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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주기별 구강기능 중심의 치과치료

시론

심각한 저출산-고령화 사회가 다가오고 있다. 이는 출산을 기피할 정도로 청년들의 삶이 팍팍해졌고, 노후 준비 없는 부모를 부양(扶養)해야 하는 중년들의 부담이 커졌다는 의미이다. 치과적으로는 현저히 줄어든 소아들의 우식 지수도 낮아지고, 노인들의 치과치료도 신체적, 경제적 이유로 제약이 많다. 게다가 75세 이상의 노인들은 개개 치아의 질환을 넘어 종합적인 구강기능이 저하되고 있다. 문제는 필자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치과의사들이 진료 대상(어린이, 성인, 노인)이나 진료 형태(내원, 방문)에 무관하게 아직도 개개 치아 중심의 증상(症狀)과 현상(現像)에 맞춘 치과치료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필자는 소아부터 노인까지 생애 주기별 구강기능 중심의 기초자료 수집과 종합적 진단을 통한 치과치료로 나아가야 함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소아의 구강기능은 수면무호흡(sleep apnea)과 깊은 관련이 있다.
소아 중에는 영유아기와 아동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아토피와 습진, 식품 및 계절성 알레르기, 천식 등 일명 ‘알레르기 행진(allergy march)’을 겪는 이들이 있다. 이는 젖병 수유 성분(우유, 계란, 콩 및 밀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Scammon의 ‘성장곡선’에 의하면, 뇌는 6세에 90% 완성되고, 림프계(편도 등)는 10~12세에 180%까지 폭풍 성장했다가 서서히 줄어들면서 정상 크기에 이른다. 문제는 이 시기가 턱얼굴 부위의 성장 발육과 영구치열 및 교합이 완성되는 시점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이 시기에 알레르기성 비염이 지속되면, 구호흡과 함께 불량한 구강위생관리로 인해 유치와 영구치에 다발성 우식이 발생하면서 부정교합이 나타날 수도 있다. 더불어 구호흡이 더 오랜 기간 지속되면 구강주변부의 변형을 동반한 부정교합 양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다음은 턱얼굴 변형을 동반한 부정교합이 발생되는 기전이다. 대략 1-3시간 좌우 교대로 일어나는 비(호흡)주기로 인해 비이환측 비강으로 숨을 쉰 후에는 반드시 구호흡을 할 수 밖에 없다. 또 감기를 자주 앓게 되면 비인두 및 구인두 편도가 정상 크기로 줄어들지 않고 남게 되어 구호흡은 더 악화되고 입안의 음압은 더 커진다. 이로 인해 상악 구치의 구개측 변위와 함께 구개 폭은 좁아지고 깊어지며 앞니는 돌출되거나 덧니가 된다. 연이어 아래 구치는 상악 구치와의 교합 간섭을 피하기 위해 주걱턱이나 무턱 혹은 안면비대칭 중 하나의 턱얼굴 변형을 가진 부정교합이 야기된다. 최근 후성유전 교정학에 근거한 DNA 장치, lightwire 전진기능 장치 및 근기능 치료가 이러한 기전에 토대를 두고 있다. 요약하면 턱얼굴의 성장발육과 영구치열 및 교합 형성 등 구강기능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먼저 평가하고 개개 치아의 증상과 현상을 다루자는 의미이다.

