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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미래가 될 것인가, 멍청한 미래가 될 것인가?

시론

참으로 우리나라는 놀라운 나라다. IMF 사태가 일어났을 때도, 놀라운 속도로 문제를 해결했고, 이번과 같은 범세계적인 위기 속에서도 세계가 놀라게 할 정도로 신속하게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아마 이것은 우리를 특징짓고 있는 몇 개의 키워드 중의 하나인 “빨리빨리”라는 성격 덕분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서두른다는 것은 부족함을 감수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언제라도 어려움에 봉착할 수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을 멋지게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어차피 어려운 상황이므로 현재의 상황보다는 나아질 수 있다는 바람 덕분일 것이다.

 

우리나라가 IT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새로움에 대한 강한 호기심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성취를 위한 조급함 덕분이었다. “빨리빨리”라는 우리를 대표하는 키워드 중의 하나가 사람들의 조급함을 해소하는데 제격인 인터넷과 딱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경제는 순환이 빠를수록 그 성장속도가 빨라진다.  그러므로 사람들의 욕구가 어디에 있는가를 찾아서, 그것을 필요로 하는 곳에 연결 시키기만 하면 경제의 규모는 커진다.  그런 점에서 IT 강국이라는 사실은 앞으로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키워줄 것이 분명하다.

 

경쟁이 심한 사회라서 “치열한 경쟁”이라는 표현은 이제 너무도 진부한 것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이 치열함 때문에, 삶에서 정말로 소중한 부분들을 많이 잃어버리고 있다.

 

“빨리빨리”는 경제성장에 크게 도움이 되어 왔고, 앞으로도 도움이 되겠지만, 문제는 경제를 누리는 것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이 중요한 점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생물체의 성장은 인터넷이 발달한다고 해서 크게 빨라지지는 않는다.  사람의 노력으로 성장속도를 다소 빠르게 할 수는 있겠지만, 태어나서 며칠 만에 성인으로 만드는 기술은 앞으로도 불가능할 것이다.


더욱이, 사람의 정신 발달은 상당한 기간 동안의 성숙과정이 있어야만 하는데, 인터넷이 아무리 빨라진다고 해도 발달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아니, 오히려 지능발달을 늦게 할 것이 뻔하다. 지능을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갈급함이 있어야 할 터인데, 인터넷은 점점 더 사람들의 갈급함을 해소해 버리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사람은 인터넷 덕분에 멍청해지고 말 것이다.

 

많은 지식을 습득하면 할수록 지식은 머리 속에 들어오지만, 제대로 쓰도록 하는 지능은 후퇴해 버릴 것이다. 지능을 쓸 필요가 점점 없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절제할 수 있는 능력도 점점 사라질 것이다. 인터넷은 원하는 것을 신속하게 성취하도록 해 주고 있는데, 무엇 때문에 기다릴 것인가? 지금도 조금만 늦어도 소란을 피우고 있는데, 앞으로는 더 심해지면 심해지지 느긋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IT 선진국으로서 세계의 어떠한 나라 보다도 좋은 점과 좋지 않은 점을 많이 알고 있는 나라가 우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과만을 쫓아서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을 보면서, 성과 이면의 문제들로 인해서 지금까지 쌓아 온 것들이 한꺼번에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면 지나친 걱정일까?

 

이제는 일부러라도 불편함을 찾아서 땀을 흘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열릴 세계는 너무도 분명하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