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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빛깔무지개 사람들]‘0’점서 ‘100점 남편’이 되다 "행복한 부부 만들기" 전도사 김건일 치협 의장

 


 33년째 부부일치운동 ‘ME’활동·교육
 결혼 생활도 계속 공부해야 행복 유지
“의장님 체구 작지만 성품은 거인이죠”


"돌이켜 보건데 저는 환자에게는 끔찍이도 온 정성을 쏟는 치과의사였지만 정작 사랑하는 내 아내가 아프다고 했을 땐 단 한번도 따듯하게 감싸 안고 병원으로 달려가 본적이 없는 고지식한 남편이었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진료시간에는 환자 보는데 방해가 된다고 집에서 걸려오는 전화조차 받지 않는 꽉 막힌 사람이었죠. 그러다 보니 아침에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퇴근 전까지 부부관계는 완전한 단절. 어느 날은 아버지의 임종을 알리는 전화가 왔는데 저는 그것도 모르고 이마저 받질 않았어요. 아직까지도 마음에 무거운 짐으로 남아있습니다."

 

 

올해로 결혼 37주년을 맞은 김건일 치협 대의원 총회의장(인천 김건일 치과의원)이 회고하는 결혼 초기 남편으로서의 점수는 ‘0’점에 가까웠다.


치과의사라는 직업이 사회에서 인정받고 대우 받는 만큼 최선의 진료와 사회에 대한 봉사로 보답을 해야만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는 그에게 있어 결혼 초기 ‘일’과 ‘혼인생활’ 두 가지를 완벽히 조화해 내기란 쉽지 않은 과제였다. 그는 치과의사로서 이 같은 기본 책무를 저버린다면 동시에 사회에서 전문인으로서 받는 존경과 대우 역시 사라질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4대가 함께 사는 집안에 맏며느리로 들어와 기댈 곳이라고는 남편 밖에 없었는데 말수가 적은데다 무섭게 일에만 매달리는 남편을 보면서 늘 차갑고 매정한 사람이라는 생각에 속으로 원망만 쌓여갔어요.”


그의 아내 장진숙 씨는 “결혼초기에는 행여 옆방에 계신 시할머니가 들으실까 밤마다 라디오를 켜 놓고는 이불속에서 말다툼을 하다 잠이 드는 날이 허다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이러한 삶을 바꿔놓은 결정적인 계기가 그들에게 찾아왔다. 
가톨릭대학교 성모자애병원 치과과장 재직시절 먼저 활동을 하던 정형외과 원장 부부의 권유로 1976년 ‘Marriage Encounter(부부일치운동·이하 ME )’에 참여하게 된 것.
김 의장은 이후부터 현재까지 33년 여간 ME를 해오고 있으며 지난 89년에는 월드 와이드 메리지 아시아 한국대표직을 맡아 잠실운동장을 빌려 전 세계 2만여 명이 참가하는 국제적인 행사를 치러 내기도 했다.


김 의장은 “일전에 저는 충실하고 착하긴 했지만 외소 했고 큰일을 할 만한 자질은 없어 보이는 유약한 소년 같은 성품이었는데 ME를 통해 행복한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비결을 배워가면서 부부간의 온전한 이해를 넘어 삶을 바라보는 시각까지 달라졌다”고 했다.
특히 ME를 통해 일과 부부관계 모두를 적절히 조화하는 방법을 알게 되면서 아내로부터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헌신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게 됐고 사회생활에 있어서도 보다 긍정적인 자세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게 됐다는 것.


유약했던 그가 막강한 리더십을 필요로 하는 인천지부 첫 직선회장을 거쳐 현 치협 의장직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ME를 통한 변화의 일부다. ME 주요보직을 맡아 국내는 물론 국제무대에서 수천 명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회의에 참가하면서 리더십을 키우게 된 것.
변화는 부인 장진숙 씨에게도 찾아왔다.  
장 씨는 “저희 때만해도 부부끼리 애정 표현은 고사하고 서로에 대한 속마음조차 잘 표현하질 못하던 세대라 이 사람이 나를 사랑하기는 하나하는 서운함이 늘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면서 “어느 순간부터 사랑을 표현해 주려고 애쓰는 남편을 보면서 고마운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사랑받는 것에 대한 확신이 생기면서 삶이 풍요해 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특히 장 씨는 “의장님은 체구는 작지만 성품은 거인 같은 사람, 알 땅콩처럼 껍질하나 조차 버릴 것이 없는 사람”, “누구보다 성실하고 신뢰감을 주는 듬직한 분”이라며 무한한 애정을 나타냈다.
처음 ME에 참여하게 되면 2박3일간 부부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에 대한 얘기뿐만 아니라 친정 식구 얘기, 건강과 성 문제 등 평소에 얘기하기에는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하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좀더 넓혀 가게 된다. 


특히 특정 사안에 대해 섭섭했던 강도를 1~10까지의 수치로 나눠, 이를 표현하게 함으로써 상대가 느끼는 강도가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도록 한다고.
김 의장은 “이는 일부 프로그램에 지나지 않다”며 “ME에서는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프로그램을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번역해 교육을 진행하는 데 이론 수업하듯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몸소 체험하고 느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때문에 직접 참가해야만 느낄 수 있지 말로써는 다 표현하기 힘들다”고 했다.


김 의장은 “의술도 지속적으로 공부해야만 실력이 향상 되듯이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기위해서도 끊임없는 공부가 필요하다”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은 동료선후배들에게 ME를 소개해 행복한 혼인생활을 위한 비법을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33년간 ME 활동을 해오면서 현재는 부부들을 교육하는 봉사자들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김 의장은 부부상담에 있어서는 웬만한 전문가 이상의 수준을 갖췄다. 
김 의장은 특히 “행복한 혼인생활을 유지하는 비법을 터득한다면 의료인으로서 소명을 다하는데 있어 배우자의 든든한 후원을 받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될 뿐만 아니라 진료와 가사를 병행해야 하는 여자치과의사들의 삶을 더욱더 풍요하게 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현재 ME에는 박종수 전임 의장과 양영환 경기지부 회장 부부 등 상당수의 치과의사 부부들이 오랫동안 남모르게 활동해 오고 있다.  강은정 기자 human@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