것

릴레이 수필 제2374번째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고 했던가?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도 했던가?

 

살아가면서 흔히 들었던 문구였던 것 같다. 그러고 나면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선택으로 왜 이렇게 살아가는가?’라고 물어보게 된다. 나 역시 나이 40을 눈앞에 둔 지금 인생을 돌아보면, 수많은 선택을 해왔고, 그때마다 부모님, 선배님들을 포함해 친한 지인들과 같이 고민 상담도 해왔었다.

 

비교적 모범생으로 큰 말썽 없이 평범하게 자라왔으며, 청소년 드라마 ‘나’를 보며 재미있는 학교생활이 이루어질 것 같은 남녀공학을 선택 지원했다.

 

고1 때 식중독이라고 생각하고 방치했다가 응급실로 실려가 맹장이 터지기 일보 직전에 수술을 했었는데, 그때 만난 외과의사 선생님의 따뜻한 진료로 천사 같은 의사가 되어볼까 생각했던 적도 있었으나, 결국 여느 하이틴 수기의 주인공처럼 고등학교 생물 선생님을 3년 내내 무척이나 좋아해서, 하얀 가운을 입고 일하는 과학자, 연구원이 되겠다고 다짐하고 대학 진로를 선택했다.

 

그렇게 꿈을 품고 대학생활을 하던 중,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관련 사건으로 온 국민이 들썩일 때 연구원의 길을 만류하는 주변인들이 생겨났었고, 그래도 주관과 목표를 가지고 연구원의 길을 갔던 동기들도 있었다. 나에게 또 현재의 직업을 갖게 된 결정적 선택의 시간이 왔던 것이다. 부모님 말씀으로는 내가 어렸을 때 치과치료를 꽤나 받았다고 하시는데, 이것 때문에 치대를 꼭 가야지 한 건 아니었다.

 

하얀 가운을 입고 싶었고, 내가 정말 아픈 순간에 만난 의사선생님을 떠올리며 의료인이 되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다니던 대학교에 치의학전문대학원이 생겼다. 열심히 준비하여 치전원에 합격하였고, 치과의사가 되기 위한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자유로운 캠퍼스 생활을 뒤로하고 다시 고등학교 학생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힘든 치대생활을 견뎌낸 선배들이 대단해 보였고, ‘나도 저렇게 되는 날이 오겠지’라고 생각하며 하루하루 지내며 학교생활을 무사히 마쳤던 것 같다. 졸업 후 3년까지는 훌륭한 치과의사가 되기 위해선 진료를 많이 하여 임상경험을 쌓고, 수많은 세미나를 듣고 배우며 적용하는 것이라는 데 한 치의 의심도 없었던 것 같다.


학교 다니면서 졸업 후 진로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과정도 없었으며, 어떤 길을 갈 수 있는지 알지도 못했고, 그저 치과의사의 미래는 병원, 의원에서 치과치료를 잘해주고 있는 모습이 전부일 것이라 생각했다. 이렇게 지극히 평범한 초보 여자치과의사로서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치열하게 워킹맘으로 살아가다 잠시 휴식을 하던 중에 동기의 추천, 소개로 보건소에 가게 되었고, 공공치과의사 생활이 시작됐다.

 

공보의들만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었던 낯선 보건소에서 만난 외국인 근로자들은 한 달에 하루 쉬는 날을 이용해 보건소에 내소하였고, 나는 로컬에서보다 더 열정을 가지고 여기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진료를 했었다. 국적은 다르지만, 타국에서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은 이곳이 엄청 고마운 곳이었나 보다. 치료가 끝날 때마다 맑은 눈망울로 ‘감사합니다’란 말을 여러 번 되풀이하고, 치료 중간중간 간식과 음료수를 건네며 그들 나름의 고마움을 계속 표시하였다. 그렇게 하루하루 로컬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은 보람을 느꼈고, 시간이 지날수록 보건소를 찾는 이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주고 싶어졌다. 이러한 이유로 그래서 보건소 치과의사를 선택하게 됐다.


 보건소가 무료여서 고마운 곳이 아닌 지역 치과와는 다른 정보제공과 의료서비스를 무료로 해주어서 고마운 곳이 되게 만들고 싶어졌다. 큰 틀에서 구강보건사업은 보건소마다 비슷하지만, 같은 구강보건사업을 내소환자들에게 어떻게 적용할 지는 거기 속해 있는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의 몫이다. 성인, 노인분들로부터 1차 치과치료 후 2차, 3차 치과진료까지 이어지는 것이 노화가 원인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치과의사에 대한 불신으로 치료 후 더 불편해졌고, 아파졌다고 호소하시는 분들을 만나고 소통하면서 그분들의 오해와 불편함을 해소해주고 싶었다.

 

또한 학교 출장을 나가고, 직접 보호자와 내소하는 아이들을 만나며 단체 잇솔질 교육보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일대일 구강안 잇솔질 실습, 교육을 하는 것이 잇솔질 방법 개선에 효율적이라는 것을 느끼고 이 모든 경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정확하고 꼼꼼한 잇솔질 방법임을 확신하였다. 어떤 진료가 이루어지든 이곳에서 만나는 환자들에게 마무리는 개개인 맞춤 잇솔질 방법과 구강보조용품 사용을 구강 안에서 직접, 실습 교육하고, 동기부여 하는 데 부단히 연구하고 노력하였다.


이렇게 일을 한 결과 내소 환자분들은 치과에서 얻지 못하는 정말 중요한 정보를 얻고 배워간다며 만족하셨고, 예방의 중요성을 깨달아 가시는 환자분들을 보며 큰 보람과 자부심을 느꼈다. 치과의사들이 환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들은 무궁무진하다. 충분히 많은 사람들을 이롭게 할 수 있는 주체로 살아갈 수 있다. 공공기관에서 6년 반 동안 근무하면서 나 또한 이러한 경험을 하게 되었고, 내가 더 성숙한 치과의사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대다수가 가지 않는 길이라서 특별한 선택이 아니라, 남들이 겪지 못하는 특별하고 소중한 경험을 통해 내가 하는 일에 가치부여를 할 수 있어서 특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