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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빛깔무지개사람들]창공을 가르며 꿈을 싣고 ‘훨훨’ ‘파일럿’ 이 동 식 열린치과의원 원장


 초경량 항공기 면허 소유
 비행원칙만 지키면 ‘안전’
“하늘 나는 자유인 부럽죠”

 

아주 쾌청한 어느 날 무작정 비행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무조건 높이 날아가 보자.’ 30분간 날아 고도 8000피트(약 2.5km) 상공까지 올라갔습니다. 파란 하늘 아래로 펼쳐진 그림 같은 풍경을 만끽하고 있을 때 들려오는 소리는 굉음을 내는 비행기 엔진음 뿐입니다. 갑자기 고독함이 몰려 옵니다. ‘내가 미쳤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야’ 혼자말로 중얼거리며 두려움 속에 지상과 교신을 시도 합니다. ‘도대체 여기가 어디죠’ ‘바로 비행 클럽 상공 위잖아요…’  갑자기 머쓱해 지내요.

 


나에겐 꿈이 있어요… 하늘을 나는 꿈이 있었죠.♬~
어릴 적 누구에게나 한 번 쯤은 하늘을 나는 꿈을 꾸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 적이 있다.
이 같은 어릴 적 꿈과 호기심을 초경량 비행기를 통해  가꿔 나가고 있는 치과의사가 있다.
치과의사 파일럿 이동식 대구 열린치과의원 원장.
초경량 항공기 조정 면허 번호 656번. 이 원장이 치과의사 자격증 다음으로 소중히 생각하는 면허증이다.


처음 초경량 항공기를 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5년부터다. 날씨가 좋은 매주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창공을 날았고, 지금까지의 비행시간은 240시간이 넘어서고 있다. 이 원장은 초경량 비행기 조종의 특성상 1~2시간 정도 비행이 안전하다고 판단해 이를 꼭 준수하고 있다.


“치과의사가 항공기를 조종하는 것을 취미로 하고 있다고 하면 모두 호기심을 나타내곤 합니다. 이 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위험하지 않느냐는 것이지요. 보통 신문 지상이나 잡지 등에서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하늘을 난다는 것이 안전하면 얼마나 안전하겠어요?”
비행 중에는 항상 긴장의 연속이라고 했다. 강풍과 돌풍, 강한 하강 기류 등을 만나는 돌발 상황을 맞게 되면 가슴이 ‘콩탁 콩탁’ 뛰고 식은땀이 흐르며 땅이 너무나 그리워지는 순간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이 원장은 반복되는 비행 훈련에 결코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흐린 날과 바람 부는 날에는 절대로 하늘을 날지 않는다는 자기 비행원칙을 지켜 ‘안전 비행’ 4년째를 맞고 있다.
처음 이 원장이 비행기를 접한 것은 뜻밖에도 무선 모형 비행기 조정에서 시작됐다.
공보의 시절 아내를 설득해 무선 모형 헬리콥터를 날리는 취미 생활에 푹 빠졌다는 그는 하늘을 날고 싶다는 꿈을 모형 비행기로 대리 만족하곤 했다.


그러던 2004년 어느 날 모형 비행기를 띄우려 구미에 갖다가 초경량 항공기 실물을 보게 됐다. 
“이런 허접한 비행기를 누가 갖다 놨어. 이 사람들은 가족도 없나? 이렇게 위험한 취미생활을 하다니.”
“어이 이 선생님,  비행기 태워 줄 테니 한번 타 보세요.” 
“싫어요 싫어! 난 죽어도 절대로 안타요.”      


하늘을 날고픈 꿈을 간직하고 있던 이 원장이었지만 막상 비행기를 접한 순간에는 손사래를 칠 정도로 부정적인 느낌이었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하늘을 난다는 것이 위험하다는 생각과 초경량 비행기 기체가 보기에도 너무 허술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웬일일까? 이 원장은 시간이 갈수록 비행기 조종에 대한 욕망이 커져 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초경량 비행기가 기종 중 제일 안전하다는 평가를 실제로 느껴가고 있는 과정에서 내면에 숨어 있던 날고픈 욕망이 발동, 지난 2005년 비행기를 처음 운행하는 사고(?)를 치게 됐다.
엄격한 필기와 실기시험을 거쳐 드디어 파일럿이 되는 순간의 기쁨은 정말 하늘을 날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생각보다 조종법을 익히는 것이 어렵지는 않습니다. 초경량 비행기는 우리나라 법상 1~2인승만 허용하고 있고요. 많은 분들이 취미치고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것 같이 생각하시는데 사실 그렇치 않아요.”
이 원장이 소유하고 있는 비행기는 이탈리아 ICP사의 사반나 프로펠러 2인승으로 1시간동안 150km 속도로 날았을 때 15리터의 항공유가 소비된다. 연료탱크 용량이 80리터인 만큼, 대구에서 제주도 왕복직선 거리인 750km를 날수 있는 셈이다.


하늘을 나는 비용은 한 달에 골프 2번 치는 정도이고 비행기 구입비용도 최소 2천만원에서 1억2천만원까지 다양하며 그때 그때 렌탈도 가능하다는 것이 이 원장의 귀띔이다.
“왜 날라다니냐고요?  푸른 하늘에서 느끼는 도전 그리고 희열이 있기 때문이지요. 소수만이 하는 레저인데다, 짧은 시간 안에 어디든지 갈 수 있고요.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아름다운 고향 산하의 풍광은 일품입니다. 비행기를 탈 때마다 나는 자유인이지요.”


그가 처음 비행기를 조정한다고 했을 때 놀란 아내의 극심한 반대도 있었다. 하지만 비행기 엔진이 꺼져도 기체 자체에서 낙하산이 펴지고 행글라이더 기능도 있는 안전 장치를 확인한 후 어렵사리 허락(?)을 받았다. 최근 들어서는 아들·딸과 아내를 태우고 가족비행도 즐기고 있다.
“비행할 때 마다 긴장감을 느끼며 날고 있는데 제 아들, 딸은 잠을 자곤합니다. 아빠의 2인승 비행기가 민항기 보다 더 편한가 봅니다.”    


비행기 조정 후 이 원장은 생활 활력이 2배나 증가했다고 했다. 대구지부 공보이사도 맡아 회원들에게 봉사도 하고 예전보다 최선을 다해 환자 진료도 펼치고 있다.
“열심히 일한 후 신바람 나는 삶을 꿈꾸고 있습니다. 다음은 누구를 태워 드릴까요. 누구 없습니까?”
박동운 기자 dongwoon@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