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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여치, 코로나 속 피어난 따듯한 인술

대여치 ‘천사의 집’서 봉사, 정신질환·신제장애 등 환자 진료

 

서울에서 북쪽으로 40km, 도로의 회색빛보다 자연의 푸르름이 많아질 때 쯤 ‘천사의 집’이라 적힌 낡은 표지판 하나가 우뚝 솟아있다. 차에서 내리자 어깨를 툭 치며 반가운 듯 “너 나 알지?”라는 소리가 들린다.


대한여자치과의사회(회장 이민정·이하 대여치)가 장애인들을 위한 치과 봉사를 지난 6월 28일 고양시 ‘천사의 집’에서 진행했다. 이날 봉사에는 대여치 황혜경·박슬희 이사와 그 가족들이 함께했다. 

 

 

대여치가 이곳을 처음 찾은 건 2016년, 처음 보는 치과의사가 낯설어 다가오지도 않고 거부만 하던 그들도 4년쯤 되니 이젠 스스럼없이 유니트 체어에 누워 입을 벌린다.


72세 어르신부터 키가 어른의 반도 안 돼 보이는 초등학생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에 의지하는 환자도 있지만 정신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환자가 많다. 이 때문에 진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치료를 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실제로 이날 고열로 진료가 어려웠던 환자를 비롯해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던 경우도 많았다.  

 

 

환자들 반응은 긍정적이다. 이진규 씨(30)는 “자주 오시진 못하지만 기억이 나고, 오면 반갑고 좋다”며 “아프지 않게 치료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진규 씨는 치료 내내 아픔을 호소했지만 치료 후 주어진 캔 음료 하나가 아픔을 잊게 한 것 같다. 


진료를 기다리는 장소에서는 가족들의 활약도 있었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옮기는 것부터, 데스크 업무, 환자 말동무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했다. 이날 데스크 업무를 맡은 주 민 학생은 “가끔 쉬는 날이면 치과의사인 어머니를 따라 봉사를 하러온다”며 “고등학생인 만큼 공부도 해야 하고, 놀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봉사 후 느껴지는 보람이 자꾸만 발길을 이끈다”고 말했다.


장순옥 천사의 집 원장은 “1년에 한 번씩 오시는데 더 자주 왔으면 좋겠다”며 “선생님들의 봉사가 우리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도움이 되고, 치료를 받을 때면 무서워하지만 다들 선생님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황혜경 이사는 “매번 장애인 시설에 의료봉사를 가면서 아쉽게 생각되는 건 이런 봉사가 일회성이라는 점”이라며 “이번 봉사도 코로나19 때문에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려 다시 오게 됐는데, 거동이 어려운 중증장애인들의 경우 구강건강에 더 많은 도움을 주기 위해선 이런 봉사가 주기적으로 더 많이 실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치과봉사활동은 사전에 기본적인 방역지침을 숙지하고 환자 발열·기저질환 체크, 페이스 쉴드·마스크 착용 등을 통해 철저히 참가자들의 안전을 고려한 채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