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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 Fontes

릴레이수필 제2384번째

강산이 3번 바뀌었다.


검었던 머리는 흰색으로 바뀌어 가고 있고, 밀집되었던(crowding) 머리 곳곳에 빈자리(spacing)가 보인다. 이 space close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수련시절 Full Band(전악 band를 이용한 bracket 부착)를 하였다. 그 후 DBS가 그리고 SWA가 보급되었다. 심미성이 강조되며 Ceramic 브라켓, resin 브라켓이 보편화 되었고 이제는 Self Ligation 브라켓이 대세이다.

 

교정의사들의 최대 고민거리 중 하나인 고정원 확보는 교정용 미니임플란트(Temporary Anchorage Device TAD)가 상당 부분 해결해 주었다. 투명교정 장치의 등장으로 ‘쉽고, 빠르고 편하게’는 교정영역에도 큰 변화의 바람을 불어 넣었다.


30년 전 길병원 치과에 첫 발을 딛으며 교정과를 열었다. 그 당시 전과(全科) 수련 레지던트인 한정희 선생(현 인천 미주치과 원장)의 도움을 받아 교정 영역을 개척해갔다. 인정의 시대가 열리며 이영진 선생(현 충주 이영진 치과 원장)을 첫 수련의로 교정과 단독 수련이 시작되었다. 열악한 환경에서 교정과의 기초를 세워준 그들에게 마음의 빚이 많다. 그 후로 많은 전공의들이 땀과 열정으로 길병원 교정과를 세워갔다.


길병원 교정과는 2008 AAO(미국교정학회, Colorado Denver)에서 Joseph E Johnson Clinical Award를 수상하였다. 발표해 준 전공의 선생들의 노력이 컸다. 그러나 이는 그들만의 노력의 결실이 아니라 그간 길병원 교정과를 거쳐 간 모든 전공의들의 땀과 수고가 쌓여 때가 되어 결실을 맺은 것이리라. 유발 하라리(히브리대학 역사학교수)는 그의 저서 호모데우스를 통하여 현생인류가 네안데르탈인을 누르고 지구의 주인이 된 근원을 네트워크 능력이라 하였다. 길병원 교정과 의국원의 끈끈한 네트워크가 수상의 근원이요 30년 길병원 생존 역사의 비밀이라 하겠다. 


돌이켜보면 나는 제자들에게 두 가지를 요구했던 것 같다.


첫째로 ‘이치닌 마에(一人前)’ 정신으로 개인이 아니라 길병원 교정과 의국의 구성원으로 책임과 의무를 다해주기를 요구했다. 내 몫의 벽돌을 쌓아야 그 다음 사람이 또 쌓고… 그래야 우리는 길병원 교정과 의국이라는 아름다운 집을 지을 수 있다고.


두 번째는 Ad Fontes이다. 기본이 안 된 상태에서는 그 위에 견고하고 화려한 집을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단지 씨를 뿌리고 물을 주었을 뿐이다. 그 기초 위에 그들은 내가 상상도 못한 각종의 아름다운 꽃을 피워냈다.


교정치료를 하면서도 wire bending을 못하는 치과의사가 있다는 이야기가 간혹 들린다. wire bending이 안 되면 torque control을 못한다는 의미이다. 서두에 언급한 바와 같이 교정 임상에 많은 변화가 있었으나 기본은 변함이 없다. 최신의 장비와 재료 그리고 화려한 기술 이전에 기본으로 돌아가는 겸손함을 후학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나는 지난 30년 간 가시덤불이 뒤덮인 척박한 돌짝밭을 헤쳐온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보면 그 땅은 희망과 열정, 헌신이라는 자양분으로 가득찬 옥토였다. 길병원 교정과의 앞길은 매우 험난하다. 그렇지만 우공(愚公)의 자세로, Ad Fontes의 마음으로 그 길을 계속 가고 싶다.

 

추) Ad Fontes : 라틴어로 ‘근본으로 돌아가자’라는 뜻의 말이다. 신학적으로는 성경으로 돌아가자 라는 뜻으로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