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진료에 최선 다하고 환자 배려하는 치과 원한다

예약시간 안 지키고 불친절 치과는 신뢰 떨어져
최선의 진료로 환자 만족 높이고
환자 대기시간도 꼼꼼히 챙겨야

●좌담회  | 환자들이 바라는 치과란?


11월의 마지막 날 강남의 한 치과에 네 명의 환자가 모였다. 환자들의 블로그와 SNS를 뒤지고 지인을 통해 수소문하고, 아는 원장님의 도움도 받아 치과에 대해 각기 다양한 경험과 기억을 갖고 있는 환자들을 섭외했다. 이들에게 모두 익명을 보장하고 치과에 대한 온갖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을 얘기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동네치과에 바라는 점을 물었다.<편집자주>

 

 

Q. 내가 경험한 치과들은?
●박아영 씨(32세, 가명) : 문제가 많은 OO교정치과 근처 사업장에서 일했다. 해당 치과가 오픈할 때부터 봤고, 때마침 교정치료를 하려던 참이었다. 이 비싼 동네에 저 정도로 차렸으면 치과의사들 실력이나 환자 관리나 믿을 만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처음 그 치과에 가서 느낌이 이상했던 건 치과의사가 상담을 안 하고 상담실장에 의해서 먼저 상담이 이뤄진다는 것이었다. 일시불로 결제하면 좀 더 저렴한 비용에 진료를 잘 해준다고 했다. 조금 고민됐지만 ‘어차피 하기로 마음먹고 있던 거 그냥 하자’는 마음으로 치료를 받기로 결심했다.


치료를 시작하면서부터 불안했다. 나를 처음 본 치과의사가 너무 의욕이 없어 보이고 진료내용을 설명하는데도 퉁명스러워 기분이 나빴다. 그리고 진료를 받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치과를 갔더니 원래 나를 담당하던 남자 치과의사는 없고 여자 치과의사가 치료를 하기 시작했다. 내 상태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엉뚱한 이야기를 했다. 끝까지 진료가 잘 될까 하는 불안감에 그때서야 인터넷으로 주위 평판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문제가 많았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이왕 시작했으니 최대한 빨리 치료를 마치고 벗어나자고 생각했다.  

 


진료예약을 하면 30분에서 1시간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고 얼마나 더 기다려야 진료를 받을 수 있을지 몰랐다. 불안하고 위축돼 보이는 직원들만 왔다 갔다 하고 치과의사는 부족한 느낌? 그러던 어느 날 치과에 벽보를 하나 붙였는데, 그 내용이 정말 황당했다. 벽보 내용이 ‘환자들이 예약 시간에 늦어 전체 예약관리가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얼마나 많은 환자가 늦기에 이렇게 큰 병원이 대처를 못해 그것마저 환자 핑계를 대는 수준이라니... 그런 와중에도 할인 이벤트는 끊임없이 진행하고 있었다.


결국 진료는커녕 예약도 힘든 상황이 왔고 치료를 다 마무리 짓지 못했다. 그들에겐 내가 낸 진료비가 작은 돈일지 모르나 나에겐 타지에서 힘든 직장생활을 하며 교정을 하려고 조금씩 모아왔던 소중한 돈이었다. 그래서 법률에 대한 지식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개인 소송을 진행했다. 그런데 병원의 어이없는 핑계 속에 조정기일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이제는 소송이 어떻게 진행돼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시는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치과, 원장이 직접 상담하지 않는 치과, 여러 원장이 있는 치과를 가지 않을 것이다.

