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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추천도서 - 엿보기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영화 <트루먼 쇼>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인공 세상을 만들어 놓고 관찰하는 TV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태어나면서부터 학창시절, 직장 생활, 연애, 결혼 후 삶까지 모두 24시간 방송됩니다. 주인공이 감시당한다는 걸 모르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겠지만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는 이와 비슷하게 스타들 엿보기를 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일종의 관음증에 대한 인간의 욕구를 해결해준다고 할까요? SNS는 인간의 관음증에 노출증까지 결합된 거의 완벽한 매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성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자기의 것을 보여주고, 남의 것을 엿보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습니다. 여기저기 관음증과 노출증이 만연한 세상이 된 것입니다.

 

부정적인 의미로만 얘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것을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서 좋은 영향력을 충분히 미칠 수 있고, 잘한 ‘엿보기’는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책 읽기도 이런 연장 선상에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 자기 머릿속의 세상을 노출해 보여줍니다. 독자는 새롭고 자극적인 것을 찾아 엿보기를 하는 것으로 대리만족을 느낍니다. 독서를 통해서 우리는 엿보기의 본능을 해결할 수 있는 것입니다. 본능의 욕구를 해결하는 것은 기본이고 덤으로 인생의 ‘엿보기’를 체험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직접 영상으로 확인하는 것보다 활자를 통한 상상력으로 훨씬 더 자극적인 경험이 되는 것은 보너스입니다.

 

 

유품정리사가 전하는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7계명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일상의 소중함 전달 ‘큰 울림’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청림출판, 2020

 

최근 제가 읽었던 엿보기 중에서 가장 강도가 센 책입니다.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의 생활과 일, 그리고 죽음을 가까이에서 보고 그 흔적을 치우면서 겪은 수많은 이야기는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충격적이기도 합니다. 사람은 죽어서 반드시 무언가를 남기게 됩니다. 하지만 유품정리사가 본 것들은 유족들은 보기 싫어하는 ‘치워야’하는 것들이었습니다. 그 속에서 느끼는 저자의 생각은 우리에게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지, 또한 내가 죽어서 남겨야 하는 것들에 대해 고민을 하게 만듭니다.

 

수많은 죽음을 마주하는 동안 저자는 마지막 순간을 평온하게 맞이하는 건 천 명 중 한 명에게나 주어질 수 있는 엄청난 행운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책의 마무리에 써 놓은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7계명’은 천여 명의 죽음을 정리하면서 저자가 느낀 것이라 마음에 와닿습니다.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결국엔 일상의 소중함을 전달하는 이 책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고 어제를 후회하는 사람들, 삶의 의지를 놓은 채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모든 이들에게 큰 울림을 줄 것입니다.

 


IT 미래학자 니콜라스 카의 베스트셀러 10주년 개정판
인터넷이 주는 풍요로움 속 퇴보하는 ‘생각 능력’ 지적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청림출판, 2020

 

수십 년 전 TV가 처음 나와서 보급될 때 우리는 그것을 ‘바보상자’라고도 불렀습니다. 멍하게 보고 있다가 혼자서 웃고, 울고 하니 그럴 만도 했습니다. 지금은 어떨까요? 이제 TV는 오히려 신사답게 느껴지지 않습니까? 세계적인 경영컨설턴트이자 IT 미래학자인 니콜라스 카의 베스트셀러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출간 10주년을 맞아 개정증보판으로 돌아왔습니다. 인류가 인터넷이 주는 풍요로움을 즐기는 동안 ‘생각하는 능력’을 잃어가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이번 개정증보판에는 인터넷이 인간의 뇌에 미친 영향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 결과와 우리를 프로그램화하는 거대 소셜미디어 기업에 대한 폭로가 담겨 있습니다.

 

지금도 거대 인터넷 기업들은 ‘기기에 머무는 시간을 최대화하도록’ 우리를 프로그래밍하며 우리의 사고와 선택을 교묘하게 조종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앞으로도 점점 더 커질 예정입니다. 디지털 문화가 해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스마트 기기의 발전과 더불어 인간도 점점 더 똑똑해진다고 믿는다면, 끝없는 하이퍼링크와 알고리즘의 흐름에 정신을 맡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입니다. 이 책의 내용을 모두 수용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생각’은 한번 해봐야 할 내용입니다.

 


다양한 냉장 기술의 역사를 엿보는 흥미로운 이야기
코로나 백신 유통위한 콜드체인 기술 등 관심사 증폭

『필요의 탄생』 푸른숲, 2020

 

한여름에 냉장고가 고장 나서 하루 만에 수많은 냉동제품과 유제품들을 버렸던 적이 있습니다. 우리 생활에 냉장고가 아주 깊고 크게 들어와 있음을 느꼈습니다. 미지근한 콜라와 맥주는 생각만 해도 고통인 것은 차치하더라도 최근 코로나19 백신 때문에 콜드체인(저온 유통 체계)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전 국민이 맞을 수 있는 수량의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는 것만큼이나 그 방대한 양을 온전한 상태로 유통할 수 있는 콜드체인 기술, 비용, 가능성 등이 초미의 관심사이자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다양한 영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냉장 기술의 역사를 살펴보는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지난 수천 년간 음식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존해온 인류에게 냉장고의 발명은 비교적 최근에 일어난 사건에 속합니다. 냉장 기술은 신선 식품을 보존하고 수송하는 새로운 수단으로써 19세기부터 우리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런던과학박물관 큐레이터인 저자는 지난날 얼음과 기계의 힘을 빌려 온갖 음식과 물품들을 차갑게 보관했던 팬트리, 수납장, 상자들을 들여다보며 우리를 냉장고의 세계로 인도합니다. 냉장고의 비밀을 엿보는 이런 책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