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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표준(75) 2020년 제56차 ISO/TC 106 온라인 총회 참관기

총회 기간동안 치과분야 8개 소위원회서 주요 안건 다뤄
세부 주제 따라 working group으로 구성되어 진행
국제표준 제안·토의 거쳐 수정·발행하는 작업 시행

대한치과의사협회 자재·표준위원회에서는 국제표준화기구 치과기술위원회(ISO/TC 106)에서 심의가 끝나 최근 발행된 치과 표준을 소개하는 기획연재를 2014년 2월부터 매달 게재하고 있습니다. 환자 진료와 치과산업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지난 8월 20일부터 28일까지 국제표준화기구/치과전문위원회(ISO/TC 106) 국제회의가 온라인으로 개최되었다. ISO/TC 106 국제회의는 치과 산업과 관련된 국제표준 문서를 제정, 개정, 폐지하는 회의로 전 세계 28개국이 투표권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고, 16개국이 참관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는 대규모 국제회의다.

 

올해는 전례 없던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미국 샌디에이고(San Diego)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총회가 온라인을 통한 가상의 공간에서 개최되었다. 필자의 경우 올해로 세 번째 참석하는 총회인데, 이전 두 번의 총회 참석에 곡절이 많았던 기억이 있다. 참석을 위해 한국을 떠나기 직전까지 일정이 무척이나 꼬여서 항공권과 숙박 일정을 연거푸 조정해가며 겨우 참석하였었다. 그런데 이럴 수가, 이번에는 전례 없는 온라인 총회라니! 온갖 세상 걱정을 다 떠안은 모양새로 밤늦게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이미 약 반년간의 코로나를 겪으며 온라인 회의 참석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도 한참의 시간이 걸려서야 회의 방에 접속할 수 있었다. 드디어, 미팅 참여 버튼을 눌렀을 때, 무슨 일인지 회의 방이 열리지 않았고 회의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처음 10분 정도까지도 여유로운 마음으로 대기하다가, 예상 시간보다도 15분 남짓한 시간이 지나고 나니 설마 시간을 잘못 생각한 건 아닌지 라는 생각이 엄습해왔다. 땀을 뻘뻘 흘리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접속 오류로 인해 시작이 늦어졌다는 멘트와 함께 개최자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오프라인 회의에서처럼 각국의 참여자들이 간단히 자기소개를 하며 회의가 시작되었다. 온라인 회의라니, 무척이나 편리하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다양한 도시에서 동 시간대에 많은 인원이 참석하다 보니 시차에 어려움이 있었다. 새벽 6시 회의 참석은 처음이라는 한 참석자의 인사말에, 다른 참석자는 헛웃음과 함께 그곳은 새벽 3시라는 언급을 하였다. 우리나라 시간대로는 밤 9시이어서 다행이었다. 전체 총회 기간은 약 일주일 남짓으로 이 기간 동안 치과 분야의 모든 소위원회에서 주요 안건을 다루고, 최종적으로 전체 회의를 진행하게 된다.

 

ISO/TC 106 치과전문위원회의 경우, 모두 8개의 소위원회(subcommittee, SC)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분과는 치과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각기 다른 주제로 표준 작업을 시행하고 있다. 첫 번째(SC 1)의 경우 Filling and restorative materials, 두 번째(SC 2)는 Prosthodontic materials, 세 번째(SC 3)가 Terminology, 네 번째(SC 4)의 경우 Dental instrument, 여섯 번째(SC 6)는 Dental equipment, 일곱 번째(SC 7)은 Oral care products, 여덟 번째(SC 8)는 Dental implant, 그리고 마지막 아홉 번째(SC 9)가 Dental CAD/CAM systems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필자의 경우 ISO/TC 106 내에서 SC 3, Terminology(치과 용어)와 관련한 분야에 한국 대표로 참여하고 있다.

 

각각의 소위원회는 또다시 세부 주제에 따라 작업반(working group, WG)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WG에서 관련된 국제표준을 제안하고 토의를 거쳐 수정 및 발행하는 작업을 시행하게 된다. 각 작업반에서 다루는 문건은 전문가들에 의해 위원회에 신규 작업항목 제안(New Work Item Proposal, NWIP) → 작업 초안(Working Draft, WD) → 위원회 초안(Committee Draft, CD) →국제표준안(Draft International Standard, DIS) → 최종 국제표준안(Final Draft International Standard, FDIS)의 과정을 거쳐 국제표준(International Standard, IS)이 발행되게 된다. 각각의 과정으로 넘어가기 위해 각 회원국의 투표와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게 되므로 각국의 치과 산업의 최근 동향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는 자리이다.

 

필자가 참여한 SC 3의 경우 치과에서 사용되는 모든 용어의 표준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용어의 표준화와 치과 산업이 어떤 연관성이 있을지 의문을 가지는 분들도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용어의 표준과 치과산업간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각각의 모든 표준이 가장 먼저 규정하고 있는 것이 용어의 정의이고, 동일한 사물이나 행위를 가리키는 모든 용어가 우선적으로 단일화 되어야 시험 검사법이나, 규격 등을 명확하게 규정 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용어를 다루는 표준은 기본으로서 그 중요성이 높다고 생각된다.

 

이와 더불어 최근 SC 3에서 많은 노력을 할애하고 있는 부분은 치과계에서 사용되는 용어를 코드화 하는 작업이다. 이는 영ㆍ미권 외의 국가간에도 원활하게 그리고 명확하게 의사소통이 가능하게끔 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치아를 아라비아숫자로 사용하는 코드, 즉 우측 중절치를 #[11] 로 표기하는 것은 대표적인 코드화 작업의 결과물이다. 치과 분야에 사용되는 여러 용어들을 단일한 코드로 표기하여 정보를 좀 더 간결한 형태로 기록/저장 할 뿐 아니라 상호간의 소통도 명확하게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라 할 수 있겠다. 금년에는 과잉치아의 명명법(CD 단계), 치아수복재료에 대한 와동 분류(NP 단계), 치의학용어(FDIS 단계) 및 법치의학용어(FDIS 단계)에 대한 표준을 심의하였다.

 

우리나라는 치과계를 선도하는 나라답게 모든 소위원회에 고루 참석하여 적극적으로 표준 제정에 참여하고 투표권을 행사하고 있다. 국내에서 표준 정책을 담당하는 부서는 산업표준화법에 따라 국가기술표준원(KATS)이 전담해 오다가 2017년부터 일부 표준은 각 전문 국가기관에 이양되었다. 식품, 의약품 및 의료기기 분야의 표준화 업무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이관되었다. 표준의 경우 치과에서 사용되는 모든 재료, 기기와 밀접하게 연관성을 가지고, 식약처의 의료기기 인허가 업무에도 시험방법 혹은 관리 기준을 규정하기 때문에 중요한 업무로서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치과 제품, 의료장비의 직접적인 사용자로서 치과의사들도 이러한 표준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정해진 표준에 맞추어 따라가는데 급급하기 보다는 한발 앞서 새로운 표준의 필요성과 그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사용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견을 제조사에서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표준 제정에 참여한다면 국내 치과산업은 더욱 그 규모가 커지고 앞선 기술력을 갖추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2021년 회의는 8월 29일부터 9월 3일까지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개최되며 한국의 전문가들이 많이 참여하기를 기대한다.

 

<국제표준화기구/치과전문위원회/치과용어소위원회 화상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