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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빛갈무지개 사람들]김석연 혜림치과의원 원장

“환자 듣기 편한  미디음악 만들어요”

김석연 혜림치과의원 원장

 

 ‘미디(MIDI)’란

전자악기와 컴퓨터 간의 정보소통을 위해 악기 제조업체 간에 협약된 국제표준 인터페이스 시스템이다. 미디음악이란 일반적으로 아날로그 방식으로 제작된 노래를 컴퓨터가 인식할 수 있도록 디지털화한 것을 말한다. 특히 이 미디로 작성된 곡은 누구라도 자유롭게 듣고 개인의 취향에 맞게 소리 및 속도를 마음껏 변경해 편곡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각광받고 있다.

 

트럼펫·오카리나·피아노에 작곡까지 망라
매일 2시간씩 작업…가요제 등 출품작 분주


"미디(MIDI)로 환자들이 듣기 편안한 음악을 만들 겁니다.”
지난 10일 진료실 한쪽에 마련된 자신만의 작업실에서 김석연 원장(혜림치과의원)은 전자 건반을 조심스럽게 두드리며 이 같은 구상을 설명했다.


“진료 시 환자들에게 여러 음악을 들려줬지만 피아노 소리가 가장 편안하고 반응도 좋았다”며 “환자들을 위한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 음악을 미디로 제작, 동료 치과의사들과 공유하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이것이 요즘 김 원장이 스스로 “익숙치 않다”고 자평한 피아노 연주에 ‘올인’하고 있는 이유다.


김 원장의 ‘미디 사랑’은 각별하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진료 전, 진료 후 짬짬이 시간 나는 대로 매일 2시간여 이상을 작업에 몰두하고 있으며 심지어 주말까지 음악에 대한 열정을 이어간다.
김 원장의 이 같은 미디 음악 활동은 전적으로 그가 수십년간 걸어왔던 아마추어 음악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는 원래 30여년 전 경남 마산에서 개원하던 즈음부터 트럼펫을 연주하던 아마추어 음악인이었으며 90년대 중반 분당으로 병원을 이전한 이후에는 ‘윈드앙상블’이라는 작은 오케스트라의 창설에 기여하는 등 클래식 음악에 한결같은 애정을 쏟아왔다.


특히 지난해 용인시에서 주관한 ‘용인사랑 시민 애창곡’ 공모에서는 직접 작곡한 곡을 출품해 준 프로급 작곡가들과 함께 장려상에 입선하기도 했으며 현재는 성남시 음악협회 감사를 역임, 이 단체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또 경기치과의사신협 악단의 멤버로 활약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배경으로 김 원장은 트럼펫, 오카리나, 피아노 등의 악기를 차례로 다루게 됐으며 작곡 영역에서도 가곡, 동요, 트로트 등의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이력을 지니게 됐다.


김 원장이 미디 음악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04년 무렵으로 아마추어로서의 오케스트라 활동에 대한 단원들의 내부 논의가 첨예하게 대립, 활동을 그만두면서부터다.
“우연히 알게 된 이 미디 음악이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지요. 그런데 처음에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몰랐어요. 당시에는 인터넷도, 컴퓨터도 거의 몰랐던 때였으니까요.”
‘밑바닥’부터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김 원장은 인터넷으로 모든 정보를 수집하던 중 미디 음악 유저들의 모임인 ‘미디 매니아’를 직접 찾기로 했다.


우리 나이로 올해 환갑을 맞게 되는 김 원장은 이 모임에서 ‘큰 형님’으로 불린다. “오프라인 모임이 있다 길래 ‘나이가 좀 많은데 가도 되냐’고 물어보니까 ‘오시라’고 해서 그냥 갔습니다. 나보다는 저쪽에서 당황하더군요. 지금은 소모임인 ‘기혼자 모임’에 주로 나가지만 그래도 멤버들하고 20~30년 정도 차이가 납니다. 세대차이요? 음악할 때는 그런 거 없습니다.”
이처럼 적지 않은 연배에도 김 원장을 몰두하게 만드는 미디음악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는 자신이 직접 곡을 만들고 연주하고 정리하다 보면 소리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김 원장은 “항상 즉석 재현이 가능하며 한번 녹음하면 당연히 그대로 연주 수준이 유지되기 때문에 여러 연주자를 한 공간에 불러서 연주해야하는 수고가 필요 없고 각 연주자의 컨디션 여부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음이 너무 깨끗해서 인간미가 없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만큼 편리하기 때문에 접근이 쉽고 자신만의 음악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본인이 직접 작곡한 가곡 등을 CD에 담아 지인들과 공유하기도 한 김 원장은 이 미디음악을 활용해 또 하나의 작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각 지역에서 열리는 가요제 또는 가곡제에 출품할 곡을 만들고 가수를 섭외하는 등 이런 저런 준비 활동으로 분주한 일상에 빠져든 것. 
김 원장은 “예전에는 멋모르고 앞으로만 나갔지만 이제는 어떻게 하면 남들을 편안하게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할 수 있는 시점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비록 일부로부터는 ‘차가운 전자음악’이라는 비판도 듣고 있는 미디 음악이지만 김 원장에게는 음악에 대한 그 애정의 지평을 넓혀준, 새로운 가능성과의 조우였다.
윤선영 기자 young@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