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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운다” 짠 내 나는 치과 연봉협상

최저임금 인상, 장기 불황, 코로나 여파
원장도, 스탭도 마주보면 ‘한숨’만 나와
수년 째 매출 제자리걸음, 인건비 비중↑

 

코로나19 시대에도 연봉협상 시즌은 왔다. 치과도 예외는 아니다.


통상 12월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줄다리기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는 게 일선 개원가 관계자들의 목소리다.


치열한 개원 경쟁,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속화 된 경영 악화의 고리가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을 틈 타 더욱 확대된 만큼 올해는 연봉협상 테이블 세팅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들이 흘러나온다.


무엇보다 실물경제와 체감경기 모두 좋지 않은 상황에서 동네치과들의 긴 한숨이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원장과 직원들의 ‘샅바싸움’에도 적잖은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초부터 치과 내원 환자가 꾸준히 줄고 있는 현상이 코로나19 3차 대유행의 여파로 인한 선제적인 영향이라는 점에서 치과 구성원 모두가 ‘지금은 위기’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매출 점점 주는데 고정경비만 늘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과의 경영을 책임지는 원장들의 입장에서는 지난 수년 간 인건비 비중 확대가 충분히 선반영 돼 왔다고 보는 경향이 크다.


실제로 최저임금 상승폭을 살펴보면 지난 2018년 무려 16.4%가 인상되면서 7530원, 2019년에도 10.9%가 오르면서 8350원으로 책정되는 등 2년 연속 두 자리수 인상을 기록했다. 그나마 2020년(2.9% 인상) 이후 다소 상승세가 꺾였지만 한 번 올라간 임금 기준이 재조정되는 건 아니다. 과거 10년으로 범위를 넓혀 보면 2010년 당시 4110원이던 최저임금은 2021년에는 8720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


수년 째 제자리걸음인 매출에 비해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경비의 경우 계속 늘어나는 추세임을 고려하면 개원 치과의 입장에서는 낙관적인 신호가 하나도 없다고 해도 무방한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가 할퀴고 간 여파가 아직 정리되지 않는 시점에서 임금협상 국면이라고 해서 선뜻 긍정적인 신호를 주기가 어렵다는 하소연이 많다.


서울 중심가에서 개원 중인 40대 치과의사 A 원장은 “주변 치과를 둘러보면 지난해 30~40% 정도 매출이 떨어진 곳도 적지 않은 상황”이라며 “우리 치과 역시 오히려 일부 직원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파트파임 직원을 고용하는 등 자체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고정 경비를 절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 “어려운 줄 알지만 그래도 속상해”
직원들 역시 뒤숭숭한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에 위치한 모 치과 스탭의 경우 “매년 이맘 때 쯤 연봉에 대한 면담을 했었는데 올해는 한 달이 다 가도록 원장님이 아무런 얘기를 안 한다”며 심난해 했다.


또 다른 치과 스탭은 “과연 이런 상황에서 연봉협상을 할 때 월급을 올려달라고 하는 게 맞는 지 상당히 조심스럽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일부 스탭 커뮤니티에서는 최근 “연봉협상 다들 하셨나요?”, “치과가 코로나 영향을 많이 받는데 협상은요?”, “얼마나 올려주셨나요?” 등 연봉 안부(?)를 묻는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불만이 없을 리 없다. 특히 저년차 보다는 경력이 있는 직원들의 경우 불만의 강도가 더 세다. 신입 직원들에 비해 치과에 대한 기여도가 높은 자신들의 임금 상승폭이 초라하기 그지없다는 볼멘소리다.


한 치과 스탭은 “최근 수년 간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으로 인해 신입 직원들의 초봉이 크게 올라간 데 비해 기존 5, 6년차 이상 직원들의 경우 매년 일정액만 인상되다 보니 이제 저년차와의 연봉 차이가 거의 나지 않은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며 “치과 임금 체계 상 저년차 직원의 월급이 올라가면서 기존 직원들의 임금을 밀어 올리는 구조가 아닌 만큼 상대적 박탈감이 더 크다”고 토로했다.


연봉 협상 결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한탄하며 이직을 저울질 하는 직원도 있다. B 치과 스탭은 “사실 연봉 협상이라기보다는 통보에 가까운 과정”이라며 “재작년과 작년 연속 동결이었고, 올해도 큰 차이가 없을 듯 해 현재 이직을 고민 중”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평범한 일상의 범위 내에 놓여야 할 치과 구성원들의 연봉협상 과정, 이곳에도 코로나19가 상흔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