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수)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치의학 불모지 르완다로 떠나는 이병중 원장

‘르완다 대학살’ 생존자 용서 간증에 큰 감명 ‘삶의 전환점’ 돼
진료소 개축, 기공소·재료공급 회사도 설립 계획, 치의학 개척
치과의사 육성 위해 미국에 HHOA 본부 설립하기도

 


“단돈 250원이 없어 치과를 가지 못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치과에는 치과의사가 없고, 의사가 대신 진료를 보죠. 테라피스트가 이를 뽑습니다. 치료 중에는 석션이 망가져 바닥에 침을 뱉곤 합니다.”


치과의사 이병중 원장(57)은 아프리카 르완다의 상황을 위와 같이 묘사한다. 치과의사가 50명이 채 안 되는 국가. 이 원장은 지금 이곳에서 치과의사로서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그가 두 번째 삶의 터전으로 르완다를 선택한 데에는 한 청년의 간증이 결정적이었다. 청년은 우연히 가족을 죽인 사람의 아들을 만나 용서하고 받아들이기까지의 과정을 밝혔는데, 이는 이 원장의 삶에 큰 전환점이 됐다.


청년은 약 80만 명을 죽음으로 몰고 간 ‘르완다 대학살’의 생존자로, 집 안 장롱에 숨어 누이가 강간당하고 아버지가 타 부족에게 살해당하는 끔찍한 장면을 지켜봤다. 당시 청년의 나이는 10살이었다.


이 원장은 그의 일화를 듣고 인생 2막에 대한 기틀을 다졌다. 이 원장은 “상상할 수 없는 용서의 간증을 듣고 아프리카 선교를 결정했다”며 “결혼 25주년을 기념해 여행지를 정하던 때에 그의 얘기를 듣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곳이 아프리카 르완다라는 확신이 섰다”고 결정 당시의 마음을 밝혔다.


아프리카 르완다는 치의학 불모지로 꼽힌다. 르완다 대학살 당시 많은 치과의사가 살해되고, 타국으로 도피했다. 현재 르완다에는 40명 남짓한 치과의사와 단 한 개의 치대(University of Rwanda College of Medicine and Health Sciences School of Dentistry)가 있지만 이런 수치조차 르완다 치의학 실상을 왜곡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치대는 미국의 개인병원보다 작고 기초적인 장비조차 제대로 구비되지 않았다. 또 통계에 잡힌 치과의사 상당수는 외국인이다.


#“수혜자로서 르완다 돕는 건 의무”
그는 부족한 치과의사를 육성하고 가난한 이들을 진료하기 위한 방편으로 미국에 His Hands On Africa(이하 HHOA) 본부를 설립했다. 


특히 부족한 치과의사를 충원하기 위해 HHOA 산하 고등교육원을 설립, 르완다 치과대학 졸업생들에게 부족한 치의학 지식과 실습경험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수년 전부터 르완다 치대 졸업생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2013년에 설립된 치대는 강의 수준과 구비된 치과기자재 등이 많이 부족하다”며 열악한 상황을 강조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진료도 병행한다. 도시민뿐만 아니라 외지에 사는 주민에게도 진료의 혜택이 미칠 수 있게 이동식 치과진료소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인구의 80% 가량이 치과병원과 4~5시간 거리에 거주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30개 이상의 행정구역에 1개씩 치과 진료소를 설치하고 진료소를 지원키 위한 치과기공소와 치과재료 공급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현재 HHOA는 치과센터 부지를 확보하고, 치과센터 설계공모를 열어 당선작을 결정하는 등 센터 건립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후원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 기부페이지(https://www.hishandsonafrica.org/donate.html)도 개설했다.


본격적인 진료나 르완다에서의 행보는 코로나19가 잦아들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전 세계가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힘든 상황”이라며 “지금은 최종적으로 집과 치과를 정리하고 르완다에 가지고 갈 짐을 추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치과의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는 질문에 이병종 원장은 “한국의 효과적인 코로나19 대처에 세계가 주목했고 이번 사례로 한국이 세계 정상급의 의료체계를 가졌다는 것이 널리 알려졌다”며 “이는 오래 전 미국의 의료선교사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보인 희생이 대한민국 의료제도나 치의학 발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희생과 지원의 수혜자로서 르완다를 포함한 사정이 어려운 국가를 돕는 건 우리의 의무”라며 “기부로써 봉사에 동참하거나 직접 르완다에서 봉사에 참여하는 한국 치과의사가 많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