성인의 구강기능은 생활양식(life style)과 깊은 관련이 있다.
성인에서 치아 없이 잇몸으로 음식을 먹을 수는 있지만,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기는 어렵다. 이는 앞니 하나가 없거나(일명 맹구), 삐뚤 빼뚤하거나, 입술이 툭 튀어나왔거나, 웃을 때 잇몸이 확 드러나거나, 위아래 치아가 서로 맞물리지 않아 음식을 자르지 못하거나 발음이 새면, 자신도 모르게 손이 입가로 올라가거나 목소리가 줄어드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게다가 그들의 음주, 흡연, 과식(비만) 등의 생활습관도 구강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생활습관이 구호흡과 코골이, 폐쇄성 수면무호흡 양상으로 진행되면서 얕은(1, 2단계) Non-REM 수면과 이갈이 등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구강에는 다음과 같은 여러 증상들과 현상들이 나타나는 데, 아래턱의 설측과 입천장 정중 부위의 외골류(torus), 치아 마모와 실금(crack) 및 파절 및 심지어 뼈 속의 임플란트 고정체 파절 등이다. 이로 볼 때 치과의사의 정교한 치료도 이갈이 등의 불수의적인 구강악습관에 의해 좋지 않은 결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심한 마모 치아에서 디지털 치의학의 도움으로 스마일 라인을 빠르게 회복해 줄 수 있지만, 이러한 생활습관에 대한 평가 없이는 장단기적으로 좋은 결과를 보장받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이갈이 장치, 수면무호흡 장치 및 운동선수들의 치아-안면 보호와 경기력 향상을 위한 마우스피스 등의 치과장치가 그들의 일상생활과 얼마나 깊은 관련성을 가지고 있는 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요약하면 그들의 구강악습관과 수면 및 운동 등 생활양식에 대한 자료수집과 수면다원검사(polysomnography)를 통해 먼저 구강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후 개개 치아의 치료를 하자는 의미이다.

 

노인의 구강기능은 구강연하단계(oral swallowing stage)와 깊은 관련이 있다.
그동안 임플란트를 활용한 의치 혹은 수복 치료해 주었던 노인들의 구강기능은 현저히 나아졌다. 이는 수복치료 후 몇 년 만에 내원하는 노인들의 밝은 얼굴과 감사 멘트를 통해 확연히 알 수 있다. 이처럼 건강한 노후는 구강기능의 회복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문제는 뇌졸중, 치매 등 뇌병변에 의해 구강주변 및 혀 근력이 약해지면서 음식을 제대로 씹지 못하거나 삼키기 어려운 구강기능저하(oral hypofunction)를 보이는 의존적 노인들이다. 이들은 거동이 불편하거나 아예 요양시설, 요양병원, 재가에서 누워있기에 치과에 내원할 수도 없다. 치과의사들이 방문하여 치아 치료를 해 주어도 종합적인 구강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분들이다. 단지 시궁창 같은 구강을 구강위생관리를 통해 심한 구취와 흡인성 폐염을 예방하고, 혀와 구강주변 근력 강화 훈련을 통해 어느 정도 씹고 삼킬 수 있도록 구강기능관리를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동안 의존성 노인의 구강연하기에 치과의사가 무관심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아예 이분들이 치과 치료는 물론 관심 대상에서도 제외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재활의학에서 주로 다루는 불수의적인 식도연하기와는 달리 수의적인 구강연하기는 치과의사의 치료 영역임이 분명한데도 말이다. 이 또한 치과대학 교육이 고령화 시대 이전의 내원 환자 중심의 음식물 저작 기능에 주로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서 삼킴의 단계에서 중요한 수의적인 구강연하기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의존적 노인의 종합적인 구강기능 평가를 위한 구강쇠약지표를 만들어 저작은 물론 잘 삼킬 수 있도록 낮은 설압 및 구강주변 근력에 대한 운동요법과 함께 으깰 수 있는 틀니나 연하보조장치 등을 제작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요약하면 이제는 노인의 개개 치아의 형태 수복에 앞서 종합적인 구강기능 평가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제 치과치료도 단지 치아에 나타난 증상(症狀)과 현상(現像)에 초점을 맞춘 치료를 넘어 소아에서 노인까지 생애 주기별로 구강기능에 영향을 주는 기초자료들을 수집하고 종합적으로 진단하여 구강기능 향상에 초점을 맞춘 전신적인 생활치료 패러다임으로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