 

●김남선 씨(29세, 가명) : 지인의 추천으로 교정치료로 유명한 병원 두 곳을 찾아 진단을 받고, 두 번째 가게 된 곳에서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두 번째로 간 병원에서 제시한 치료 내용이 좋았는데 비용이 너무 높아 고민을 하다, 지금의 내 형편에 맞춰 비용을 조금 낮춰 할부로 교정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교정을 하려고 치과를 알아보면서 SNS나 블로그 등은 아예 참고대상이 아니었다. 아무리 환자가 아는 것이 없어도 상식은 있다. 기본적으로 몇 년씩이 걸린다고 하는 치료를 말도 안 되게 저렴한 가격에, 짧은 시간에 할 수 있다는 광고들은 신뢰하지 않았다. 특히, 친한 친구가 3개월 단기로 교정치료를 받다 어느 순간 치과가 없어지는 사기를 당하는 것을 보고 무서워했던 경험이 있다.

 


고가의 비용이 드는 치료는 먼저 같은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지인들의 조언을 받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치료를 받으려고 치과를 다니며 드는 생각은 병원에서 환자들의 시간을 조금 더 소중히 생각해 줬으면 한다는 것이다. 예약을 잡고 병원을 가면 너무 오랜 시간을 기다리게 한다. 이럴 거면 왜 예약을 하는지... 특히, 특수한 진료는 거리에 상관없이 좋은 병원을 찾아가야 하는데, 나 같이 직장생활을 하며 일하는 중간에 치과를 찾는 사람도 있을 텐데 조금 더 환자를 배려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임예빈 씨(36세, 가명) : 동네치과, 말 그대로 가까워서 그냥 다녔다. 우리가족 모두 매년 한 번씩은 가서 진료를 받다 보니 원장님이 가족 치과 주치의 같은 개념이 됐다. 그 치과에서 언니가 교정진료를 받았다. 그걸 보고 나도 교정진료를 받고 싶어 원장님께 얘기하니, 자세히 내 치아를 살피고는 “학생은 괜찮으니 교정을 하지 말라”고 하더라.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원장님에 대한 믿음이 커지면서 이 분이 시키는 대로 무조건 따르자는 생각을 했다. 이 분이 하지 말라는 것 안하면 되고, 하라는 것은 하면 되겠구나. 우리가족은 그 치과 원장님이 시키는 대로만 했다. 그리고 모두 만족해했다.


가끔씩 치과를 가니까 원장님이 나를 기억이나 할까 하는데, 언젠가 한번은 원장님이 진료를 하면서 “언니랑 똑같은데 덧니가 났네”하는 거다. 감동이었다. 친구도 나를 20년 간 봐온 친구가 없는데, 이 원장님은 내가 성장하는 모습을 그대로 다 봐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앞으로도 가능하면 이 분에게 오랫동안 진료를 받고 싶다.

 

●신유진 씨(38세, 가명) : 오랫동안 임상현장에서 일했고, 치과위생사로서 환자들의 예방적 관리에 관심이 많다. 나는 솔직히 치과 치료를 많이 받지 않는 편이고, 치과를 가야하는 상황이 되도 큰 고민은 없다.


그러나 나에게 낯선 곳에서 치과를 가야하는 상황에서 그 선택 기준을 물어본다면 ▲과도하게 광고 마케팅을 하는 치과는 믿고 거른다. ▲임플란트, 교정치료를 하며 가격을 후려치는 치과도 안 간다. ▲대표원장이 직접 진료를 하는지, 또 원장의 약력을 살펴봐 어떤 곳에서 수련을 받았는지, 전문의 자격이 있다면 어느 분야를 전공했는지, 또 일정 시간 이상 경력이 쌓인 분을 찾아 진료를 받으라고 권하고 싶다.

