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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와 상관없이 당신도 꼰대일 수 있다-꼰대라는 단어가 유행하는 사회-

릴레이수필 제2398번째

요즘 안타깝게도 전세계를 휘어 삼킨 코로나라는 단어 외에, 2020년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제일 핫한 키워드를 꼽으라면, ‘꼰대’라는 단어는 분명히 Top 5 안에 들어갈 단어일 것이다.

 

분명, 꽤 오래전 적어도 내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1980년대에도 있었던 단어이고, 예전 소설, 드라마에서도 쓰였던 단어이지만, 요새처럼 언론에 회자되고, SNS에 언급된 적이 없었다.


그 의미도, 분명 과거에 어쩔 수 없이 권위적이고, 강압적일 수밖에 없는 선생님을 지칭하는 것에서 벗어나, 요새는 회사 상사, 친한 선배라도, “라떼는 말이야(나때는 말이야)”를 입에 올리는 순간, 그 사람은 좋은 상사, 훌륭한 선배임과 동시에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꼰대’가 되어버리고 만다.

 

분명, 세대간 갈등은 예전에도 있어왔고 ‘요즘 어린 애들 버릇없어’라는 표현은 고대 이집트 문서의 기록에도 나온다고 하지만, 적어도 내가 태어나고 자란 지난 40년간, 요즘만큼 세대간 갈등이 심해진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런 세태를 그냥 무시하고 살던 대로 살 수도 있지만, 당장 이 글을 읽는 수많은 의료인들이 병원, 의원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나를 알게 모르게 꼰대 취급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어떤 사람이 꼰대인지, 아니 꼰대라고 불릴 가능성이 높은지, 그 이유는 알아두는게, ‘슬기로운 의사 생활’을 위해 좋지 않을까? 이 글은 다분히 이런 주관적인 생각에서 출발한 나름 나이로 치면 중간자적 입장에 있는 나의 다분히 주관적인 기록임을 밝혀둔다.

 

최근에 꽤나 젊은층에게 화제가 되었던 배우 김응수의 인터뷰 기사 중 한 구절을 첨부한다. <드라마 ‘꼰대인턴’ 촬영에 들어가는 그는 “다른 사람에게 내가 하기 싫은 일을 시키고, 자신의 가치관ㆍ생각을 강요하는 게 바로 ‘꼰대’”라고 정의했다. “대본 읽으며 어떤 사람이 꼰대인지 주변을 자세히 살펴보니 꼭 나이 많은 선생님ㆍ상사만 꼰대인 게 아니던데요. 젊은 사람들 중에도 꼰대 많더라고요. 꼰대 안 되는 방법은요? 입 닫고 지갑 여는 거죠.”>

 

이 글에 내가 이 지면을 빌어 하고 싶은 모든 말이 들어가 있다. 특히 자신의 가치관,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는 순간, 그 사람은 나이가 몇이건, 사회적 지위가 어떠하건, ‘꼰대’가 될 수밖에 없다. 아래 직원들이나 후배 의사들이, 내 예전 시절만큼 병원이나 의원일에 열정적이지 못하고, 퇴근시간이 1분만 지나도, 진료나 연구에 매진하진 않고 헬스장, 필라테스장등으로 사라져버리는 모습을 보며, ‘라떼는 말이야’라는 말을 입에 담는다면, 그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가치관을 부하 직원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꼰대가 되어버린다.


만약 그런 부하 직원들의 행동이 못마땅하다면, 나부터, 직장 상사, 대표원장이라는 미명하에 제일 늦게 출근하고 제일 빨리 퇴근하지 않았는지를 살펴볼 일이다. 내가 의·치대를 갔던 시절보다, 더 치열한 경쟁을 뚫고 내 후배가 된 젊은 의사들이, 그들의 일에 열의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부터가 다분히 본인만의 주관적이고 편향된 생각 아닐까? 그들이 그들의 일과 인생에 열의를 표현하는 방식이나 주안점이 과거와 달라졌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페이 닥터로 일하는 후배의사나 직원들 역시, 그들이 젊다고 해서 김응수의 말처럼 꼰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대표원장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그저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 나왔던 과거의 이론이나 경험으로만 치부하고, 요즘 세상에는 그런 이론과 경험은 통하지 않는다고 여긴다면, 그들은 단언컨대 시간이 지날수록 꼰대보다도 더 최악인 어른이 되어갈 것이다.


그들이 지금, 젊은 혈기와 열의로 진지하게 인생을 계획하고 설계하고 있듯이, 그들이 보기에 지는 해인 선배 원장과 직장 상사들도, 그들에게 남은 날 중 가장 젊은 날은 지금이기에 분명, 나이와 상관없이 엄청난 혈기와 열의, 그리고 시간의 흐름에 보태진 노련함으로 오늘 하루를 진지하게 살고 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저 나이에 더 이상 뭘 바라겠어? 저 정도 위치까지 가고 돈을 벌고 더 이상 뭘 하고 싶겠어?” 이런 생각과 판단으로 그들을 바라보기 이전에, 저 정도 나이와 위치에 있는 사람이 어떤 생각과 후회와 계획을 가지고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지를 진지하고 객관적으로 생각하고 물어본다면, 그것이 본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든, 안되든, 분명 남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유무형의 큰 자산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나이가 몇이건, 사회적 지위가 어떠하건, 본인의 인생에 진지하고 열정적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 사람이 있거나, 진지하고 열정적이지만, 그 결과물이 잘 나타나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윗사람이건, 아랫사람이건 그 사람을 바라보고, 평가함에 있어, 왜 저렇게 행동하지? 왜 저렇게 살지? 라고 한심하게 쳐다보고, 비난하기보다, 그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한 번이라도 상대방의 입장에서 진지하게 생각해본다면, 결과와 상관없이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꼰대가 아닌 사람이 될 것이다.

 

꼰대가 되기에는, 그리고 꼰대인 척 하기에는 너무나도 젊을 모든 사람들에게 건투를 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인생의 긴 사이클 중에 어디에 속해있건, 어떤 직책을 가지고 있건, 당신도 나도, 오늘 하루는, 이번 생을 통틀어 처음일 것이기 때문이다. 처음 사는 인생에서 꼰대가 되기에는, 우리는 모두 다 죽기 전날까지도 너무나도 젊고 미숙한 존재들일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