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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빛깔무지개 사람들] 덴탈씨어터 단원 활약 황지영 원장

그녀, 무대 위에서 빛나다

덴탈씨어터 단원 활약  황지영 원장

 

 올해 ‘신의 아그네스’ 주연 갈채
“다양한 삶을 살 수 있어 매력”
 무대 아래선 장애인진료 보람


무대위에서 열연을 펼치던 아그네스 수녀가 무대를 내려와서는 장애인 환자들을 돌보느라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연극에 빠진 치과의사 황지영 원장(서울시립장애인치과병원)은 치과의사 연극동호회 덴탈씨어터의 주연 여배우다. 작년 정기공연작 ‘늙은 부부이야기’에서 황혼기의 잔잔한 로맨스를 프로급 연기로 펼쳐 보여 갈채를 받았던 황 원장이 올해에는 ‘신의 아그네스’라는 작품에서 내적 상처로 인해 종교적 구원에 매달리는 아그네스 수녀로 변신했다.


“‘신의 아그네스’는 여성의 내적 고통과 그로 인해 어긋난 종교적 삶 등을 다양한 의미로 해석해 볼 수 있는 작품이죠. 3개월 동안 치과의사와 아그네스 수녀로 사느라 힘들었지만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온전한 나를 발견하는 보람 있는 작업이었습니다.”
황 원장이 처음 연극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은 경희치대 연극동아리 ‘막’ 활동을 통해서다. 고교시절 책을 통해 막연히 희곡작품에 관심을 가졌던 황 원장은 대학 신입생 시절 선배가 대학로에서 보여준 첫 번째 연극관람에서 전율을 느꼈다.


“처음 봤던 연극이 ‘우하하 살인놀이’라는 부조리극이었습니다. 연극의 매력을 몸소 느낀 경험이었죠. 그 이후로 동아리 활동을 하며 연극에 빠져들었습니다.”
황 원장은 대학졸업 후 치의로서의 삶에 정진하느라 한동안 관객으로서밖에 연극을 접할 수 없었다. 황 원장을 졸업 후 10년 만에 다시 무대로 복귀시킨 건 덴탈씨어터의 역할이 크다.


“치과의사라는 직업은 사실 혼자 일해야 하는 고독한 직업입니다. 그런데 덴탈씨어터 활동을 하며 스탭, 연출, 배우 등 다양한 역할을 맡은 사람들과 함께 공연을 준비하는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그 중 무대 위에서 빛날 수 있는 배우는 참 축복받은 역할이죠.”
황 원장은 연극의 매력을 배우와 관객이 직접 만난다는데 있다고 설명하고 실제 연극을 보고 자신만의 해석을 가져 볼 것을 권유했다.


무대를 내려와 치과의사로서의 황 원장은 다른 치의들과는 다른 환경에서 근무한다. 황 원장이 근무하는 서울시립장애인치과병원은 중증의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특수 치과병원.
황 원장은 장애의 특징 때문에 일반 병원에서는 진료를 받기 어려운 환자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장애인치과병원을 찾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치과질환을 치료하는데 장애인과 일반인의 차이는 없습니다. 다만 장애의 정도에 따라 특수시설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있는데, 중증의 경우가 아니라면 장애인들이 일반 병원을 마음 놓고 찾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좋겠습니다. 이에 따른 국가적 지원도 필요할 테고요.” 
황 원장은 치과의사라는 직업을 통해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며 연극이라는 개인적 취미를  삶에 즐거움을 주는 평생 친구로 삼겠다고 말했다.


“환자를 돌보는데 있어 스스로 소홀해지지 않고 자기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는 치과의사가 될 것입니다. 그 중 연극은 개인의 꿈과 즐거움을 실현해 주는 요소겠죠. 배우이자 관객으로서 평생 연극을 즐기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황 원장에게 관객으로서 재미있게 본 연극작품을 물었다. 황 원장이 추천한 작품은 ‘흉가에 볕들어라’와 ‘프루프’라는 두 작품. ‘흉가에 볕들어라’는 한날 죽음을 맞은 흉가의 온갖 잡귀들과 그 사건과 연관된 사내가 출연해 인간의 욕심에 대해 파헤치는 코믹극이고, ‘프루프’는 천재수학자와 그 딸에 얽힌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그린 작품이라고.


“연극이 인기를 잃어가고 있는 시대입니다. 그래도 찾아보면 즐겁게 볼 수 있는 좋은 작품들이 많죠. 연극을 처음 접한다면 진지하고 어려운 작품보다 즐겁게 볼 수 있은 작품을 먼저 접하는 것이 연극의 세계에 입문하는 지름길 입니다.”
전수환 기자 parisien@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