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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 실수가 넘치는 식당’을 들어 보셨나요?

시론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생활 속 거리두기를 통해 예전과 달라진 일상 속에서 우연히 인터넷 서핑을 하다 재미난 기사를 찾았습니다. 몇 해 전인 2017년 6월 29일자 눈에 들어온 인터넷 기사 제목은 ‘일본 한 식당의 이상한 주문법이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였습니다.

 

내용인즉, 일본 도쿄시 도요스에 2017년 6월 3일 문을 연 겉보기에는 다른 식당과 별다른 차이점이 없는 그런 평범한 식당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식당이 특별한 이유는 손님이 주문한 음식이 제대로 나올 지 아니면 다른 메뉴로 바뀌어 나올지를 알 수 없는 ‘주문 실수’가 이 식당의 테마이기에 관심이 집중되었습니다.


이곳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 여섯 명은 모두 치매 환자로 주문 실수는 물론, 주문을 받는 것조차 잊어버리곤 하는 문제가 있는 식당이었습니다. 라면을 시켰는데 우동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햄버거를 시켰는데 만두가 나왔습니다. 이럴 때 문득 주문을 잘못 넣었는지 한번은 의심하게 되는데 나오는 음식마다 매번 다른 음식이 나오게 된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요?


‘주문 실수가 넘치는 식당’이 바로 그곳이었습니다. 그러나 엉뚱한 메뉴를 가져다줘도 화내는 손님은 한 명도 없습니다. 이식당 가면 식당 이름처럼 주문대로 음식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 이유는 방금 손님이 주문한 음식을 기억하지 못하고 엉뚱한 음식을 가져다주는 일이 다반사이신 할머니들....

 

하지만 이 식당에서는 음식이 자신의 주문대로 나오지 않았다고 화를 내지 않습니다. 실수하고도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으시는 할머니들을 도와 드리며 손님들은 오히려 할머니들과 즐겁게 소통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심지어 손님들은 잘못 주문된 음식으로 어떤 것이 나올까 하는 기대감마저 갖게 되었고, 할머니들은 실수를 해도 두려움보다 용기를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문 실수 넘치는 식당’을 기획한 ‘오구니 시로’는 “노인들도 충분히 활동적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특히 각박한 세상에서 실수를 포용할 줄 아는 사람이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에 시작했다”고 식당 오픈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치매 환자에 대한 편견을 줄이고 실수를 포용할 줄 아는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 보고 싶어 식당을 열었다고 했습니다.


비록 잠깐 동안의 이벤트 형태로 개업한 식당이었지만 작은 실수에도 그것을 포용하지 못해 툭하면 서로 다시는 안 볼 것처럼 멱살부터 잡는 살벌한 요즘... 우리 동네 어딘가에도 ‘주문 실수 넘치는 식당’ 한곳이 들어서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약하고 소외되신 분들에게 따뜻한 시선이 구석구석 머문 식당, 그래서 그 안에서는 누구나 마음껏 행복해도 되는 그런 식당 하나쯤 있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등 따스함이 기억되는 행사가 많은 달입니다. 오늘은 코로나19로 그간 뵙지 못한 부모님을 모시고 엉뚱한 주문 식당을 찾아보고 싶습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