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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덕(玄德)

배광식 칼럼

삼국지를 한번도 읽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여러 번 읽은 사람들도 많다. 나이와 사회경험이 증가함에 따라 읽을수록 새삼스러워지는 것이 삼국지이다. 삼국지에서 관우, 장비와 함께 도원결의를 맺은 유비의 자(字)는 현덕(玄德)이다.

 

현덕은 ‘속 깊이 간직하여 드러내지 않는 덕, 만물을 성성하게 하는 하늘의 덕, 천지의 현묘한 이치’ 등으로 풀이된다. 노자도덕경의 제10장과 제51장에서 현덕에 대한 뜻을 잘 풀어내고 있다.


“낳았으되 소유하지 않고, (모든 것을) 이루되 (거기에) 기대지 않고, 지도자가 되어도 지배하지 않는다. 이를 일컬어 현묘한 덕이라 한다.[생이불유生而不有 위이불시爲而不恃 장이부재長而不宰 시위현덕是謂玄德]”

 

현덕을 지니면 가히 성인이라 할 수 있고,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도덕경 제2장에는 이런 구절도 있다.


“만물을 지음을 마다하지 않고, 낳되 소유하려 하지 않고, (모든 것을) 행하되 (대가나 명예를) 바라지 않으며, 공을 이루되 그 공을 주장하지 않는다. 공을 주장하지 않기에 이룬 공이 허사로 돌아가지 않는다.[만물작언이불사萬物作焉而不辭 생이불유生而不有 위이불시爲而不恃 공성이불거功成而弗居 부유불거夫唯弗居 시이불거是以不去]”

 

이것이 성인과 지도자가 지녀야 할 덕이다. 옛 인물들 그리고 오늘의 인물들을 떠올려본다. 이 잣대 안에 들어오는 인물들이 있는가?

 

8월 3일 현재 세계의 코로나19 확진자 누계는 198,778,175명, 사망자 누계는 4,235,559명이다.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 누계는 202,203명, 사망자 누계는 2,104명이다. 미국은 각각 34,811,492명과 608,288명이고, 인도는 31,726,507명과 425,195명, 브라질은 19,938,358명과 556,834명이다.


한국의 1일 확진자 수는 2020년 3월 1일 595명으로 1차 피크, 2020년 8월 28일 371명으로 2차 피크, 2020년 12월 27일 970명으로 3차 피크, 2021년 7월 30일 1,710명으로 4차 피크를 찍었다. 1일 사망자 수는 2021년 1월 25명에 이른 적도 있으나, 3월 6일 이후는 4명 이내를 유지하고 있다. 확진자 대비 치사율이 많아 낮아진 셈이다.

 

이제 코로나19는 언젠가는 종식될 유행병이 아니라, 감기처럼 주변에 달고 살아야 할 질병으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이란 말은 있었으나, 코로나19 종식 이후라는 말은 없게 된 셈이다.


메르스는 종식되었다. 치사율이 높은 질병은 감염률이 높아도, 높은 치사율로 인해 종식될 수 있으나, 치사율이 낮고 감염률이 높은 질병은 종식되지 않는다.


종식되지 않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을 회복하려면 백신접종률을 높여야 한다. 8월 2일 현재 한국의 코로나19 백신 1회 이상 접종자는 19,947,507명으로 38.6%, 접종완료자는 7,182,557명으로 13.9%에 불과하다. 세계 평균은 각각 28.6%와 14.8%이다. 접종완료자 수가 세계평균에도 못 미친다.

 

미국의 1회 이상 접종자 57.1%와 접종완료자 49%, 독일의 61.4%와 52%, 영국의 69%와 57%, 프랑스의 63%와 48%에 비해 한국의 접종완료자 비율은 삼분의 일에도 못 미친다. 일본의 40%와 30%에 비교해도 접종완료자 수는 절반에 못 미친다.


접종예약과 관리 등을 인터넷으로 하는 시스템은 더할나위 없이 잘 되어 있다. 백신을 맞출 수 있는 의료기관은 충분하다. 백신 확보가 안된 것이 문제이다. 마스크 생산력이 대단한 한국에서 우리는 마스크 대란을 짧지 않게 겪었고, 비오는 날 마스크 사려는 줄에 장시간 서있다가 숨진 젊은이도 있었다. 이제는 백신 대란을 겪고 있다.

 

K-방역의 공은 헌신적인 의료진과 지침에 잘 따르는 국민들의 것이다. 방역은 질병의 성격에 따라 방향을 정하고 방역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방역을 통치수단으로 생각하고 정치 방역이 되는 순간 고초를 겪는 것은 국민이다. 평일보다 주말에는 확진자 수가 현저히 줄어든다. 이는 실제 감염자 수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고, 주말에는 검사 수가 현저히 줄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볼 때, 매일 확진자 수 통계를 제공하려면 검사 수 대비 확진자가 몇 %인지도 제공해야 한다.

 

노자도덕경 제30장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훌륭한 사람은 목적만 이룬 다음 그만둘 줄 알고, 감히 군림하지 않는다. 목적을 이뤘으되 뽐내지 않고, 목적을 이뤘으되 자랑하지 않고, 목적을 이뤘으되 교만하지 않는다.[선유과이이善有果而已 불감이취강不敢以取强 과이물긍果而勿矜 과이물벌果而勿伐 과이물교果而勿驕]”

 

목적을 이루어도 자랑하지 않는데, 목적도 못 이루고 자랑만 하는 세상이 빨리 끝나고, 현덕을 갖춘 지도자의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