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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빛깔무지개 사람들] ‘복서’ 도승진원장

일곱빛깔무지개 사람들

  엔돌핀 뿜는
‘강펀치’


‘복서’ 도승진원장

나는 나이가 들며 더 강해질 것이다.
더 풍요로워질 것이며,
내 영혼은 더 자유로워질 것이다.
내 모든 변화의 태풍도 기대하며 즐길 것이다.
운명으로 여기고 피하고 싶었던
젊은 날의 실수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
나는 아직 가보고 싶은 곳도 많고,
해보고 싶은 일도 많이 남아있다.
내 인생을 평범한 치과의사로 끝내지 않겠다.
한 번 뿐인 내 삶을 위해 살아야겠다.
<도승진 원장이 블로그에 남긴 글 중에서>

 

 

 

 

 

 

3면


글러브·샌드백과 26년… ‘눈빛이 살아있다’

도승진
누가치과의원 원장

 

퇴근후 매일 복싱체육관 직행
청소년에 건강한 삶 전하는
훌륭한 복싱 지도자가 꿈


자신의 인생을 평범한 치과의사로 끝내지 않겠다는 비장한 각오의 복서. 스스로를 고백한 범상치 않은 글 속에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굳은 의지가 엿보인다. 이번호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서초구에서 개원하고 있는 누가치과의원의 도승진 원장이다. 26년을 함께한 그의 권투 이야기를 들어보자.


오후 6시. 그에겐 엔돌핀이 솟아나는 시간이다. 왜냐하면 그가 하루 중 가장 기다리고 기다리던 복싱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마침내 왔기 때문이다.
치과의원으로부터 5분도 채 안 되는 곳에 국제복싱클럽이라고 그가 매일 출입하는 복싱 체육관이 있다. 그곳에 도착한 도 원장은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권투화를 단단히 조여매고, 손에 붕대를 감은 후 줄넘기로 몸을 푼다. 글러브를 끼고 샌드백을 두들기기 시작하고, 이내 땀이 송글송글 맺힌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전문 권투인이다. 샌드백을 두들길 때 도 원장의 큰 변화가 감지됐다. 눈빛이 변했다. 눈빛이 살아있네…….


도 원장이 처음 복싱을 배우기 시작한 것은 전북치대 1학년 때, 그러니까 83년부터다. 당시 군산 체육관에서 복싱을 배웠다. 그때 인연을 맺기 시작한 복싱이 지금은 도 원장에게 가장 중요한 삶의 일부가 됐다.


도 원장이 가장 존경하는 복싱선수는 사울 맘비이다.
도 원장은 “40대 중반이 넘어서도 계속 복싱을 하는 이유가 오래 전에 TV에서 잠깐 본 사울 맘비의 모습 때문이기도 하다”며 “그는 공익광고에 출연해 청소년들에게 담배, 술, 마약을 하지 말고 건강하게 운동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나도 나이가 들어도 젊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밝혔다.


치주과를 전공한 도 원장은 환자들에게 금연을 제1의 권고사항으로 주지시키고 있다. 스스로도 금연을 할 뿐만 아니라 절주도 실행하고 있다.
도 원장은 복싱이 본인에게야 매력 만점의 운동이지만 동료인 치과의사들이 하기엔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복싱의 위험성에 대해 여러 번 경고했다.


“복싱은 치과의사들이 하기엔 매우 위험한 운동입니다. 스파링을 하게 되면 엄지 손가락을 다칠 위험성이 높아 매우 주의해야 합니다. 재학 시절 엄지 손가락을 다쳐 주사를 놓을 때 덜덜 떨면서 한 기억이 있습니다. 복싱을 하더라도 안전하고 건강에 좋은 운동으로 조심스럽게 해야 합니다.”
도 원장은 제2의 인생에 대한 도전을 꿈꾸고 있다. 훌륭한 복싱 지도자가 돼 청소년들에게 건강하고 올바른 삶의 태도를 전해주는 것이다.


도 원장은 “아무리 실력 있는 의사라 할지라도 체육지도자보다 더 사람을 건강하게 만들 수 없다”며 “동내에 훌륭한 병원이 있는 것보다 좋은 체육관이 있는 것이 주민들 건강에 훨씬 좋다. 최고의 복싱 코치가 되기 위해 내공을 쌓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 원장은 또 “내가 누군가에게 올바르고 건강한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다면 그 사람의 영혼을 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항상 아들들에게도 하루를 살더라도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 젊은 날 술, 담배는 평생 건강하지 못한 생활습관을 가지고 살아가게 한다. 청소년의 뇌는 컴퓨터 하드디스크이다. 무엇을 입력하느냐에 따라 그 프로그램대로 평생을 살아간다. 좋은 습관을 입력시켜야 한다. 그리고 인생의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노력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 원장은 힘을 주는 사람이다. 고여 있는 에너지를 끌어올리게 만드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 그래서 기자에게도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다. ‘당장 체육관으로 가야겠다. 나도 뭔가 운동을 해서 원장님처럼 건전한 정신과 튼튼한 육체를 가져야겠다.’
20년 후쯤 체육지도자가 돼 누군가에게 이런 울림을 전할 수 있다면 체육지도자로서도 챔피언 인생이 아닐까? 

안정미 기자 jmahn@kda.or.kr