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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명 피해준 '먹튀치과’사무장병원 의혹

대표원장 자주 바뀌어
A치과 선금받고 돌연 잠적
피해자 수백 명 추산 ‘파장’

 

“처음엔 믿지 못했고, 그 다음엔 패닉이 왔어요. 새로운 치과를 가니 교정이 잘못됐다며 9개월을 더 치료받아야 한다고 하는데, 하루하루 너무 화가 나고 힘이 들죠.”


서울 서초구 소재 A치과 대표원장이 사전에 치료비를 선납한 환자 수백 명에게 아무런 고지 없이 돌연 잠적한 것으로 밝혀져 사회적 파장이 예상된다.


피해자 측에 따르면 해당 치과 B대표원장은 지난 3월 24일 연락이 두절됐으며, 현재 치과에는 A4용지 1장 분량의 안내문만 붙어있다. 안내문에는 코로나 19로 인한 환자 감소와 경영난의 이유로 3주간 휴업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일부 환자들에게는 예약 전날 치과 사정과 휴업 사실을 알리는 문자 메시지가 발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 모임은 해당 문자메시지 발송인이 B원장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공개된 문자 메시지에 따르면 A치과는 지난해 11월부터 매달 지출이 8000만원씩 발생했고, 최근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치과 사정이 더욱 악화됐다. 아울러 치과의 모든 시설을 건물주가 압류했으며, 지난 3월 24일까지 치과를 비워달라는 ‘최후통첩’까지 받았다.


#SNS 통한 환자유인·현금결제 유도
특히 해당 치과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적극적으로 활용, 각종 이벤트를 진행해 환자를 모집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을 통해 생년월일 이벤트를 진행하거나 시술 전후를 비교한 사진 등을 올리며 환자들을 유인한 것이다.


또 SNS를 보고 치과를 방문한 환자들에게 큰 할인 폭을 제시했다.


2017년 1월부터 해당 치과를 다녔다는 피해자 C씨는 “SNS 이벤트를 보고 갔는데, 큰 할인 폭을 제시해 놀랐다”며 “특히 오늘 계약하면 800만원인 비용을 350만원으로 맞춰주겠다고 해 계약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A치과의 무리수는 SNS 이벤트에 그치지 않았다. 계약을 결심한 환자에게 현금결제, 선 결제, 계좌이체 등을 대놓고 요구한 것이다. 특히 병원 내부에는 카드 결제 가격과 현금 결제 가격을 비교한 안내판까지 비치해 공공연히 현금결제를 유도했다.


이처럼 지난 5년간 환자유인, 현금결제 유도 등을 일삼던 A치과의 행보는 세무당국에 의해 결국 꼬리가 잡혔다. 세무조사 결과 33억 원의 현금 신고 누락이 적발된 것이다. 


#건물주 “마치 투명치과 같았다”
건물주 D씨는 A치과를 지난 2018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투명치과와 견줬다. 임대차 계약을 맺을 때부터 이상한 점을 느꼈다는 D씨는 “5년 전 임대차 계약을 진행할 때 B대표원장은 연대 보증인 중 한 명이었고, 계약자는 다른 사람이었다”며 “B대표원장과 계약 당사자인 E씨는 동업자 관계”라고 밝혔다.


A치과의 수상한 행보는 주변 개원가를 통해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사무장치과로 보이는 정황들도 잇따라 포착됐다. 인근의 한 개원의는 “해당 치과는 인테리어, 주차장 비용도 밀릴 정도로 사정이 안 좋아 지금 건물로 이전했다”며 “개인적 친분이 있던 한 원장이 해당 치과에서 근무하며 ‘스트레스가 심해 암에 걸리겠다’며 낙향한 사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몇 년 전 그 치과 자리가 싸게 나와 인수한 적이 있다”며 “그 때 해당 치과 원장은 나이가 많은 여자 분이었는데, 지금 원장은 또 남자더라”고 밝혔다. B대표원장의 경우 구회 가입도 하지 않은 상태로 확인됐다.


피해자들의 증언 역시 이 같은 의혹을 뒷받침했다. “치료받은 3년 2개월 동안 의료진 교체가 잦았다”며 “어떤 날은 마르고 안경을 쓴 치과의사, 또 한 날은 40대 초반 젊은 치과의사, 또 다른 날은 갓 치대를 졸업한 것 같은 앳된 치과의사가 진료를 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피해자는 “B대표원장이 여러 차례 치과 이름을 바꿨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직원·환자들 피해 ‘눈덩이’
결국 남아 있는 사람들만 또 다른 피해를 감내하고 있다. 특히 과거 A치과에서 근무하던 직원은 “피해 사실을 알게 된 환자들이 B원장과 연락이 안 되자 제 개인번호로 전화를 걸어 항의를 한다”며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대부분 직원들은 월급마저 밀려 있는 상태였고, 병원 숙소에서 살던 직원들 역시 하루아침에 방을 비워야만 했다.


환자들이 피해를 보상 받을 길도 현재로서는 막막하다. 관할 보건소에 문의 결과 3월 31일 기준 A치과는 폐업 신고도 하지 않았다. 한 피해 환자는 “다른 치과에 가서 치료를 계속 받으려 해도 수년간의 진료차트가 없어 적절한 치료가 어려울 것 같다”며 “교정을 진행하면서 어금니 교합이 맞지 않아 음식을 제대로 못 씹었고, 소화불량도 심해졌다”고 하소연했다.


피해자모임 측은 법률 상담을 통해 사기죄 적용 여부를 문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내부 논의를 거쳐 추후 대처 방안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피해자들은 B원장으로 추정되는 전화번호로 지속적인 연락을 취하고 있지만 일체 응답이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