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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의 작은 섬에서 피어난 이야기

스펙트럼

마리안느 스퇴거, 마가렛 피사렉 이 두 간호사 분들은 의료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의 작은 섬, 소록도에 한 줄기의 빛처럼 다가오셨습니다. 저는 이 글을 통해, 인술을 실천하신 훌륭한 의료인의 모습뿐만 아니라, 주변에 대한 배려심이 삭막한 요즘 사회에 따뜻한 교훈을 전하고 싶습니다. 또한, 올해가 나이팅게일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인데, 만리타국에서 한 푼도 받지 않으며 한센인들을 위해 평생을 봉사하신 두 간호사분의 헌신을 기리고자 노벨평화상 활동을 추진 중이기 때문에 수상 추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저는 고등학생 때부터 학생회에서 두 분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추진하고자 교황청과 노벨평화상 위원회에 글을 쓰는 활동을 하며 대외적으로 두 분의 선행을 알리는 일들을 적극적으로 진행했습니다. 졸업을 하고 나서도 저 역시 예비 의료인으로서 두 분의 선행을 기억하고, 의료계에 종사하고 계시는 분들이 이 분들께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총독부는 한센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국가의 위상을 떨어뜨린다는 명분으로 이들을 소록도로 강제 이주시키며 그곳에서 강제 노역을 시켰고, 차마 눈 뜨고는 지켜볼 수 없는 인권 유린을 저질렀습니다. 한센병이라는 질병 특성상 신체의 일부가 썩어 잘라 내거나, 신경계의 문제로 신체 일부가 무감각해짐에도 불구하고 벽돌공장에서 강제 노역을 시키며, 뜨거운 벽돌을 맨손으로 만지게 하는 등 한센인의 인권은 소록도의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또한, 한센병은 유전이 되는 질병이 아닌데도, 일본인들은 본인들의 무지를 감지하지 못하고, 한센인이 출산을 하지 못하도록 남성의 경우 단종 수술을 강제로 행했고, 여성의 경우 임신을 하면 낙태를 시키는 등의 비윤리적인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처참한 오늘을 살고 있는 한센병 환자에게 한 줄기의 빛처럼 다가오신 분이 마리안느와 마가렛 간호사 분들입니다. 대학교를 다니고 있던 두 분은 의료의 불모지였던 외진 섬 소록도를 자원해 그 곳의 한센인을 돕기 위해 인도로 건너가 한센병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셨습니다. 이 후 한국에 건너와 외상이 심한 한센인들의 상처에 맨손으로 약을 발라 주고, 직접 만드신 음식을 나누는 등 환자들과 진심으로 교감하며 그동안 상처 입었던 한센인의 마음까지 치료해주는 모습을 보이셨습니다. 두 분은 자원봉사의 신분으로 소록도에 오신 것이기 때문에 일정한 소득이 없어 비자 연장을 위해 빵과 스프를 팔며 모금활동을 했고, 이후에는 그 돈으로 한센인들의 생활수준을 개선할 수 있는 시설 건축에 사용하며 한센인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힘쓰셨습니다. 그 후, 스스로 몸이 불편하신다는 것을 감지하시고 소록도의 사람들에게 짐이 될까봐 아무도 모르게 쪽지 한 장을 남기고 소록도를 떠나셨습니다.

 

 한센인들의 몸과 마음의 상처를 따뜻하게 치유하신 두 간호사 분은 약 40년 동안 한 푼의 돈도 받지 않고 헌신하시며 따뜻한 인류애를 실천하셨습니다. 두 분은 환자들과 마음으로 통했기에 언어의 장벽도 극복하실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두 분의 선행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스스로 꺼려하셔서 인터뷰도 마다하시다 최근에 어렵게 허락을 하셨습니다. 아무런 대가 없이 타인을 위해 일평생을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많다는 사실에 생긴 사명감으로 환자에게 다가간 두 분의 희생정신을 닮고 싶습니다. 금전적 요인에 구애받는 치과의사가 아닌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우선으로 생각하며 세속적인 것들에서 탈피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 글을 통해 의료계에 종사하시는 많은 분들이 직업정신을 재고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이런 따뜻한 이야기가 삭막한 우리 사회에도 온기로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