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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떼려다 붙였네요”

시론

피렌체 관광을 하다가 시내 한복판에 있던 특이한 조형물들을 본 적이 있다. 귀국 후에 그것이 무엇이었는가를 조사해 보니,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허큘리스(Heracules)였다.


이 조형물들의 특징은 매우 잔인하게 사람들을 쳐서 죽이는 모습들이었는데, 예술품이라는 생각이 들다가 사라져버렸다. 어쩌면 작가는 인간의 잔인함을 표현하려는 의도를 가졌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허큘리스는 힘의 상징이고 부러움의 대상인데, 잔인하다는 것은 좀 의외다.

 

예로부터 우리들은 가르침을 숭상해왔다. 가르침을 숭상했던 것은 삶을 가치 있고, 또한 평온하게 유지하기 위한 지혜였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사람들은 부자보다는 지혜 있는 사람들을 존경해 왔다. 물질적인 풍요를 추구하면서도, 더 큰 가치는 지혜에 두어 왔던 것이다.


그런데 마음으로는 지혜 있는 사람들을 숭상하면서도, 부자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이 우리들이라는 사실이 재미있다. 재미있다는 표현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이율배반적임에는 틀림이 없다.

 

우리 나라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인 홍길동이 50주년을 맞이했다. 50년 만에 그 만화영화를 다시 보면서, 만화영화의 초기 작품이었음에도 상당한 수준의 작품이었다고 느껴지는 것이 놀라웠다.


홍길동이 차돌 바위와 함께 무술을 배우고자 도사를 찾아갔을 때, 도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마루가 더럽구나”라는 짤막한 말만을 한다. 앞으로의 교육과정에 관한 아무런 말도 없다. 가르쳐 줄 것인지, 청소만 시킬 것인지에 대해서 아무런 언급도 없다. 그럼에도 홍길동은 말씀의 뜻을 알아차리고, 수년간의 청소 수련을 견디어 낸다.

 

시대가 무척 빠르게 변하는 이 시대의 젊은 사람들에게 홍길동과 도사는 어떻게 비쳐지고 있을까? 그 시절의 도사와 같은 정신을 가진 사람이 이 시대에도 있기는 할 것이다.


축지법을 쓰거나. 구름을 타고 다니는 묘술을 쓰지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그 정신은 본받을 만하다는 생각을 하겠지만, 따르고 싶은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현실적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래 전에 광주기독병원에 유수만 박사님이 계셨다. 영어 이름은 뉴스마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분을 찾아 뵈었을 때 마침 핸드피스를 손수 수리하고 계셨다. “혹을 떼려다가 붙였네요~~” 하시면서 웃으시더니, “금강산도 식후경이죠~~” 하시면서 점심 자리로 이끄셨다. 외국인이 이런 속담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서 재미있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 참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자신의 나라를 떠나서 못살고 답답한 우리나라에 와서 평생을 헌신하신 분에게서 그런 여유로운 말씀을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이 기억에 새롭다. 당시의 국민소득이 지금의 사십 분의 일도 안되던 시절이었는데, 생각해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금보다는 몇 배나 꿈이 있었고 행복하던 시절이었다. 누리는 것이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소득이 그리도 적었는데 누리는 것이 많았다니 참 이상한 일이 아닌가? 그러나, 누렸던 것은 물질이 아니라 마음이었다.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이 훨씬 많았으니 어찌 아니 행복했겠는가?

 

지혜, 기개. 이 단어들은 우리 민족의 성격을 나타내는 단어라고 생각된다.

거기에 인내와  베풂. 이것이 역사의 한 가운데에 우리가 설 수 있었던 힘일 것이다.

 

지혜가 없으면 망하는 것이 삶이라고 한다. 지식이 지혜가 되기 위해서는 인내와 베풂이 함께 해야 한다. 원래 우리 민족이 가지고 있었던 정신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