 


특히, 치과계에서 유명 연자로 소문난 원장님들인 경우에도 믿고 진료 받을 수 있는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분들을 환자 입장에서 찾아가기엔 쉽지 않을 것 같다. 이 자리에 참석한 분들에게 얘기하고 싶은 것은 가능한 원래의 치아를 살리려고 노력하는 분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 환자들이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임상현장에서 있다 보면 이미 다른 곳에서 치료를 받고 온 환자들을 많이 보는데 어떤 경우는 눈을 의심할 정도로 ‘이렇게까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를 볼 때가 있다. 그런 치료 상태를 보면 ‘그저 환자를 돈으로만 봤구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앞에서 예약 얘기가 나와 치과인으로서 핑계를 하나 대자면 어떤 진료에 대해 의료진이 예상하는 시간이 있는데,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져 진료시간이 길어지는 경우가 많다. 또 병원의 입장에서는 신환이 왔을 때 이를 놓치면 안 되기에 환자의 예약시간을 못 맞추는 경우가 있다. 어찌 됐든 환자가 예약을 하면 진료에 소요될 시간을 잘 예측해 환자를 기다리지 않게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Q. 내가 바라는 동네치과는?
●박아영: 고향이 지방이다. 그곳에서는 나도 동네치과를 다녔었다. 그러나 서울에 직장을 잡고 독립을 하며 직장 근처, 사는 곳 근처를 가장 우선 택하게 되는 것 같다. 환자들은 솔직히 잘 모른다. 치과의사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내 건강을 위해 최선의 방법을 생각해 주는 치과, 그런 치과에 다니고 싶다.  

 
●김남선: 나 역시 개인적으로 치과는 가까운 곳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특히, 교정치료를 앞둔 상황에서 주기적으로 쉽게 들러 확인받고 진료 받을 수 있는 게 좋은 것 같은데, 이미 그 상황은 안 된다. 그래도 만족할 만한 치료를 해 준다면 괜찮다. 아프지 않게, 그리고 조금 더 환자의 시간을 소중히 생각해 줬으면 한다. 더불어 간혹 치과에 가면 각종 성형이나 미용 관련 술식을 권하는 치과가 있는데, 환자가 먼저 원해서 찾아온 경우가 아니라면 이런 것을 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임예빈: 꼭 치과가 아니더라도 여러 의료기관을 다니면 극과 극의 경험을 하게 된다. 정말 상세한 것 하나까지 웃으며 안내해주는 극도의 친절함을 경험하는 한편, 단답형으로 대답하거나 당연한 것을 물어보냐는 식으로 무안을 주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무안을 받으면 환자가 아닌 소비자의 입장이 된다. 내가 내는 치료비에 친절함도 포함돼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친절함은 개인의 성격이나 기분문제가 아니라 서비스의 일부가 돼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환자는 몸이 아픈 것뿐 아니라 정보라는 권력도 적게 가지는 약자일 수밖에 없다. 이런 환자를 조금 더 배려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유진 : 나도 그렇고 원장님들도 그렇고 환자를 돈이 아닌 사람으로 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겉으로 보여 지는 치료결과뿐 아니라 환자가 정말 편하게 씹고 먹을 수 있는 치료. 입속에 작은 모래 알갱이 하나만 들어가도 너무 불편하지 않나.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개인적으로 치아는 관리가 50%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치과들이 진료뿐 아니라 평소에 환자가 구강관리를 더 잘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데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의료인으로서 책임감 잊지 말자”

 


광주지부 소속으로 치협 대의원총회의장을 역임한 박종수 원장은 ‘동네 치과의사’로서 지난 35년간 한자리를 지키며 수많은 이웃을 돌봤다. 그는 매월 2일을 ‘이의 날’로 지정해 무료 치과 검진을 펼치고 무의촌 환자 3만여 명을 방문 진료하는 등 봉사하는 삶을 실천했다. 특히 사회복지법인 개미꽃동산 대표이사를 맡아 노인들을 위한 무료급식소인 ‘사랑의 식당’을 30년째 운영하며 동네뿐 아니라 지역 전체의 어려운 이웃을 두루 살피고 있어 귀감이 되고 있다.


박 원장은 “오랜 세월 동네 치과의사로서 환자들을 돌보며 느낀 점은 ‘더불어 사는 삶’의 의미와 보람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샘이 강이 되고, 강이 바다가 되듯 치과의사로서 동네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선한 영향력을 퍼뜨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