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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증상 확진자 방문, 치과 문 닫는 날벼락 고통

스탭·대기환자까지 줄줄이 격리 대상
보름 휴업 이상의 막대한 피해 한숨만
코로나19 자가 격리 치의 단상

 

‘코로나19 시대’의 치과 개원의라면 가장 달갑지 않은 경우의 수가 바로 확진자의 치과 내원이다.


서울 중심가에서 개원 중인 40대 J 원장도 그랬다. 그날, 3월 28일의 진료는 평온했고 그 ‘환자’도 마냥 평범했다.


J 원장이 50대의 여성으로 기억하는 ‘환자’는 발열이나 기침 등 의심 증상이 없는 이른바 무증상 확진자였다. 지난 해 한 번 치과에 들려 잠깐 상담을 받았을 뿐 평소 해당 치과를 꾸준히 다니던 환자도 아니었다. 그날도 임플란트 식립 부위가 불편하다고 호소했을 뿐 그 외에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J 원장이 직접 스케일링 시술을 한 다음 주말 기간 동안 통증을 걱정하는 환자에게 약 처방까지 했지만, 이들의 불행한 만남은 거기까지였다.


치과의사로서의 일상이 멈춰 선 건 그로부터 3일 뒤인 지난 3월 31일이었다. 관할 보건소에서 그 ‘환자’가 확진자로 판정됐다는 연락을 받은 다음 곧바로 방역팀이 들이닥쳐 대대적인 방역이 진행됐다. J 원장 역시 그날 근무했던 직원 1명과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바로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다행히 J 원장과 직원은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


J 원장의 치과를 다녀간 그 환자는 코로나19 뉴스특보에서 자주 언급되던 모 교회 관계자로 밝혀졌다.


#진료 중단한 환자들 가장 마음에 걸려
지난 6일 연결된 전화통화에서 J 원장은 “해당 교회를 다니는 분들이 동네에 많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주변 동료 치과의사들이 제 사례를 보고 많이 불안해 한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집 근처 강남구 보건소에서 관리를 받고 있는데, 오늘은 불시에 와서 격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갔다”며 “특별히 할 일이 없는 상황이라서 이런 경우 보상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 이곳 저곳에 문의를 하고 있다”고 본인의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그날 확진자가 다녀간 여파는 J 원장 뿐 아니라 다른 환자에게도 미쳤다. 같은 날 대기실에 있었던 8명의 환자도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 격리에 들어간 상태다.


J 원장은 이들을 비롯해 갑자기 진료가 중단된 환자들이 가장 마음에 걸린다. 신경치료 중인 환자는 다른 치과에 의뢰하기에도 애매한 상황이라 진료 재개하는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보건소에서는 직접 접촉이 없더라도 3, 4시간 이후까지의 내원자도 접촉자로 판정을 했다”며 “하필 그날 고등학교 친구 가족들이 내원했다가 같이 피해를 보게 돼 그들에게 굉장히 미안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조심스레 피해 규모를 묻자 J 원장은 “한 달의 절반 정도가 그냥 사라졌을 뿐 아니라 환자들의 예약 연기나 저희 치과에 대한 이미지 타격을 생각하면 단순히 숫자로 피해를 특정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행정적인 불확실성은 지금 이 순간에도 J 원장의 몫이다. 그는 “식당이나 편의점은 다른 사람이 와서 물건을 팔거나 할 수 있지만 저 같이 혼자 진료하는 병원의 경우 사실상 폐쇄된 것과 마찬가지인데 실제로 폐쇄 행정처분은 나오지 않았다”며 “피해 보상 시 단독개원의가 많은 치과의원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탁상행정의 결과가 나오지나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걱정했다.


다만 그는 “오늘(6일) 협회에 전화를 했다가 아직 보상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지만 다행히 저와 같은 케이스들을 폐쇄 범주에 포함시켜서 처리하자는 일련의 움직임이 의료계 내부에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그래도 정확한 정부의 지침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 봐야할 것 같다”고 밝혔다.


J 원장과 같은 사례로 치협에 자가 격리 상황을 신고한 치과의사는 6일 현재까지 10여명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